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자 “자율규약 취지 무시한 꼼수출점 강행”
CU “기존 점포 이전일 뿐 자율규약 위반 아냐”

담배소매인 간 거리측정 방법 기준에 대한 모 지자체의 안내 ⓒ제보자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편의점 프랜차이즈 CU가 최근 편의점 출점거리 제한 내용이 담긴 자율규약의 취지를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꼼수출점 논란에 휩싸였다. 지자체마다 다른 거리 측정방식과 재출점에 대한 미흡한 기준 등으로 지난 1월에도 비슷한 분쟁이 발생하는 등 갈등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27일 익명을 요구한 한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 광진구 어린이 대공원 4번 출구 인근 ‘먹자골목’ 상권에 CU하이뷰점이 신규 입점했다. 해당 지점 인근에는 GS25와 이마트24가 30m 거리, 세븐일레븐이 80m 거리에서 영업 중이라는 설명이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와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등 편의점업계는 지난 2018년 12월 신규점포 출점 시 기존 운영 중인 편의점과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이내에서는 출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편의점 자율규약’을 체결했다. 

담배소매인 지정제도는 지자체가 담배소매 점포영업소간 일정 거리(최소 50m~100m)를 유지하도록 규정한 제도다. 업계 간 과당경쟁을 해소하고 편의점주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문제는 지자체 규칙에 따라 영업소 간 거리 측정방법이 제각각인 등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아울러 광진구에서의 거리 측정은 단순 도보 직선거리가 아닌 인도와 횡단보도 등을 반영한 최단거리로 측정하게 된다. 

예를 들어 3차선 도로를 마주보고 직선거리 20m 지점에 새로운 편의점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횡단보도를 포함한 도보 거리가 100m 이상이라면 출점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A씨 또한 광진구청의 CU 신규 출점 승인절차와 담배 소매인 간 거리 측정방식에 대해 지적했다.

A씨는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서는 신축된 상가 지역 등에서 소매인 지정을 받고자 하는 자가 다수로 예상되는 경우, 사전공고-신청·접수-추첨결정의 절차를 거쳐야한다”며 “광진구청 담당자는 승인절차를 무시하고 임의로 허가를 내줬으며, 현장 실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측정 대상이 된 해당 도로는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이면도로로서 일반적인 지자체 사례에서처럼 횡단보도를 빼고 최단거리로 측정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이에 광진구청 담당자는 “충분한 현장 실사를 진행했으며, 신규 소매인 지정 장소에 인근 담배 영업소 3개소가 밀집돼 신축된 상가 지역이라도 다수가 신청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재량 판단에 의해 공고절차를 생략한 것이 맞다”며 “이런 경우 지자체가 규칙으로 정한다는 내용이 기획재정부령으로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거리측정 방식에 대해서는 “해당 도로는 보도와 차도가 엄연히 구분된 도로이며, 횡단보도까지 포함하면 100m가 넘는다”며 “이와 관련해서는 임의로 판단한 것이 아닌 경찰의 자문까지 받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A씨는 지자체의 기준 차이 등을 배제하더라도 CU 측에서 꼼수출점을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A씨는 “CU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편의점주의 생존권 보호를 위해 당초 100m로 표기하려 했으나 공정거래법상 거리표기에 문제가 있어 담배소매인간 거리로 갈음한 것을 알고도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그저 담배 지정업소 100m 간격이 나왔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굽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편의점 자율규약을 체결하기 전 공정위는 담합 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거리제한 기준을 명시적으로 규정해달라는 편의점 업계의 요구를 반려한 바 있다. 

지난 1994년에는 80m 이내 근접 출점을 금지하는 자율규약안이 있었지만 2000년 공정위가 시정 조치를 내리면서 폐지됐고, 이전에 내린 시정조치를 뒤집을 수 없기 때문에 명시적 거리가 아닌 담배소매인간 거리로 설정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자율규약 자체가 편의점의 무분별한 신규출점을 막는다는 취지이기에, 재출점에 대한 기준이나 예외조항 등이 명확하게 제시돼 있지 않은 점도 갈등의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인근 점주들과 과밀출점에 대한 갈등이 일 때마다 CU 측은 기존에 있던 점포를 장소 이전한 것 뿐이라고 반박해 왔다.  

실제로 CU는 이번 하이뷰 지점의 자율규약 위반 분쟁에 대해 신규출점이 아닌 재출점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건물 준공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올 초부터 11월까지 공백이 있었을 뿐, 지난 5년간 해당 상권에서 영업을 해 왔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밀집지역에 추가출점을 강행한다는 자율규약 위반 공방에서 CU가 재출점이라는 점을 강조해 해명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에는 신촌역 앞 번화가에서 100m가 되지 않는 거리에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GS25 등이 이미 영업하고 있는데도 새로이 지점을 열기로 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에도 CU는 담배소매인간 거리를 준용했고, 신규출점이 아닌 재출점 사례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신촌점의 경우는 점포 운영에 있어 공백이 있기는 했지만 점주는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하이뷰 지점의 경우 앞서 5년간 점포를 운영해 온 점주가 계약종료로 바뀌었다. 

사업자가 변경된 상황에서 해당 상권에서 CU 브랜드만 유지되는 격이다. 아울러 공백기 또한 올 초부터 11월까지 10개월 정도로 긴 기간이기에 분쟁 소지가 남아있다. 

이와 관련 CU 측은 “두 사례 모두 해당 상권에서 꾸준히 운영을 해 왔으며 자율규약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CU는 “지난 1월 신촌역 지점의 경우 점주도 그대로이고 리모델링으로 인해 맞은편 건물로 이동을 한 것이며, 광진구의 점포는 점주가 바뀌긴 했지만 CU는 지난 5년간 해당 상권에서 영업을 해 왔다”라며 “두 매장 모두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출점했고, 무엇보다 자율규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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