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식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팬대2: 너라는 세상>을 기획한 구립동대문장애인복지관의 정은아 관장은 “약자 프레임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다름을 인정하고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한다는 목표로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 준비됐을까.

이번 출판 프로젝트 실무를 수행한 정민권 사회복지사는 출판사 선정부터 참여 작가 모집, 프로그램 기획까지 전반적인 기획을 담당했다. <팬대2: 너라는 세상>이 출간과 함께 오디오북과 북콘서트도 준비 중에 있다.

운동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여가생활 중 안타까운 사고로 장애를 겪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누구보다도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비록 수행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깨달음을 얻고 본인 또한 치유 받았다고 한다. 책으로 세상의 변화에 앞장선 그와 팬대 프로젝트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Q.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사회복지사이자 구립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 지역연계팀에서 권익옹호를 담당하고 있는 정민권이라고 한다.

Q. 실무자이면서 장애 당사자라고 들었는데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어려서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유도선수로도 활동했다. 그러던 중 대학교 2학년 때 경추 골절 사고로 장애인이 됐다. 운동만 바라보다 운동을 할 수 없게 되니 당연히 고민이 많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애니메이터, 디자인 강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했고 현재는 사회복지사로서 지역주민과 장애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Q. 포털 인플루언서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활동을 해서 인플루언서가 된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블로그를 운영했더니 인플루언서가 됐다. 특별한 분야를 다루거나 정보를 전하기보다, 개인적인 생각이나 경험을 기록해 놓는 공간이다. 책과 맛집, 여행 장소 등 일상을 소소하게 기록하고 있다.

Q. 기록에 대해 남다른 애정이 있는 거 같다. 이번 출판 프로젝트도 장애인의 이야기를 기록한 거라고.

2017년부터 ‘펜대 프로젝트’를 기획해 수행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좀 거창해 보일 순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장애인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주변인의 생각과 시선을 공유해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로 다름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총 3부 연작으로 기획했다. 1부 <펜대: 나를 찾다>는 장애인 당사자의 시선에서 본 장애, 2부 <펜대2: 너라는 세상>은 장애 가족, 3부 <펜대3: 우리 함께>는 주변인의 시선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게 어떻게 다른지를 알아본다.

Q. 전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

‘장애인식개선’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지기 위해 책 출간과 함께 북콘서트와 오디오북을 함께 기획했다. 이 모든 프로세스를 맡아서 할 출판사를 찾아야 했는데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무작정 메일을 돌렸는데 감사하게도 몇몇 출판사에서 연락을 주셨고, 수많은 미팅 끝에 씨즈온과 함께 하게 됐다. 총 5회에 걸친 글쓰기 교육을 통해 참여 작가들과 소통하는 시간도 갖고 현재는 마무리돼가고 있다. 10월 전에는 책이 출간되지 않을까 싶다.

Q. 장애인 인식에 관해 많이 강조하시는데,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에 일어난 사건을 꼽자면.

대표적으로 강서구공립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장애아동부모들과 주민들 간의 갈등 사건이다. 2017년 장애학생 부모가 비장애인 학생 부모들에게 무릎을 꿇은 사진 한 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장애아이를 낳았다는 이유로 부모가 죄인처럼 고개 숙여야 하는 현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아이를 위한 학교라는 이유로 번번이 설립이 좌절되는 현실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고, 이는 한국 사회의 열악한 복지 현실에 대한 단초로 작용되기도 했다. 이 사건은 차별당하고 배제돼 온 장애인의 교육권에 대한 현실적 문제 제기였다.

Q. 그렇다면 앞으로 장애, 장애인에 관한 인식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장애 당사자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음에도 장애를 느끼지 못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건강한 사회로 가는 궁극적인 목표가 아닐까. 장애인복지법, 발달장애인지원법 등 지속적인 당사자와 장애인 권익증진을 위한 관련단체, 기관, 당사자부모, 가족들의 목소리를 통해 법률발의, 법제화를 통한 실질적인 권익을 증진시키는 과정을 국민들한테 긍정적 측면으로 언론들이 홍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보겠다. 앞서 발간된 1부는 어떤 내용을 다뤘었는지.

지체, 뇌병변, 발달 장애 당사자 8명이 자신의 이야기와 경험을 담았다. 몸을 움직이는 게 자유롭지 못하니 의도치 않게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는 데서 오는 심적 부담감, 주변의 시선 등과 같은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불편함과 심정 등을 솔직하게 담았다. 각자의 사연이 조금씩은 다르지만, 장애는 꼭 극복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일상에서 만들어지는 불편함이라는 공통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장애인을 특별하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름’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는 심정이 그대로 녹아있다.

Q. 출간 예정인 2부 <펜대2: 너라는 세상>는 장애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장애 가족이라고 해서 특별하고 불행한 게 아니라, 여느 가족과 다름없음을 세상에 전하고 싶었다. 흔히 장애 가족이라고 하면 삶이 더 힘들겠다고 생각하곤 하는데, 사실 그렇지 않다. 그들 역시도 희로애락을 펼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가족들과 함께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아이가 부모 말을 안 들어 속을 끓이기도 하는 등 보통의 가정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장애 때문에 삶이 불행한 건 분명 아니라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

Q. 참여 작가를 모집하는 과정은 어땠나.

원래 복지관에서 교육 관련 모집은 잘 안되는 편이라 걱정이 많았다. 아무래도 자신들의 일상을 공유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에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모집 역시도 잘 안 모이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다행히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셨다. 비슷한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 위로를 나누려고 용기 내 주셔서 감사하다.

Q. 큰 용기를 내어 지원한 작가님들의 의지도 남달랐을 거 같은데.

담당자의 입장에서 사실 좀 놀라웠다. 2주에 한 번씩 만나 각자의 글을 읽고 리뷰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몰입도가 갈수록 상당했다. 처음에 좀 낯설기도 하고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주셔서 담당자로서 참 감사했다. 원고도 한 번도 늦은 적이 없다. 보내주신 원고로 교육자료를 준비해야하기 때문에 꼼꼼히 읽어보는데 그때마다 눈물 콧물 범벅이 됐던 기억이 난다.

Q. 출간까지의 과정도 의미있게 와 닿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앞서 얘기했지만,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고개도 못 들고 혼자 훌쩍거렸던 적이 있다. 몇 분의 이야기가 같은 내용이어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참 잘 웃는 분들이라 속상한 상황에서도 그저 웃으며 넘기곤 한다. 그런데 주변에서 ‘속이 없느냐’, ‘웃음이 나느냐’는 말과 안타깝게 쳐다보는 시선에 억장이 무너졌다고 적었더라. 물론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상처 주기 위해 한 말과 행동은 아니겠지만, 당사자의 마음에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인지 아프면서도 기억에 오래 남아있다. 당사자가 아니면 느끼거나 알 수 없는 지점이 있다는 것도 함께 깨달았다.

Q. 반대로 아쉬웠던 점이나 보완하고 싶은 부분도 있을 거 같다.

교육 전날 코로나19 밀접접촉자 발생으로 복지관이 휴관 된 적이 있었는데, 다들 일정을 미루기 어려워 혼란스러워했다. 다행히 모임을 맡아 진행해주신 서아책방 최서아 대표님의 재빠른 판단과 제안으로 외부에서 진행하게 됐는데, 부득이한 경우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다들 바쁜 시간 쪼개서 만나는 모임이니 다음번 진행될 3부에서는 나름의 매뉴얼이 필요할 거 같다. 또 예산 부분을 좀 더 보완해 간식도 지원하고 이후 모임도 지원해 작가분들과 꾸준한 소통을 이어나갔으면 한다.

Q.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점을 말씀해 주신다면.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장애인 자녀를 양육하며 느끼고 체험한 어머님들의 가슴 깊숙한 아픔을 접했다. 또 다른 즐거움, 행복의 일상들을 거침없이 글로 표현하는 마음의 정화, 공감, 공유의 과정을 봤다. 이를 토대로 우리사회에 기대하고 싶은 긍정적인 미래를 예측해보면서 부족하나마 장애인과 그 가족들의 권익옹호의 역할을 복지관이 할 수 있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Q. 향후 진행될 3부는 어떻게 진행할 예정인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당사자의 주변인의 시선을 담고자 한다. 현재 계획은 복지관에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이야기를 담을까 한다. 아무래도 가족 외에 오랜 시간 그들을 봐왔기 때문에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보다는 많지 않을까 싶어서다. 2부가 출간되는 시점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 말씀.

이번 도서를 통해 장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장애인을 보면 무조건 도와줘야만 하고 늘 그들을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또 장애인은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도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생각과 시선은 나와는 다른 사람, 조금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선을 긋게 된다. 그들도 일반인과 다를 거 없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과 시선’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물론 장애인이나 장애인 가족들이 겪는 불편함은 존재한다. 하지만 환경이 다를 뿐 사는 모습은 같다는 걸 늘 생각했으면 한다. 장애인이라고 혹은 그들의 가족이라고 해서 위로의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이제 그만했으면 하는 게 나의 작은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