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북한 모두 일단 ‘침묵’ 모드로
취임사, 북한 문제 언급 없이 끝내
미국 내 이슈 관리도 힘든 시기 보내
北 침묵으로 일관, 美 태도 보고 있어
3월 한미연합훈련 변곡점, 우리 대응은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식을 거행하면서 이제 명실상부한 미국 대통령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두차례 북미정상회담을 열었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과연 대북 정책을 어떤 식으로 구사할 것인지 그리고 북한은 어떤 대응을 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대북 정책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어디로 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에서 ‘동맹’을 강조하는 내용을 담았지만 북한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다. 물론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취임 연설에서 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전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가졌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도 역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만남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김 총비서를 만날 의향이 있다고 밝혔기 때문에 김 총비서와의 만남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다만 취임 연설에서 북한 관련해서 이야기를 나오지 않으면서 일단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이미 북한은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강대강’ 혹은 ‘선대선’ 원칙을 내세웠다. 즉, 미국이 자신들에게 강경한 모습을 보인다면 자신들도 강경하게, 선한 모습을 보인다면 자신들도 선한 모습으로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의 태도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일단 북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정신 없는 바이든 행정부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당분간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없을 정도로 정신 없이 바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 코로나 사태를 진정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국제전문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를 직접 챙기기까지는 1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만큼 국내 이슈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북 라인을 다시 구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록 김 총비서를 만나는 등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지만 비핵화까지 실제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원점에서 대북 문제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간은 더 많이 걸린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연 오바마 시대의 전략적 인내로 돌아갈 것이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제전문가들은 ‘전략적 인내’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대화의 물꼬를 튼 상태에서 굳이 문을 닫고 비핵화 추진에 나설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으로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아직 어떤 식의 태도를 보이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강경 모드로 전환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이유로 서로 눈치를 보면서 북미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북한이나 현재 북미 대화를 깊숙이 이어갈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 북한도 경제를 살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북미 대화에 모든 것을 집중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가 탄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화적인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울뿐더러 강경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은 어디로
그렇다고 도발을 강행하는 것도 북한으로서는 어려운 현실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명확하게 알 수 있는 시기가 된다면 그에 따른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것이 너무 시간이 오래될 경우 북한이 인내하기 쉽지 않게 되면서 도발을 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만약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종 비난과 비판을 받더라도 가장 큰 혁혁한 공은 ‘북한의 도발’을 일단 잠재웠다는 것이다. 바이든 시대에 북한이 도발을 하게 된다면 미국 국내 여론은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런 이유로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을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과 비핵화 추진을 당장 하지 않더라도 도발에 대해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즉, 비핵화 추진은 아니더라도 북미 고위급 회담 등 북미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가 직접 북한을 관리하기보다는 우리 정부가 중간자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1년 동안 미국 국내 이슈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을 직접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중간자 역할로 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미정상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개최되기를 희망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해 설득 작업을 할 것이고, 중간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미국이 직접 북한을 관리하기 힘들기 때문에 우리 정부에게 그 역할을 맡길 가능성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의 동맹(alliances)을 회복하고 다시 한번 세계에 관여할 것(engage with the world)”이라고 말한 것으로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북한이 이에 대해 응할 것인지 여부다. 북한으로서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 5년차로 마지막 해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와의 대화를 가급적 하지 않으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미국이 더 이상 대화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도발을 강행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북한을 관리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우리 태도 변화는
미국은 더 이상 트럼프 행정부가 아니다. 즉, 깜짝 이벤트를 통해 북한을 관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텀업 방식의 실무협상을 통해 북한을 관리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토니 블링컨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가 하려는 첫 일 중 하나는 전반적 접근법을 재검토하는 것”이라고 언급, 대북 정책에 대해 전면적인 수정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핵심은 역시 3월 한미연합훈련이다. 3월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할 경우 북한은 역시 도발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북 제재에 위반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전략무기들을 시험발사하면서 긴장감을 조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다만 미국은 코로나19 등을 고려해 한미연합훈련을 ‘로키(low key)’로 진행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조건 없는 실무대화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에 많은 자문을 구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민주당 정권은 그동안 계속해서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북 정책을 구사해왔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구사한 것도 박근혜 정부에서 전략적 인내를 해줄 것을 요청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결국 핵심은 우리 정부와 북한의 관계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대북 정책의 획기적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북한이 어떤 식으로든 태도를 보인다면 그에 따라 대응을 하겠지만 북한이 계속해서 침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도 어떤 식으로 대응을 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오는 3월이 한반도 운명을 좌우하는 중대한 기로에 놓일 것으로 예측된다. 북한이 어떤 식의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우리 정부와 미국의 태도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3월까지는 계속 침묵으로 일관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