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 간 가치관 차이…소통 기회는 부족
특정 세대에 대한 고정관념 돌이켜봐야
노인-청년 접점 늘릴 수 있는 제도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강유선 인턴기자】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노인’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꼴통보수’, ‘노망’, ‘고집불통’ 등 부정적인 단어들이 붙어있는 댓글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언제부터 노인이라는 단어에 부정적 인식이 따라붙게 된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는 고령화로 인해 노인 인구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음에도, 정작 노인과 접촉할 기회는 부족하다. 갈수록 청년과 노인이 만나서 교류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없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과 접촉할 기회가 별로 없다보니, 노인에 대한 이해도 그만큼 낮아지게 됐다.

세대 갈등이 있다는 인식도 커졌다. 한국행정연구원의 ‘2019년 사회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층과 젊은 층 간 세대 갈등이 있다고 생각하는 정도가 ‘약간 심하다’ 49.7%, ‘매우 심하다’ 14.4%로 전체 응답자의 64.1% 로 집계돼,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세대 갈등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세대 갈등의 현상과 청년이 노인에게 갖고 있는 부정적 인식은 과연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살펴보려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청년-노인 간 끊어진 연결고리와 소통

국가인권위원회의 ‘2018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노인층이 40.4%, 청·장년층이 무려 90%나 동의하고 있어 특히 청·장년층이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과 노인은 왜 서로와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것일까.

현대사회는 산업화 세대부터 Z세대까지 ‘OO세대’라는 이름으로 많은 이들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급격한 변화를 겪어온 만큼 각 세대마다 살아온 시대적 환경과 겪어온 사건들이 크게 다르다.

노인세대는 한국전쟁부터 시작해 산업화와 도시화 등 우리 사회의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고, 청년세대는 현재 극심한 취업난 문제 등을 겪고 있다. 시대가 크게 변한만큼 청년과 노인이 서로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문제일지 모른다.

실제로 기자가 20대 청년층 10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한 결과, 세대 간 갈등의 원인에 대한 공통된 의견은 ‘살아온 시대 및 환경과 가치관이 다름’과 ‘서로에 대한 이해부족’이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한 20대 청년은 세대 간 갈등의 이유에 대해 “‘저 분은 나이가 있으니 나랑 다를 것이다’, ‘저 애는 아직 어리니 뭘 모를 것이다’ 등 서로 살아온 세대와 환경, 그 속에서 중요시 되었던 가치가 모조리 다르니 당연히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청년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지 못해서 세대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며 “젊은 사람들도 노인분들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어떤 사고방식으로 살아왔는지 존중해 줘야 하고, 노인분들도 젊은 사람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니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따라가 줘야 의사소통도 원활히 되고 세대갈등도 조금은 해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세명대 사회복지학과 유용식 교수는 “젊은 층과 어르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철학이 다르기 때문에 그로 인해 세대 간 차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치관 차이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세대 간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핵가족화가 진행되고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예전처럼 3대가 같이 사는 집은 현대사회에서 거의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만큼 청년이 노인과 함께 살며 교류할 수 있는 기회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됐다.

충남에 거주하는 한 70대는 “젊은 사람 보는 것도 가끔씩 명절에나 볼 수 있다”며 젊은 세대와의 소통에 대해 “원래도 잘 안 들리는데 요즘 젊은이들은 말을 줄여서 하기도 해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70대 역시 “젊은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세대차이가 많이 느껴져서 불편함이 느껴진다”고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한림성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희섭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가족구조의 변화 등으로 1세대와 3세대가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었다”며 “1세대가 3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적고 젊은 세대 역시 조부모를 경험할 수 있는 시기가 없는 것이 (세대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포천시 노인복지관 노인상담센터 배영희 전문상담사 역시 “함께하는 시간이나 함께 거주하는 등 환경적인 요인이 주어져야 그 안에서 소통이든 불통이든 이뤄질 수 있는데, 요즘 시대에는 그런 접점이 부족하다”며 “노인 분들이 젊은 사람들을 만날만한 물리적 환경들이 굉장히 좁아지고 감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르신들과의 연결고리가 굉장히 부족하고 열악하다”며 이런 문제들을 사회나 기관에서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부족한 교류 속 부정적 경험이 고정관념 야기

이러한 세대 간 접점부족은 결국 서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야기한다. 표준국어사전에 따른 고정관념의 뜻은 ‘어떤 집단의 사람들에 대한 단순하고 지나치게 일반화된 생각들’을 뜻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우리나라 연령주의 실태에 관한 조사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인에 대한 편견문항 △노인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다(76.3%) △노인은 권위적인 성향이 강하다(73.9%) △노인은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하다(70.3%)에서 3개 문항 모두 70%가 넘는 비율로 그렇다고 응답했다. 노인은 보수적이고 권위적이며 자기중심적이라는 고정관념이 깔려있는 것이다.

노인과의 접점이 부족한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20대 청년대상 인터뷰에서 응답자들은 노인을 기피하게 된 경험으로 ‘대중교통 이용 시 겪었던 불편함’을 가장 많이 꼽았다.

경기 시흥에 거주하는 20대 청년은 “노인 분들은 ‘내가 불편함을 감수하고 배려해야 하는 대상’(사회적 약자)이라는 프레임이 있어 함께 있는 상황 자체를 피하게 된다”며 “특히 대중교통 이용 시 이를 크게 느끼는데, 복잡한 지하철 내에서 사람을 치고 다니거나 잡는 등 불편함을 끼치면서도 노인 분들이니까 내가 참아야지 하는 경우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다른 청년도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양보를 안 하면 혀를 차거나 눈치 주는 경우도 있다”며 자신이 노인을 기피하게 된 경험을 설명했다.

이들이 겪었던 노인들이 대부분 ‘양보를 해야 하는 존재’이며, ‘양보를 당연하게 바라는 존재’였기 때문에 노인에 대한 기피로 이어진 것이다.

노인이 연령차별을 가장 많이 경험한 장소 역시 ‘대중교통’이었다. 보건복지부의 ‘2017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연령차별을 경험한 노인 중 38.2%가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때 차별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이렇듯 청년들은 애초에 다양한 노인을 만날 기회가 적기 때문에 몇몇 노인들에 대한 경험을 일반화해 전체 노인집단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게 될 수 있다.

노인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대해 가톨릭대 사회학과 김찬우 교수는 "노인 수가 증가하는 만큼 다양한 노인 역시 증가하는 것”이라며 “이런 몇 가지 케이스만으로 ‘노인이 되면 원래 그렇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인구수가 많아진만큼 다양한 사람들도 많아진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노인과의 교류가 많았던 청년은 오히려 “외할머니가 몸이 불편하셔서 많이 돕다보니 다른 노인 분들한테도 기피하는 감정이나 거리낌이 없다”며 노인을 기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는 애초에 모든 사람들을 만나 본 것이 아니다. 젊은이들은 모든 노인을 겪어보지 못했고, 노인들 역시 모든 젊은이를 겪어보지 못했다.

따라서 노인에게 겪었던 단 몇 번의 경험을 그 세대의 전부의 모습으로 일반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노인 역시 “젊은 것들은 원래 그래”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현대사회는 ‘세대 간 접점이 매우 부족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노인-청년 간 교류의 장 마련 필요

결국 세대갈등과 청년세대가 노인세대에게 갖는 부정적 인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인과 청년 간의 접점을 만들고 교류의 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세대 간 소통이 이뤄질 수 있는 장소는 턱없이 부족하다.

국가인권위의 ‘노인인권종합보고서’에 따르면 청·장년층은 ‘우리 사회가 청·장년층과 노인층 간 교류가 원활하도록 지원하고 있다’는 문항에 대해 단 25%만 동의했다. 대부분 현대사회에서 노인세대와의 교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한 교수들은 모두 세대갈등의 해결방안에 대해 두 ‘세대 간 교류’를 강조했다. 

세명대 사회복지학과 유용식 교수는 “세대차이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나타나는 결과이므로 젊었을 때부터 노인을 이해하고, 노인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대갈등의 해결책에 대해 “젊은 세대와 노인 세대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고 접점을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 등이 필요하며,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긍정적 인식으로 바꿀 수 있도록 인식변화 교육 및 다양한 홍보 등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림성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희섭 교수 역시 “사회적으로 젊은세대와 시니어 세대를 자주 경험하게 해주는 다양한 프로그램 및 교육, 사업 등 세대 간 연결될 수 있는 장치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찬우 교수는 “세대 간 통합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세대간 교류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지 오히려 사회적 갈등이나 노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부풀리거나 더 부추겨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즉, 세대 간 단절로 인한 갈등을 극복하고 노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두 세대가 서로 접촉하며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찬우 교수는 또 “인간이 나이드는 현상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2·30대도 금방 4·50대가 되는 것이고 부모님도 곧 노인이 된다”며 ”생애 주기의 관점에서 볼 때 청년 세대도 금방 4·50대가 되면 달라지는 입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노인과 청년은 다른 집단이라 할 수 없다. 서로 ‘다른’ 존재가 아니라, ‘이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청년은 시간이 흘러 곧 노인이 되고, 청년들이 걸어갈 길은 곧 노인들이 걸어온 길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더 이상 고정관념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