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의 시대가 도래한 만큼 각 나라에서 유색인종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 사회 또한 인종차별의 단면이 존재한다. ‘흑형’, ‘똥남아’ 등 여러 가지 차별과 혐오로 된 단어부터 ‘냄새 날 것 같다’, ‘더럽다’ 등 편견,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까지 단일민족으로 묶여 있는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인종차별에 대해 무감각한 면이 있다.

영화 <브라이트> 포스터 ⓒ네이버영화

이번 주 ‘무비: seek’에선 <퓨리>, <수어사이드 스쿼드> 연출을 맡았던 데이비드 에이어 감독, 윌 스미스와 조엘 에저턴 주연의 영화 <브라이트>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인간, 엘프, 오크 등 판타지 세계의 크리처들이 현대 사회에 뒤섞여 살아가고 있는 배경으로 한 현대 판타지 영화로 과학과 마법이 공존하고 유사 종족이 인종처럼 인식된다는 전반적인 배경이 깔려있다. 기본적으로 형사콤비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버디 무비에 속하며 둘이 헤쳐 나가는 사건이 마법과 전설 같은 판타지적 요소가 가미됐다.

최초의 오크 경찰 자코비(조엘 에저턴 분)를 보는 동료 경찰들 ⓒ네이버영화

현대 사회의 엘프, 인간, 오크 등 9개의 종족들은 상호공존하며 발전해왔다. 그 중 오크족은 과거 어둠의 군주 편에 선 것으로 인해 멸시와 차별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 주인공 데릴 워드(윌 스미스 분)은 LA의 가난한 동네의 경찰로 일하고 있다. 그의 파트너는 ‘오크’인 닉 자코비(에릭 뉴먼 분)가 배정된다. 둘이 파트너로 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크의 총격으로 데릴은 죽을 뻔하고 자코비는 총격을 가한 오크를 놓친다. 이 일이 있고 난 후 동료 경찰들은 자코비에게 더욱 적대적이지만 데릴은 그들을 마땅치 않아 한다. 자신을 쏜 오크를 찾기 위해 탐문 수사를 진행하던 중 비밀결사 집단 ‘쉴드 오브 라이트’의 기지에 들어간다. 그곳엔 마법 무기인 ‘마법봉’이 있었다. 지원을 온 동료 경찰들은 오크인 자코비를 죽이고 마법봉을 소유하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데릴을 협박하지만 데릴은 자신도 입막음 하려던 동료 경찰들을 쏘고 자코비와 함께 도망친다. 이미 마법봉의 소문이 곳곳에 퍼진 상황에서 변절자 엘프집단, 인간 갱, FBI, 오크 갱까지 마법봉과 둘을 쫓기 시작한다.

영화 <브라이트>는 극장에선 볼 수 없는 오직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기존의 헐리우드 시스템에서는 만들지 못했던 영화일 수도 있다. 넷플릭스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장점인 작가와 감독의 의도대로 만들어 내어 그들의 메시지를 온전하게 내보내고 있다.

판타지 영화에서 나오는 ‘엘프’, ‘오크’, ‘인간’ 과 같은 종족들을 이용해서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경찰 뿐 아니라 사회에 만연하게 퍼진 인종차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글로벌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대한민국 역시 단일 민족이라는 특성에서 점점 다문화, 다인종 국가로써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서울시 기준으로 2020년 외국인과의 혼인 인구수는 3294명으로 그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제결혼은 2000년대 초반부터 경제력이 낮은 동남아를 비롯한 중앙아시아 국가의 여성들을 결혼 이민자로 받아들여 3D업종이나 인구절벽의 해결책 중 하나의 방안으로 제시됐다. 그러나 외국인 유학생의 꾸준한 증가와 장기체류 외국인의 증가로 국제결혼의 성격은 많이 바뀌었다.

어느 나라가 그렇듯 국제결혼으로 인해 부수적인 차별의 존재도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겪는 차별의 문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심각하다. 초등학교 재학 중에도 단순히 다문화 가정이라는 이유로 갖가지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듣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이 이제 곧 성년이 될 시점에서 취직, 직장 생활, 결혼 등 사회에서 겪을 차별이 문제로 대두될 듯하다.

K-Pop, K-드라마의 영향으로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는 외국에서 꽤 좋은 평이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서구와 남미권을 제외하면 대부분 친절한 대접을 받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서구와 남미권을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공항에 내리자마자 바로 인종차별을 당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인도네시아에서 유학 온 기자의 지인의 경우 학교 근처 병원에서 받은 행동적 차별과 언어적 차별을 비롯해 종교적 차별까지 당한 경우도 토로했다. 서구권에서 온 외국인 보다 아시아권에서 온 외국인이 더 많은 차별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서구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 범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도 외국인 또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과 행동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영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만약 우주에서 지구인이 외계인으로부터 멸시당하고 침공당한다면 어떨까. 브라이트의 진짜 메시지는 무엇인지 현실에 대입해 다시금 곱씹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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