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 투데이신문 이영민 편집인

새해 벽두부터 발생한 주요 정치인을 노린 테러사건으로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될 전망이다.

지난 2일 오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신원미상의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 부위를 공격당해 쓰러졌다. 이 대표는 응급치료 후 서울로 이송돼 수술받고 회복 중이다.

대화와 타협, 공존의 미학인 정치가 우리 시대에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구시대적 유산에 불과한 것인지, 절망감이 엄습한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건은 권력 투쟁 과정에서 정치인은 물론,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만연한 투사적 혐오의 대결 구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대표를 습격한 피의자는 체포 직후 경찰에 살인의 고의가 있다고 진술했다.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 상대는 더 이상 나와 공존할 수 없는 혐오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미 시카고대학교 마사 누스바움 교수가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당일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썼다는 책 ‘타인에 대한 연민’은 지금 우리 사회에 직접적 위협이 되고 있는 혐오주의, 극단주의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힌트를 준다. 그는 혐오가 운명적으로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 피해자로만 수렴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오늘의 피해자가 내일은 가해자가 되는 ‘혐오의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탈진실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진실의 입체성은 무너지고 부정당하고 있다.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스스로의 감정과 신념이 중요할 뿐이다. 그리고 자신들만의 정보가 모든 것인 양 편향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 나약한 인간의 두려움을 자양분으로 그들만의 네트워크는 더욱더 강화된다. 결국 이러한 집단극화 현상은 폭력을 정당화하기에 이른다.

정치권에서는 백주 대낮에 벌어진 이번 테러가 그들을 향해 던지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고 심지어 폭력을 동원하면서까지도 목적을 달성하려는 비열한 몸부림이 정치인들의 그것과 다름이 있을까. 정권 잡기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유권자들을 향한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은 이제 부메랑이 되어 그들의 운명에 칼을 겨누고 있다.

타인에 대한 연민, 많은 것이 다를 수밖에 없는 너이지만 보편적 인간애를 가진 나이기에 이해하고 품어줄 수 있는 너그러움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총선이 채 100일이 남지 않았다. 전염병으로 인한 위기의 마지막 터널을 향해가는 지금, 실물경제는 물론 금융시장에 대한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소득양극화에 따른 삶의 질 저하, 저출생 심화로 인한 인구위기,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성장률 둔화 문제 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사회의 당면과제다.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거대양당의 혐오정치와 전염병처럼 퍼져버린 대중영합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뿐이다. 통합과 화합의 정치 문화를 세우는 것 역시 국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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