A업체 대표 “허위 매출 동원돼 십수억원 피해”
검찰에 사건 배정되면서 민사재판 무기한 연기
SKT “법원 판단 나오기 전이라 자세한 답변 어렵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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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SK텔레콤의 통신장비 설치 및 개통 업무를 대리했던 한 업체의 대표가 지역영업팀의 허위매출 부풀리기에 동원돼 십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제기해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투데이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통신장비 설치 및 개통 대리점 A업체의 대표 B씨는 SK텔레콤 서부기업영업팀으로부터 이동통신 단말장치에 대한 실물거래 없이 가공매출을 발생시키자는 제안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15억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서부기업영업팀은 본사 기업사업부문 산하 조직으로 전라도와 제주지역을 총괄하는 영업부서다. 

A업체는 통신장비 구축을 비롯해 통신 중계기 개통 및 유지보수를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이다. 주로 이동통신사의 통신 서비스 개통 업무를 대행하고 각 계약 건에 따른 관리 수수료를 받아 운영이 이뤄진다. SK텔레콤과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위탁대리점 계약을 체결하고 통신장비 설치 업무을 맡아왔으며 그해 7월부터는 사물인터넷(IoT) 부문으로 대행 분야를 확장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서부기업영업팀의 팀장 등으로부터 실물거래 없는 가공매출을 제안 받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설명이다. B대표는 당시 해당 부서의 담당자들이 이동통신 단말장치의 순환 거래를 통해 매출이 증가한 것처럼 위장하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B대표는 휴대폰 개통 대리점도 함께 운영하는 등 이통사에 의해 사업의 존폐가 좌우되는 만큼 이 같은 제안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B대표가 주장하는 허위매매 거래 과정은 이렇다. 먼저 택시콜 관제용 M2M 단말장비의 제조사인 C사가 SK텔레콤에게 제품을 판매하면, SK텔레콤이 이를 다시 A업체에 되팔고, 끝으로 A사가 C사에게 제품을 매각하는 구조다. 이를 도식화하면 단말기의 이동 경로는 ‘제조사 → SK텔레콤 → A사 → 제조사’로 정리된다. 

정상적인 구조라면 제조사와 이통사는 각각 소비자에게 단말기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A사는 단말기의 개통업무만 진행하면 돼, 이 같은 유통과정은 불필요하다는 것이 A사 측 법무 대리인의 설명이다. 

A업체가 제조사에 보낸 전자세금증명서. B대표 측은 정상적인 거래였다면 A업체가 제조사에게 단말기를 매도할 일은 없다고 주장한다. ⓒB대표 제공
A업체가 제조사에 보낸 전자세금계산서. B대표 측은 정상적인 거래였다면 A업체가 제조사에게 단말기를 매도할 일은 없다고 주장했다. ⓒB대표 제공

이밖에도 B대표는 세금계산서 발행과 매입신고 등의 장부처리를 통해서만 단말기 거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장부에는 매출이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지만 이 과정에서 실물은 오가지 않았다는 것이다. B대표는 매매대금은 오갔지만 제품의 일련번호가 없었다는 점이 이 거래가 허위매매였다는 점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정황은 B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메일 대화에서도 드러나 있다. 당시 서부기업영업팀의 관계자는 B대표에게 보낸 메일을 통해 장부상 재고와 실재고가 서로 다르며, 판매완료된 장부상 재고는 제조사와 정산으로 매출을 진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A사의 법무 대리인은 이 장부상 재고라는 표현이 허위 재고를 의미하며, 제조사와 정산을 거쳐 허위 재고를 매출화 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라고 보고 있다.

문제는 A업체의 경우 B대표가 주장하는 ‘제조사 → SK텔레콤 → A사 → 제조사’로 이어지는 순환거래 구조에서, 제조사로부터 단말기 대금을 받지 못하면 이로부터 발생하는 금전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2016년 경 C사가 경영난을 이유로 A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이 관계는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B대표는 더 이상 순환거래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SK텔레콤의 회유와 압박에 즉각적인 거래 중단을 미뤘고 총 피해액이 15억원에 달하게 됐다고 호소했다.  

B대표는 이에 따라 제조사인 C사에게도 지급명령을 신청 했지만 제조사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승소를 해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 법무대리인과 상의를 거쳐 소취하가 간주되도록 진행했다고 전했다. 

B대표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실물 거래 없이 세금계산서 발행하고 납품확인서가 들어오면 저희 직원이 도장을 찍어주는 구조였다. 서류를 만들어 주면 우리는 도장을 찍어주기만 했다”라며 “제조사가 SK텔레콤에 팔고, SK텔레콤은 저한테 팔고, 저는 또 제조사에 팔았다. 그럼 마지막에 물건 값을 제조사가 저에게 줘야 하는데 주지 않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는 이런 거래를 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당시 SK텔레콤 측은 앞으로 거래 안할 거냐. 저에게 손해를 다 뒤집어씌우겠냐면서 설득했다”라며 “매출 부풀리기가 목적이 아니라면 이런 식으로 운영할 할 필요가 전혀 없다. 제조사가 그냥 고객 만나서 영업하고 판매하면 되고 이미 그렇게 하고 있었다. 브랜드 이미지를 위한 것도 아니고 기술적으로도 (순환거래가) 전혀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 사건은 민사소송에서 형사소송으로 전환되면서 검찰과 경찰이 정황 파악에 나선 상황이다. 앞서 B대표는 이 같은 피해를 주장하며 지난 2018년 처음으로 SK텔레콤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법원은 당초 지난달 11일 1심 판결을 예정했지만 서울중앙지검에 사건이 배정되며 재판은 무기한 연기됐다. B대표는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출한 후 검찰로부터 연락을 받았고, 경찰서에 출석해 민원 원문을 기반으로 고소장을 정리해 제출했다고 말했다. 

B대표의 민사소송장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서부기업영업팀과 제조사, A사의 거래는 허위 매출이 아닌, 고객 판매를 위한 것이 맞으며 다만 편의상 실물 이동 없이 장부상으로 처리한 것이라는 설명을 법원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 단계 소유권 이전의 편의상 당사자 간의 합의를 통해 점유개정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실제 한 업계 관계자 역시 서류상으로 상호간 재고를 맞추고 타처에서 물품을 출고시키는 행위는 드문 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은 제조사에서 다시 제조사로 단말기가 돌아가는 구조가 허위매출을 올리기 위한 목적이었는지 여부와, 이 과정에서 지역영업팀의 암묵적인 강요와 압박이 있었는지 등이 수사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 전에 상세한 말씀을 드리기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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