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사건과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위 사진은 사건과 직접적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장기간 미사용 시 전원을 차단하라’는 문구가 표기돼 있더라도 정상 작동하는 전자기기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 책임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6단독 박강민 판사는 최근 보험회사 A사가 업소용 식기세척기 제조회사 B사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B사는 A사에 약 1193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2019년 9월 11일 오후 9시 47분경 서울의 한 식당에서 불이 나 약 53분 만에 꺼졌다. 조사 결과 불은 식기세척기 전원을 약 11일간 연결해둔 상태에서 기기 내 부품 PCB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고, 식당 업주는 A사로부터 보험금 3095만원을 수령했다.

이에 A사는 B사가 제조·판매한 식기세척기의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화재로 인해 입은 손해를 B사가 모두 배상할 책임을 부담한다며 식당 업주에게 지급한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구상금 소송을 청구했다.

B사 측은 변론 과정에서 식기세척기 내구수명(5년)과 PCB 내구수명(3년)이 경과했고, 식기세척기를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원을 연결해 장시간 방치한 것 등이 화재의 원인이라고 배상 책임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했다며 제조사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제조업자는 제품의 내구연한이 다소 경과하더라도 그 제품의 위험한 성상으로 소비자가 손해를 입지 않도록 설계 및 제조과정에서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고도의 주의의무를 부담한다”며 “내구연한이 경과한 식기세척기를 사용하는 경우 그 식기세척기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장시간 미사용시 전원을 차단하라는 취지 기재가 있지만 추상적인 안내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전원을 차단하지 않은 것만으로 식기세척기를 정상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어떤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는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B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40%로 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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