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보험시장 새로운 트랜드와 혁신 만들 것”
보험업계, 시장 성장 기대 속 기존 고객 이탈 우려

ⓒ카카오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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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이세미 기자】 카카오페이가 금융당국으로부터 보험업 예비인가 허가를 받으면서 빅 테크 기업의 보험시장 진출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제11차 정례회의를 열고 카카오손해보험(가칭)의 보험업 영위를 예비허가했다.

금융위는 보험업법상 허가요건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심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카카오손해보험이 자본금 요건,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경영 요건 등을 모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카카오손해보험의 자본금 규모는 1000억원으로, 카카오페이(60%), 카카오(40%)가 출자자로 참여했다. 보험종목은 보증보험과 재보험을 제외한 손해보험업의 보험종목 전부를 다루는 통신판매전문보험회사(디지털보험사)로 운영된다. 디지털 보험사는 총 보험 계약 건수와 수입 보험료의 90% 이상을 전화나 우편, 컴퓨터 통신 등 통신 수단을 이용해 모집한다.

이번 카카오손해보험의 통신판매전문보험사 예비허가는 신규 사업자로선 처음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과 캐롯손해보험 2개를 디지털보험사로 허가했지만 교보생명 및 한화손해보험의 자회사 형태였다.

금융위는 카카오손해보험이 카카오그룹의 디지털 기술 및 플랫폼과 연계한 보험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익 증진 및 보험산업 경쟁과 혁신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예비인가 허가 배경을 설명했다.

카카오손해보험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사업 계획서에 따르면 카카오손해보험은 ▲상품개발 ▲가입·청구 편의 ▲소비자보호에 방점을 두고 보험시장에 진출할 전망이다.

우선 소비자가 참여하는 DIY보험(Do It Yourself), 플랫폼과 연계 보험 등 일상생활의 보장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지인과 함께 가입하는 동호회·휴대폰 파손 보험, 카카오키즈 연계 어린이보험, 카카오모빌리티 연계 택시안심·바이크·대리기사 보험, 카카오 커머스 반송보험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카카오톡·카카오페이를 통한 보험 간편 가입, 플랫폼을 통한 보험금 간편 청구 및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신속한 보험금 지급 심사 등으로 편의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상담·설명 서비스 제공, AI 챗봇을 활용한 24시간 소비자 민원 대응·처리 등으로 소비자 보호에 힘쓰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후속절차로 본 인가를 마무리하고, 연내 디지털 손해보험사를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중”이라며, “일상 속 위험으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 테크 인슈어런스(Tech-Insurance, 기술과 보험의 합성어) 기반 보험의 새로운 트렌드와 혁신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예비허가와 관련해 지난 2월에 진행한 보험업 경쟁도 평가 결과, ‘집중 시장’으로 경쟁촉진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일반손해보험 시장의 활성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카카오손해보험의 등장은 손해보험업계 시장 판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가진 막강한 회원 수 등 접근성이 용이한 플랫폼 경쟁력을 주목하고 있다.

보험연구원 김규동 연구위원은 카카오손해보험에 대해 “보험사들이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정의했다. 이어 “카카오손해보험이 보험 영업을 시작하면 기존의 전통 보험사 고객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고 보험사들도 이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며 “카카오손해보험은 빅테크 기업 특성상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보험 판매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실제 카카오가 확보한 압도적인 회원 수는 앞으로 출범할 카카오손해보험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꼽히고 있다.

카카오페이 4월 기준 누적 가입자 수는 3600만명으로, 올해 1분기 거래액은 2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9년 49조1000억원, 2020년엔 67조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여기에 지난 2019년 법인보험대리점(GA) 자회사 인바이유를 인수하고 간편 보험 서비스를 운영하며 보험시장 진출을 준비해 온 점 등을 감안하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손해보험업계에서도 거대 금융 플랫폼인 카카오가 보험시장에 미칠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를 보이고 있다. 다만 당장 보험업계를 위협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손해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라는 플랫폼 자체가 워낙 많은 젊은층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고, 채널 접근이 쉽기 때문에 보험 상품을 판매하면 당연히 기존 보험시장에도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대형 손해보험사들도 이미 디지털혁신 등 새로운 보험시장 확대를 위한 시작을 했고, 변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손해보험의 등장이 크게 우려할 만한 이슈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도 “카카오손해보험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라면서도 “아직 시작 단계의 카카오손해보험사가 앞으로 보험사로서 갖춰야 할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한편 카카오손해보험은 6개월 이내에 허가요건인 자본금 출자, 인력 채용 및 물적설비 구축 등을 이행한 후 금융위원회에 본 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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