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경기대학교 박상철 부총장‧정치전문대학원 교수
통합능력 갖춘 사람 대통령 돼야···야당·언론과 대화 필요
文, 탄핵민심 살폈어야···대선 직후 일부라도 개헌해야
이준석은 흡수통일 뭔지 몰라···적대감 해소는 반드시 필요

【투데이신문 윤철순 기자】 지난달 8일. 국회에선 ‘40세 미만 대통령선거 출마제한 규정을 폐지하자’는 여야 청년 정치인들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당시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만 36세의 이준석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을 때였다.(기자회견 3일 후 이준석은 국민의힘당 대표로 선출됐다.)

현행법은 대통령선거 출마 후보자 연령 기준을 만 40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67조 4항엔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있고 선거일 현재 40세에 달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런 생물학적 기준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5천만 국민의 삶과 미래를 5년 동안 책임지며 국가의 명운까지 좌우할 대통령의 ‘진짜 자격’은 어때야하는지. 20대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은 이에 대한 물음이 필요한 때다.

분노의 정치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릴 인물인지. 아니면 국가의 미래와 비전을 올바르게 제시하며 통합과 포용의 시대를 열어 갈 적임자인지.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한 질문은 끊임이 없어야 한다.

정치학자가 생각하는 대통령의 덕목과 자질은 무엇일까. 새로운 국제질서에 걸맞는 차기 대통령에겐 어떤 자격이 필요한지, 경기대학교 박상철(61) 부총장을 만나 그 생각을 들어봤다. 22일 경기대 서울 연구실에서 그를 만났다.

경기대학교 박상철 부총장 ⓒ투데이신문 
경기대학교 박상철 부총장 ⓒ투데이신문 

◇차기 대통령은 통합 능력 갖춰야···文, 탄핵 민심 살폈어야

-펜데믹, 경제, 외교, 북한 등 만만한 게 없다. 특히 코로나 등으로 국제경쟁질서가 재편되며 외교가 중시되고 있다. 차기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하나.

“다음 대통령은 무엇보다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또 야당이나 언론과도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얼마 전 유엔무역개발기구(UNCTAD)는 한국의 위상을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변경했다. 1964년 기구가 만들어진 뒤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는 단지 현 정부만의 성과라고 할 수만도 없다. 오랜 경제발전 등 그동안 쌓여진 한국의 위상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한다. 역대 대통령 누구도 외교능력이 부족했던 경우는 사실 없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지금의 문 대통령까지.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외교를 통해 유엔사무총장까지 배출했다. 문제는 국내 정치권과 언론이 대통령의 외교성과에 대한 평가를 너무 인색하게 한다는 것이다.”

-통합형 인물이어야 한다?

“그렇다.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돼야한다. 경제나 남북문제도 중요하지만, 국민은 통합능력이 있느냐를 중요하게 여긴다. 예전엔 지역주의 갈등구조가 극심했지만, 지금은 보수 진보 간 이념적 갈등이 더 심각하다. 지금까지 모든 대통령은 반대 진영과 소통하지 않았다. 당선 후엔 자기 진영 사람만 썼다. 반대쪽은 공격대상일 뿐이다. 이처럼 정치적 갈등을 상시적으로 안고 있으니 외교성과도 반목과 갈등으로만 비춰지는 거다. 차기 대통령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반대쪽 사람들과도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상대에 대한 공감과 토론능력이 뛰어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말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말을 잘해야 한다. 국민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긁어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여기서 말을 잘한다는 건 국민이 생각하기에 진정성이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의미한다.”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치열하게 전개되던 대선 리그도 현재는 정중동(靜中動) 상태다. 현 시점의 대권 경쟁구도와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내년 대선 결과를 예측한다면?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유를 설명해 달라.

“일단, 민주당은 안정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당이 갈라지거나 할 가능성이 낮다. 반면, 국민의힘은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태다. 물론 민주당 후보보다 더 센 주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현재로선 범 보수 단일후보를 만들 힘이 약하다. 이런 여건은 사실 경선 시작 전에 만들었어야 했다.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끝남과 동시에 준비했어야했는데 지금은 늦었다. 현재 국민의힘을 포함한 야권엔 강력한 주자가 없다. 윤석열 최재형 등이 있지만 야권 단일주자를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다. 총선이면 몰라도 대선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정권재창출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본보와 인터뷰 중인 경기대학교 박상철 부총장 ⓒ투데이신문

◇내년 대선, 이재명 윤석열 양자대결 가능성 크다

-민주당 최종후보로 누가 될 것 같나.

“이재명 후보가 될 것으로 본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최근 이낙연 후보가 선전하고 있지만, 여기엔 이유가 있다. 지금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가 빠지고 있는데, 그게 최재형 전 감사원장 쪽으로 갔다. 민주당 경선과정에서 이재명으로 가야 할지 판단이 안서는 지지자들도 달리 갈 곳이 없다 보니 이낙연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위력은 좀 약한 것 같다. 선거에서 네거티브는 반드시 필패한다. 이회창의 아들 병역문제보다 노무현의 지방분권 공약이, 정동영의 비비케이 공격보단 이명박의 4대강이 더 강력한 어젠더(agenda)로 작용했다. 박근혜도 경제민주화 하나로 문재인을 눌렀지 않았나. 지금 여권에서 무게감 있는 의제를 제시하며 대선판을 끌고 갈 후보가 누가 있나. 이재명 지사 밖에 없다.”

-이재명 후보의 어젠더는 뭔가.

“기본시리즈가 있지 않나. 기본소득을 왜 후순위로 빼는지 모르겠다. 이재명은 패배하더라도 그 어젠더로 가야 한다. 이낙연도 마찬가지다. 왜 ‘신복지’를 얘기 안하나. 이재명을 이기려면 자신만의 대표 의제를 지속적으로 던져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이낙연보다 이재명의 장점이 많다. 현재 이재명의 지지율이 박스권이지만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 본게임 가서 자신만의 의제로 선거판을 끌고 가면 이길 수 있다고 본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2일 국회에서 자신의 핵심 공약인 기본소득 도입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발표했다. 기본소득 지급 시기는 임기가 시작되는 다음해인 2023년부터 전 국민 1인당 연간 25만원을 소멸형 지역화폐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연간 지급액을 임기 내 100만원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19~29세 청년에게는 보편기본소득 외에 추가로 100만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하며 임기 내 매년 200만원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결선투표 변수도 있지 않나.

“민주당 경선이 코로나로 5주 연기됐다. 재충전 기간 동안 각자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할 거다. 그러나 이미 전국적 흐름은 형성돼있다 생각한다. 유권자들은 무섭고 현명하다. 자질도 따지지만, 저쪽과 상대해서 이길 후보인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판단한다. 만약, 이낙연 후보가 골든크로스를 돌파하려면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분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 그래야 양자싸움이 된다. 가능성은 낮지만 정세균 후보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도 있다. 이재명 이낙연 두 사람이 회생 불가능할 정도로 서로를 통해 상처를 입는다면 기회가 올 수도 있다는 거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선을 넘지는 않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대선 경선 일정을 5주간 연기했다. 지역 순회경선을 당초 일정(8월 7일)보다 약 한 달가량 늦춘 9월 4일부터 시작해 10월 10일 끝내는 것으로 결정했다.

-야권 최종주자는 누가 될 것 같나.

“야권은 일단 국민의힘과 나머지로 봐야한다. 윤석열 후보가 드롭(Drop)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론 생각이 다르다. 그 사람 절대 약하지 않다. 현직 검사나 마찬가지인 사람이 정치판에 와서 이정도 버티고 있는 건 대단한 거다. 지지자들 입장에선 ‘혁대’로 쓰자니 그렇고, ‘댓님’으론 넘치는 그런 느낌일 거다. ‘대통령깜’은 될 거 같은데 완주 할 수 있을까에 회의적 생각을 하는 거 같다. 또 경선룰이 어떻게 되느냐도 중요한데, 장외에서 범야 단일화상태까지 지지율을 유지한다면 최종후보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도 후보를 낼 텐데, 홍준표 전 대표를 무시할 수 없다. 국민의힘에 입당한 최재형은 윤석열의 지지율이 빠지면 몰라도 건재하다면 한계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때문에 현 구도에서 예측한다면 윤석열과 홍준표가 범야 양자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

경기대학교 박상철 부총장 ⓒ투데이신문

-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경선참여)은 어떻게 보나.

“입당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김종인 김동연 윤석열 안철수 등 현재의 범야권을 상징하는 인물들의 정치적 힘은 무시할 수 없다. 윤석열 입장에선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의 계산은 국민의힘 경선을 ‘예선전’으로 만든 다음 최종 단일화를 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보면 결국 지지율이 문제다.

“그렇다. 10%후반~20%대를 유지하는 한 다자구도에서는 적은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안 들어갈 거다. 위기가 또다시 올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선 바닥을 친 게 아닌가 싶다. 만일 침체기를 벗어난다면 내년 삼월이 선거니까 올 연말인 12월이나 길면 내년 1월까지도 범야 단일화가 가능하다. 윤석열 입장에선 국민의힘에 들어가서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굳이 1/n 로 사라지느니 장외에서 스톱하는 게 나을 거라 판단하지 않겠나.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입당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국민의힘도 양자구도 땐 박빙싸움이니 서두를게 없다 판단하는 거 아니겠나.

“맞다. 양자구도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양자구도도 어떤 기반 위에 발을 디디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문제는 야권의 결속력이다. 야당이 약해도 범야권이란 탄탄한 협의체가 필요한데, 이걸 경선 전에는 만들어야 한다. 현재로선 구심력이 약하다. 그런 것도 없이 윤석열이 장외서 주저앉으면 국민의힘에도 도움이 안 된다. 야권은 이걸 알아야한다. 세력 확장도 필요하지만, 구심력을 확실히 키워서 원심력을 차단해야한다. 그런 리더십이 없으면 안 된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후보를 내세우고 싶어 할 텐데.

“당연하다. 그러려면 정권교체에 대한 지지자들의 열망도 중요하지만, 그 동력을 끌고 갈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야권지지자그룹 전체를 하나로 묶어서 끌고 가야 하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정권교체는 어렵다고 본다. 물론 경선이 시작되면 달라질 수도 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도 국민의힘에서 후보를 내야 한다는 그런 흐름이 있었다. 그래서 오세훈 시장이 탄생한 거 아니냐. 그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현 상황에선 회의적이라 보는 거다.”

◇문 대통령, 통합정부 구성했어야

-야권 유력주자들이 현 정부 사람들이었다.

“청와대가 야권후보 양성소란 비아냥도 있다. 이런 현상은 임명권자인 대통령에게도 문제가 있다. 인사 실패라 단정할 순 없지만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한편으론 대통령의 인내심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김동연 전 부총리만 해도 청와대 경제참모들과의 마찰 때문에 그만뒀는데, 과연 나가게 두는 게 좋은 판단이었는지는 의문이다. 이견이 있더라도 안고 갔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최재형도 마찬가지다.”

-국민 시선도 곱지 않은 게 현실이다.

“흔히 반사체 발광체 얘기도 하는데, 사실 이해가 안 간다. 반문정서론 그럴 수 있다고도 본다. 그러나 정부의 국정철학과 맞지 않아 공직을 그만두는 것과 대권에 도전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공직에 있다 곧바로 출마하는 풍토는 헌법정신에도 어긋난다. 최재형 같은 경우는 탈원전 때문에 대선에 나선 꼴인데, 국민들이 비웃을까 싶어 차마 그 얘긴 못하는 거다. 왜 정치를 하려는지 얘길 해야지, 반대하던 아버지의 마지막 유언 때문에 출마한다는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이런 사람은 국민의힘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생각한다. 어쩌면 짐이 될 수도 있다. 당내 주자들이 좀 약하더라도 그 사람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하는데, 이상한 판이 만들어졌다. 문 대통령에게도 짐이었다면 국민의힘에게도 짐이 될 거다. 이건 개인 생각이 아니라 공인에 대한 객관적 판단을 언급한 거다.”

경기대 박상철 부총장 ⓒ투데이신문

-유권자가 현명한 선택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각자의 판단대로 투표하면 된다. 대부분의 유권자는 합리적 선택을 한다. ‘이 사람에게 투표하면 나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은 후보를 뽑으면 그게 곧 합리적 선택이다.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굉장히 현명하다. 개인적으로 우리 국민의 집단지성을 믿는다. 내 삶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결과가 국민적 판단인 것이다. 지금까지처럼 각자의 입장에서 최선의 선택을 한 결과가 지금의 대한민국 역사고 현주소다. 이번 선거도 그렇게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문 대통령은 탄핵을 지지한 80% 이상의 국민이 없었다면 당선될 수 없었다. 그런데 탄핵에 참여한 국민은 지역이나 진보 보수 구분이 없었다. 그렇게 탄생한 정부였으니 문 대통령은 통합정부를 구성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대립과 분열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탄핵 민심’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그렇다. 그러나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역시 제도다. 현재의 5년 단임제는 임기 말 권력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보면 언제나 그랬다. 도가 지나칠 정도였다. 대통령 탄핵까지 발생하지 않았나. 결국 사람의 실패가 아닌 제도의 문제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게 5년 단임제의 폐해다. 단임제의 결정적 문제는 국민의 심판권이 없다는 거다. 4년 중임제였다면 어느 정권이든 국민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또 야당과도 그렇게 치열하게 대립하지 않을 거다. 자질도 중요하지만 결국 권력구조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법학전문학자인 박 부총장은 적극적 개헌론자다. 30년 동안 줄곧 개헌 주장을 펼쳐왔다. 그는 이번 대선 역시 개헌을 위한 적기라 주장한다. 여야 합의로 탄생한 지난 1987년 직선제개헌 이후 개헌은 한국정치의 단골메뉴가 됐다. 박 부총장은 이번 선거 때도 여야 유력 대선후보 모두 개헌 공약을 제시할 거라 단언한다. 개헌이 필요 없다 주장하면 표를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공약을 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본보와 인터뷰 중인 박상철 부총장 ⓒ투데이신문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다. 대선에 어떤 영향이 있을 거라 보나.

“역대 정권 말 지지율 통계를 비교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에 도움이 안 될 수도 있다. 진영논리가 지금보다 팽배했던 적이 없었다. 40% 넘는 지지율이 사실 높은 건 아니다. 역대 정권에 비하면 많지만, 그땐 중도층 비중이 컸었다. 그러나 지금은 진영 구분이 너무나 명확하다. 또 이 지지율이 임기 말까지 유지될 거라 생각할 수도 없다. 지금은 냉정하게 봐야 한다. 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청와대 심기를 거스르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현 정부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겠다 하면 당선이 되겠나. 지금 민심은 절반 이상이 정권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이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여당 후보가 대통령과 거리 두기라도 해야 한다는 건가.

“대통령과 가깝다며 높은 지지율에 기대고자 하는 전략을 쓰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다. 경선 참여 선거인단은 일반 국민 비중이 상당히 크다. 그들은 대통령 뽑듯 투표한다. 문 대통령이 잘하는 것과는 다르단 얘기다. 대통령 지지율을 무시할 순 없지만, 유권자들은 후보의 능력을 본다. 대통령 지지율이 보약일 수도 독약일 수도 있다는 거다.”

◇개헌 실패는 ‘욕심’ 때문

-적극적 개헌론자인데, 개헌은 대선 단골 공약이 될 만큼 쉽지 않은 문제다.

“개헌을 집권초기에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새로운 권력을 잡게 될 사람은 누구나 당선 후에 헌법을 바꾸고 싶어 한다. 즉, 자신의 임기만큼은 개헌에 영향받지 않길 원하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지금의 대선 유력 주자들은 개헌에 미온적이라고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국민적 관심이 오르내리니 더 그런 것 같다.

“물론 그런 이유도 있다. 하지만 개헌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면 표를 얻지 못할 테니 이번 대선도 후보들 모두 개헌을 공약할 것이다. 개헌 폭에 대한 각각의 입장만 다를 뿐, 개헌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기 때문에 쉽게 공약할 수 있는 것도 아이러니다.”

-현 정부 초기엔 국민적 개헌 욕구가 상당하지 않았나.

“그렇다. 4.19혁명이나 6.10항쟁 등은 모두 개헌으로 이어졌다. 국민이 직접 정치에 뛰어들어 제도를 바꾼 것이다. ‘촛불혁명’은 사실 이보다 더 거센 국민저항이었다. 여야 보수 진보 영호남 모두가 참여한 전국민운동 아니었나. 이 얘기는 곧 탄핵을 통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 대통령의 권력집중 폐해를 없애 달라는 강력한 국민적 요구, 즉 헌법을 바꿔 달라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초기 개헌에 실패했다. 개인적으론 진보정치에 가치를 느끼는 사람이다. 문재인정부에 대해서도 인색하지 않다. 그러나 개헌실패만큼은 상당히 무능했다 생각한다.”

-실패 이유가 뭐라 생각하나.

“개헌은 다수당이라고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 야당과 대화(협의)없인 안 되는 문제다. 당시 당청이 개헌을 추진하면서 학자들을 앞세워 마치 무슨 권리장전 만들 듯 하는 방식으로 개헌을 하려고 했다. 그걸 보고 ‘저렇게 해선 안 되는데’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 식으로 하면 누가 찬성해주겠나. 촛불민심 초기만 해도 야당이 개헌얘기에 토를 달지 못했을 때다. 8대2로 심판받았는데 어떻게 반발하나. 그때 최소한의 개헌이라도 했어야 했다. 하다못해 대통령의 권력집중 분산 같은 내용만이라도 바꾸고자 했다면 반대하지 못했을 거란 얘기다. 너무 많은 욕심을 부렸다. 그래서 아쉬움이 크다.”

박 부총장은 지난해 출간한 증보판 저서 <정치놈 정치님>에서 2018년 6.13 지방선거 때를 4년 중임제 개헌의 최적기라 주장한바 있다. 그 시기에 헌법이 개정될 경우, 현직 대통령도 5년 임기를 채우는 것은 물론 2020년 21대 국회의원 선거와 2022년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되면 2년 주기로 중간선거와 본 선거가 치러지는 국민심판 사이클을 갖게 돼 실질적 국민주권시대가 열리게 된다고 서술했었다.

박상철 부총장의 저서 ‘정치놈, 정치님’ ⓒ투데이신문

-개헌을 성공시키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한가.

“지난 30년 동안 계속 주장해왔는데, 개헌은 몇 가지가 충족돼야 한다. 시기가 맞아야 하고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라도 최소한의 개헌을 해야 한다. ‘원포인트’ 개헌이라도 하는 게 중요하다. 제헌절에 국회의장이 하는 개헌 주장은 큰 의미가 없다. 개헌 주체는 국회가 아니라 국민이다. 다른 법은 몰라도 헌법만큼은 국민이 정한다. 정치권의 역할은 개헌에 대한 국민 욕구가 발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지금은 워낙 코로나로 힘들고 민생, 정치, 남북문제 등으로 지치다 보니 개헌에 대한 국민관심이 낮다. 대선후보 누구나 개헌을 공약하지만, 모멘텀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선 때 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과 개헌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나.

“개헌을 위한 또 한 번의 기회가 내년이라 생각한다. 여야 후보 모두 개헌을 공약할 텐데, 어떤 걸 바꿀 것이냐가 문제다. 사실 대통령제는 국민에게 권한이 많은 제도다. 유럽의 경우, 정당에만 투표하면 된다. 그러면 정당들끼리 연정을 통해 정부를 운영한다. 그런데 대통령제는 두 가지 권한을 국민이 갖는다.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출이다. 내년 대선 때 국민이 대통령을 뽑으면 초기에 그 힘이 살아 있기 때문에 개헌을 집권 초에 하라는 거다. 그래서 내년이 기회라고 하는 거다. 보수와 진보가 조금씩만 양보하면 충분히 합의할 수 있는 몇 가지가 있을 거다. ‘원포인트’ 방식이든 뭐든. 그 정도만이라도 하라는 거다. 국민은 언제나 권력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 시기 문제일 뿐이다. 내년 아니면 늦어도 후년이 개헌 적기다.”

◇직접민주정치 시스템 도입해야

-정당정치에 대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우리 정당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역사가 너무 짧다는 것이다. 10년을 넘긴 정당이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의 정당역사가 사람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당은 이념과 정책을 통해 지지자들을 묶어내는 결사체로 합법적 보호를 받는 시스템인데, 우리나라 정당들은 그렇질 못했다. 이승만도 혼자 정치하려다 아쉬우니 자유당을 만들었다. 박정희 전두환은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뒤에 그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을 만들지 않았나. 당에서 권력을 만든 게 아니라 권력에 의해 당이 만들어진 거다.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이걸 바꿔야 한다. 조금씩 변하고 있고, 그렇게 되리라 기대한다. 중요한 건 5년 단임제다. 당선 순간 중간에 심판 받거나 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정당이 권력에 종속되는 현상이 생긴다.”

-결국엔 또 개헌과 연결된다.

“그렇다. 현실에 맞는 권력구조로 개편돼야 정당시스템도 정상화된다. 그래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여의도정치, 정당정치와 거리가 먼 사람들을 국민들이 더 좋아한다. 윤석열 이재명 등 아웃사이더들을. 정당역사가 제법 긴데도 현재 야권 어느 정당에 강력한 대권후보가 있나. 이런 결과는 정당들이 대통령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사람도 중요하지만, 제도의 중요성이 더 크다 할 수 있다. 내각제라면 또 다르겠지만, 견제받지 않는 단임제는 손 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하는데.

“이건 굉장히 중요하다. 학자들 중엔 정당정치만 잘되면 선진화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견 일리 있는 말이지만, 그건 한국정치의 문화와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한 거다. 우리나라가 정당정치만 잘된다고 될 나라인가. 실제 고비 때마다 정치의 흐름을 바꾼 건 국민들이다. 직접 참여할 길과 제도가 없다 보니 결국 광장으로 몰려나오는 거다. 국민저항권이 발동된 거다. 그게 4·19혁명이고 6·10항쟁이며 촛불혁명이다. 우리 국민은 지금까지 그렇게 해왔다.”

-제도적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 국민들이 길거리로 나갈 때는 가장 화가 치밀 때다. 늘 최악의 상황일 때만 국민이 나서는 이런 걸 상시적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소환제나 국민발안제 같은 거다.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다. 실제 피부에 와 닿는 제도들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놔야 한다는 거다. 일례로 현 정부가 도입한 ‘국민청원’ 제도는 정치적 의미만 클 뿐 법적 권한이 없다 보니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만약 이걸 국회에서 정식 법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도화하면 그게 곧 국민발안이 되는 거다. 이처럼 국민 실생활에 밀접한 법안들을 주민들이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면 광장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 이런 방식을 제도화해나가면서 정당정치를 개선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정당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정치 시스템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도록 제도화시키자는 얘기다. 우리 빼곤 대부분의 나라가 그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스위스는 기본소득제도도 주민투표로 정한다.”

지난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18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오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은 흡수통일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것 같다

정치전문대학원에서 북한학 주임교수 역을 겸하고 있는 박 부총장은 현재 ‘통일교육선도대학추진사업단’을 이끌며 북한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그는 대북정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말 역할과 차기 대통령의 과제에 대해서도 기탄없는 의견을 피력했다.

-통일에 대해서도 할 얘기가 많을 것 같다.

“우리 헌법에도 남북 평화통일이란 문구가 있다. 통일에 대한 개념은 생각과 방식이 서로 다를 수 있다. 통일 문제를 허황되게 말하면 해결이 안 된다. 미국의 바이든 정부, 민주당 정권은 남북문제나 동북아정책에 상당히 원칙적이고 빡빡하다. 아시아지역에서 패권을 놓지 않으려 한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미동맹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 보수진영은 ‘봐라 미국이 우릴 도와주려고 하는데 진보들은 왜 한미 사이를 벌리려고 하냐’ 그런다. 그런 차원에서 문대통령의 중간자 역할 노력이 필요하다.”

-통일을 꼭 해야 하나?

“통일 여부와는 별개로, 통일에 가까운 상태까진 가야 한다. 적대 관계는 벗어나야 하지 않나. 공존을 위한 적대감 해소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려면 대화도 필요하고 상호 실체도 알아야 한다. 그런 후엔 합치자거나 평화공존하자 할 수도 있다. 최소한 적대감을 해소해 전쟁이나 무력충돌은 제로로 만들어야 한다. 그건 우리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한반도에 전쟁분위기가 고조되면 누가 투자하고 여행을 오겠나.”

-차기대통령의 대북정책 방향은.

“아마 문재인 정부 초기 때처럼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큰 틀에선 제한적일 수 있다. 예전처럼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하나씩 풀어가야 한다. 그게 답이다. 평범하게 가는 게 오히려 실용적 남북관계를 끌고 가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자신을 ‘흡수통일론’자라 했다.

“공당의 대표가 흡수통일을 얘기하면 어쩌란 말이냐. 그는 흡수통일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다. 흡수통일은 북진통일과 같은 의미다. 흡수통일 방법은 두 가지다. 전쟁을 통해 소멸시키거나, 아니면 붕괴다. 붕괴시키려면 민란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 이게 요즘 시대에 맞는 의식이냐. 그는 지금 북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 같다. 흡수통일 아니라도 우리에게 불이익 없이 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걸 모른다는 건 공부가 안된 거다. 그저 머릿속에 흡수통일이란 단어만 있는 거다. 이준석 대표는 당의 모든 사안에 관여해선 안 된다. 본인의 장점분야에 집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당내 세력과 상의해야 한다.”

70여 년 전 전쟁의 참화를 이겨내며 비상(飛翔)한 우리의 저력은 이제 국제무대에서 ‘선진국’ 지위까지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진행형인 펜데믹은 우리를 또 다른 경쟁구도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현대의 5년은 결코 길지 않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지구촌 환경에서 경제, 외교, 북한 등 무엇 하나라도 삐끗하면 우리의 운명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8개월 후면 우리는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누가 우리의 5년을 책임질 수 있는 인물인지를. 그 현명한 판단을 위해 남은 시간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질문하고 확인해야 한다. 그것만이 우리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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