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주 일반 청약에 증거금 57조원 몰려...경쟁률 181대 1
상장까지 공모가 고평가 논란, 대출심사 지연 악재 등 변수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하는 시민들ⓒ뉴시스
카카오뱅크 공모주 청약하는 시민들ⓒ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주식시장 상장을 앞두고 고평가 논란과 대출 심사 지연 등 악재에도 공모주 청약을 마무리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7일 마감된 카카오뱅크 공모주 일반 청약에 몰린 증거금은 57조7891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번 일반 청약 공모가는 3만9000원.

KB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현대차증권 등 4개 증권사에 들어온 청약 건수는 186만43건, 최종 통합 경쟁률은 181대 1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의 증거금은 앞서 진행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80조9000억원)나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억원)에는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다만 중복청약이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나름 선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 청약을 마무리한 카카오뱅크는 다음 달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상장 위한 첫발, 기업가치 거품 논란 과제 여전

하지만 공모가 거품 논란 등 악재로 상장 이후에도 기업가치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에서는 강력한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경쟁력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시중은행과 비교했을 때 몸값이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공모가 거품 논란도 지속돼왔다. 공모가 기준으로 평가한 카카오뱅크 시가총액은 18조원을 넘어선다. 이에 따른 주가순자산비율(PBR) 3.3배로 상장은행 평균 PBR 0.37배에 비해 8.9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와 관련해 증권가에서도 높은 몸값에 대한 우려는 지속됐다.

청약 첫날 증권가에서는 이례적으로 카카오뱅크 공모가가 너무 높아 향후 주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매도의견’을 담은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다.

김신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6일 보고서를 통해 “상장은행 PBR이 심각한 저평가 상태임을 감안해도 카카오뱅크 프리미엄은 과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뱅크의 적정 목표가 또한 2만4000원, 적정 시총은 11조3000억원 수준으로 봤다.

김 연구원은 “향후 시장예상치를 상회하는 이익을 지속해서 창출해야만 추가적인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나 플랫폼을 활용한 비이자이익 확대, 높은 대출 성장 지속, 검증된 신용평가시스템을 활용한 리스크 관리 등 보여줘야 하고, 실현하기도 쉽지 않은 과제가 많아 주가 급락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지난 19일 보고서에서 “향후 주요 인덱스 편입에 따른 자금 유입까지 고려하면 상장 직후 비이성적인 주가 흐름도 충분히 연출될 수 있다”고 분석하며 카카오뱅크의 적정기업가치를 공모가 기준 하단인 15조5000억원으로 평가한 바 있다.

또 청약을 앞두고 불거진 대출심사 지연 사태도 향후 기업 역량 평가와 관련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JTBC>는 최근 카카오뱅크에 전세대출을 신청한 뒤 부결 통보를 잔금 치르기 하루 전에 통보하는 등 심사가 지연되는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출 심사가 3일 이내에 이뤄진다는 카카오뱅크의 안내와 달리 전세대출 심사가 길게는 3주가량 지연되는 일이 발생했다. 그 결과 잔금일 4일 전, 심지어 하루 전 부결 통보를 하거나 잔금 치르기 하루 전 대출신청자에게 추가 서류를 요구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청자들이 대출 심사 지연으로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전세계약금 날리고 위약금까지 물 수 있다.

대출심사 지연 사태, 소비자관리·역량평가 영향 미칠까

금감원도 카카오뱅크에 대출 심사 지연 경위를 묻고 대출 신청 건수 제한, 대출 가부 결정사항을 신속하게 통지하라고 구두 조치했다. 아직 계약금 손실 등 직접적인 피해 민원이 확인되지 않아 금감원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 단계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3일 내 심사 완료’ 안내 문구와 관련해 허위광고 제재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기본적인 대출 업무 과정에서 고객 불만이 속출하면서 이번 지연 사태가 카카오뱅크의 업무 역량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상장을 추진하면서 전월세 대출 100% 모바일, 완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 출시 등을 주요 경쟁력으로 소개한 바 있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는 지난 20일 열린 기업공개(IPO) 관련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전월세보증금담보대출 경험을 살려 고객이 편리한 주담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연내 전월세 대출 100% 모바일, 완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카카오뱅크 측은 전세대출 수요 급증에 따른 일시적인 지연으로 시스템 차원의 누적된 문제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최근 청년전세대출 한도 인상으로 갑작스럽게 대출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발생한 일시적 지연 사태”라며 “현재 빠른 속도로 해소 중이고 충분히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연사태에 대한 피해 보상 등에 대해서는 “우선 피해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며 “피해가 확인되면 합리적인 대응 및 대책을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기업가치 거품 논란에 대해서는 “공모가에 대해서는 시각에 따라 다양한 생각이 존재할 수 있는 만큼 따로 입장을 낼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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