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폭스바겐 등 주요 인수 후보로 거론 ‘시너지’ 기대
연구개발 부문 유지하는 ‘부분매각’ 가장 현실성 높아
LG전자 “아직 내부 논의 중, 구성원 고용은 유지될 것”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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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LG전자가 모바일 사업부문 운영방향에 대한 재검토 의사를 밝힌 후 구체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자, 업계에서는 인수 후보까지 거론되는 등 다양한 설(說)들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 20일 오후 권봉석 사장의 입을 통해 MC사업본부(모바일 부문)의 경쟁력을 판단해야할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그동안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등 끊임없는 노력을 해왔음에도 적자가 이어지는 만큼, 사업 운영방향을 재검토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LG전자의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왔다. 이에 따른 누적 영업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 5조원 규모에 이르렀다. 사실상 ‘초콜릿폰’, ‘프라다폰’ 등의 선전 이후 LG전자는 이렇다 할 휴대폰 흥행작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이와 관련 권 사장은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이메일을 통해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라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사장의 입장 발표 이후 업계에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부상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부분매각 방안이지만 전면철수는 물론 사업유지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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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등 인수 후보로 거론
전면철수 결정 가능할까

LG전자가 모바일 부문 재검토에 나선 것은 고착화된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을 뒤집기 어렵다는 판단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에는 스마트폰의 기능과 활용이 어느 정도 정형화 되면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혁신성이 사라졌고 교체 주기가 길어져 시장 성장 속도가 과거에 비해 둔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LG전자의 모바일 사업 재검토 발표 이후 업계에서는 잠재적 인수 후보군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시장에서는 적자 행진을 이어온 모바일 사업 부문의 매각이 LG전자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모바일 부문 매각이 현실화 될 경우 영업적자 요인이 해소되고 가전과 전장부품 등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른 목표주가 역시 20만원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평가됐으며 실제 이날 LG전자의 주가는 오후 3시 40분 기준 전일 종가 대비 1만8000원 오른 18만5000원을 기록했다. 

LG전자 모바일 부문을 인수할 후보 기업들로는 구글, 페이스북, 폭스바겐, MS 등이 물망에 올랐다. 구글은 그동안 모바일 사업에 진출해왔음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해 이번 인수를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폭스바겐의 경우 미래 모빌리티 사업의 확장성을 위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밖에 미국 IT 전문매체 폰 아레나 등 외신에서는 베트남의 삼성전자라고 불리는 빈그룹을 유력한 LG전자 모바일 사업 인수 참여 기업으로 언급했으며 중국의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유진투자증권 노경탁 연구원은 “향후 매각, 구조조정 등을 통해 그 동안 큰 비중을 차지했던 영업적자가 해소될 것”이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가전과 전장부품, B2B 등에 대한 사업 집중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 첨단기술 집약체
연구개발 유지 현실적 대안

하지만 모바일 부문 전면 매각 결정을 내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스마트폰은 여전히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받는다. LG전자가 적자요인을 해소하고 다른 미래산업 부문에 투자와 개발을 집중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 가전, 자율주행차 등에도 적용 가능한 핵심 모바일 기술의 유출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생산 공장 등 사업 부문의 하드웨어 분야를 매각하고, 연구개발 등 소프트웨어 분야를 계속 손에 쥐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 LG전자가 모바일 사업 부문의 몸집을 줄이고 외주 제작을 통해 신규 스마트폰의 출시를 이어갈 수 있어 가장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이미 LG전자는 스마트폰 자체 생산량을 꾸준히 줄이며 제조자개발방식(ODM) 생산 비중을 70%까지 높여왔다. 특히 연구개발 분야를 분리하면 생산 부문을 분할 또는 분사 후 매각에 나설 수 있어 인수 대상자를 찾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와 함께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부서의 규모만 축소시켜 생활가전 또는 연구개발 부문으로 편입시키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모바일 부문의 사업 철수설은 사실 매년 언급돼 왔으며, 이번 권 사장의 입장 발표 또한 직원들의 내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 권 사장은 전날 서신을 통해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라며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면 구성원에게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LG전자는 이 같은 업계 내외의 추측에 대해 아직까지는 구체적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달말께 입장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말도 돌았지만 이마저도 현재로서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구체적으로 드릴 수 있는 말씀이 없다”라며 “다만 언급한대로 어떤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구성원에 대한 고용은 유지될 것이며 소비자들이 걱정하는 AS 또한 문제없이 조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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