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승수 작가<br>글 써서 먹고삽니다.<br>​​​​​​​와인으로 가산 탕진 중입니다.
▲ 임승수 작가
글 써서 먹고삽니다.
와인으로 가산 탕진 중입니다.

‘경제민주화’와 ‘분단구조 극복’. 우리 사회가 진보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불평등과 사회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절실하며, 동아시아의 평화 공존과 공동 번영에는 ‘분단구조 극복’이 필수다. 현 정부가 정의롭고 진보적인지, 수구적이고 퇴행적인지는 이 문제를 다루는 태도와 방식으로 가늠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문재인 정부의 이번 이재용 가석방과 한미연합훈련 실시는, 입으로는 개혁과 진보 운운하는 이 정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며 부정부패 범죄자의 안위를 배려할 수는 없으며, 분단구조를 극복하고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겠다면서 북한을 위협하는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사람들의 기대와는 달리, 이 정부는 어느덧 우측으로 전력질주 중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누군가의 정치적 결정은 그 당사자의 이해관계와 선호도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재용을 풀어줬다는 것은 그들의 이해관계가 노동자 서민보다는 재벌 쪽에 가깝다는 의미다. 남북교류협력이 아니라 한미연합훈련을 선택한 것은 그들의 마음이 민족공조가 아니라 외세공조에 있다는 뜻이다. 소수 재벌의 힘이 강해지면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해지고, (한반도의 갈등과 위기가 증폭될수록 이득을 얻는) 미국의 입김이 강해질수록 남북교류협력과 평화통일의 경로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계산기를 두들겨 재벌과 외세를 선택했다. 이것이 바로 정권 유지에만 혈안이 된 문재인 정부의 기회주의적 본질이다.

솔직히 저들이 비정규직 노동자, 코로나로 망해가는 소상공인, 미래가 암울한 청년들에게 이재용과 미국 대하듯이 하는 걸 본 적 있는가? 오히려 7월 3일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최대한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한 민주노총의 위원장에게는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번 출퇴근 지하철과 버스를 보라. 콩나물 시루 같은 그곳에 제대로 된 방역이 존재하는가? 자본가의 지시로 노동자가 출퇴근할 때에는 그렇게 방역에 둔감하면서, 노동자가 자신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서 자본과 정권의 불법 부당한 행태에 항의하면 제아무리 방역수칙을 지켜도 불법 집회라며 탄압한다. 이게 내로남불 아니면 뭐가 내로남불인가. 조국 사태 때부터 지금까지 이 정부는 초지일관 내로남불이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일부다. 세 치 혓바닥으로 무슨 말인들 못 하겠는가. 정치인들의 거짓말에 한두 번 속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비관적인 것은, ‘공정’을 자신들의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던 그 젊은이들이 이재용의 가석방 앞에서는 쥐죽은 듯 조용하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사회적 소수자, 장애인에게는 서슴없이 들이대던 ‘공정’의 잣대가 정작 재벌권력 앞에서는 쿠크다스 과자처럼 단숨에 부러진다. 삼성에서 자신을 안 뽑을까 봐 두려운 것인가? 이재용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그 공정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이재용 가석방 70% 찬성의 여론 앞에 그저 장탄식만이 나올 뿐이다. 정말 후안무치한 사회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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