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미문 당 대표와 대선주자 싸움, 그 끝은
두 사람의 갈등이 이준석 vs 원희룡 구도로
지지층은 고개 절레절레, 정권교체 의지 상실
외곽서 안철수 “어흥”, 꼬여가는 야권 단일화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대선 경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역사적으로 보여주지 못한 장면을 보여줬다. 그것은 당 대표와 대선주자 간의 싸움이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당 대표와 대선 주자 간의 치열한 신경전은 어느 대선 경선에서도 볼 수 있는 흔한 장면이지만 ‘녹취록’까지 까면서 갈등을 보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게다가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대표가 최고위원들에게 ‘조심하라’고 경고를 했고, 이에 최고위원이 당 대표를 향해 ‘경고한다’고 발언을 하는 등 그야말로 ‘아사리판’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월 13일 국민의힘을 ‘아사리판’이라고 묘사한 적이 있었다. 그 단어가 다시 꺼내지는 분위기다. 대선 경선 버스가 8월말 출발을 하는데 대선 주자들은 당 대표를, 당 대표는 대선 주자를 향해 공격을 가하는 그런 진귀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대선 경선을 앞두고 있으면 대선 주자들이 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대선 경선이 되게 하기 위해서 당 대표를 공격하는 경우가 매번 발생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당 대표는 침묵을 한다. 왜냐하면 당내 분란을 만들게 되면 대선 경선은 흥행 참패를 하게 되고, 정권을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당 대표는 이른바 ‘부처’가 된다. 묵언수행을 한다. 당 대표는 대선 선거관리위원회를 만들고, 대선 경선 관리를 선관위에 맡긴다. 그리고 뒤로 살짝 물러나서 당무에만 전념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선관위에 물러났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선 경선에 당 대표가 개입을 해왔다. 당 대표는 직접적이면서 공개적인 발언을 자제하고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는 셈이다. 반면 대선 주자들은 직접적이면서 공개적인 발언을 통해 당 대표의 역할을 가급적 축소를 시키려고 한다. 이에 당 대표와 대선 주자들 간의 갈등이 대선 경선 때마다 표출되지만 한쪽은 싸움을 걸고, 또 다른 한쪽은 싸움을 피하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갈등이 봉합된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 모습은 당 안팎에서 걱정된다는 분위기다. 정권교체의 표상이라고 일컫는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 깃발 아래 모여 정권교체를 이루자’고 외쳤고,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준석 당시 당 대표 후보는 ‘경선 버스 8월 출발’을 외쳤다. 그리고 당 대표가 된 이후에도 경선 버스는 예정된 시간표대로 출발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입당을 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입당을 했다. 하지만 덩치가 커진 만큼 잡음이 크게 들렸다. 문제는 이런 잡음은 통상적으로 대선 경선이 다가오면 대선 주자들끼리의 공방에 의해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힘의 상황은 당 대표와 대선주자들간의 충돌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당 대표가 대선 주자를 저격하고, 대선주자가 당 대표를 비난하는 등 그야말로 정권교체를 준비하는 정당인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숨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당 대표와 대선주자 간의 싸움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통상적으로 당 대표는 대선 경선 관리를 위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은 것이었지만, 이준석 대표는 계속해서 자신의 정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당무를 보는 것을 넘어 킹메이커 역할을 하려고 하다보니 대권 주자들로부터 견제를 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이 대표가 자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준석과 윤석열 신경전

사건의 발단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 신경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입당 전부터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신경전이 거셌다. 그 거센 신경전은 윤 전 총장의 입당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대표는 윤 전 총장과의 치맥 회동에서 만약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면 미리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입당을 이 대표에게 알리지 않았고, 이 대표가 지방 일정을 소화하는 날 전격적으로 입당을 했다. 이 대표 측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 나쁜 상황이었다. 그러다보니 윤 전 총장에 대해 탐탁찮게 생각하게 됐다. 또한 이 대표가 경선준비위원회를 통해 자꾸 대선 주자들을 컨트롤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당 행사에 대선 주자들을 대거 동원한 것이다. 당 지도부의 자원봉사활동에 대선 주자들을 동원하려고 하자 윤 전 총장을 비롯해서 일부 대선 주자들이 반발을 했다. 또한 경선준비위원회가 토론회를 준비하려고 하자 경준위의 역할을 넘어선 것이라면서 반발했다. 사실 경준위는 경선 일정 등을 준비해야 하고, 토론회 등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추진해야 할 내용이다. 그런 점을 살펴보면 경준위가 월권행위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윤 전 총장 측은 경준위가 월권행위를 했다고 지적했지만 그것은 결국 이 대표를 향한 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계속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준석 대 원희룡’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습이다. 발단은 이 대표가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통화를 했는데 통화 과정에서 ‘저거 곧 정리된다’는 발언을 했다는 사실이 김재원 최고위원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저거 곧 정리된다’에서 ‘저거’가 ‘윤 전 총장’이라는 것이 김 최고위원의 주장이었고, 이는 원 전 지사가 그렇게 들었다고 폭로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곧바로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저거’란 자신과 윤 전 총장의 ‘갈등’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즉, 갈등이 곧 정리가 된다는 뜻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 전 지사는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가 이야기한 ‘저거’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맞다면서 윤 전 총장이 정리가 된다는 의미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 대표는 “딱하다”면서 더 이상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원 전 지사도 “딱하다고 밝힌 것은 결국 ‘저거’는 윤 전 총장이 맞다는 것을 이 대표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면서 더 이상 대응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와 원 전 지사가 더 이상의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는 이상 공방은 소강상태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당의 내분은 시작됐다. 선거관리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서병수 의원이 당을 흔들지 말라고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을 향해 경고를 했지만 의원들은 오히려 이 대표가 당을 흔들고 있다면서 당 지도부를 향한 맹비난을 가했다. 게다가 지난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자신을 향해 공격하는 일부 최고위원들을 향해서 “정신차려라”며 경고를 하자 배현진 최고위원이 “나도 경고한다”면서 맞받아쳤다. 그야말로 막후 설전은 극에 달했다. 이 대표가 전방위적으로 ‘정적’을 만들어 내고 있고, 그것이 국민의힘을 위기에 내몰리게 하고 있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선 주자들끼리 네거티브 공방 등으로 인해 감정싸움이 벌어지고 이에 당 대표가 중재에 나서는 경우가 있었지만 당 대표가 직접 갈등의 중심에 뛰어든 사례는 이 대표가 처음이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선이다. 그만큼 이 대표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런 갈등은 앞으로 더 증폭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왜냐하면 아직 경선룰이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 대표와 대선주자들 간의 갈등은 ‘전초전’에 불과하다. 앞으로 대선 경선 룰을 선정하는 것을 두고 엄청난 신경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것은 국민의힘을 뿌리채 흔들어버리는 엄청난 사건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 ⓒ뉴시스

당내 갈등은 폭발

핵심은 이 대표가 제3자가 돼서 대선 경선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 대표가 대선 경선의 주인공이 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선 경선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당 대표의 역할에 대해 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결국 이 대표를 당 대표로 인정하지 않아서 빚어진 참사라는 이야기도 있다. 이는 지난 전당대회부터 계속 제기돼 왔던 문제다. 36세 젊은 당 대표가 탄생된 것은 국민의힘으로서는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당 주도권을 놓고 볼 때 당의 중진들로서는 ‘새파랗게 어린’ 당 대표가 당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이준석 vs 윤석열의 갈등과 이준석 vs 원희룡의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는 내년 대선뿐만 아니라 내년 지방선거와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단순히 ‘정권교체’ 깃발만 본다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문제이지만 ‘정권교체’라는 산을 정복했다면 그 다음에는 ‘지방선거’라는 산이 가로막혀 있다. 이 대표나 중진으로서는 내년 지방선거도 함께 치러야 한다. 즉, 당의 주도권을 상대에게 빼앗길 수 없는 그런 문제이다. 중진의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단순히 바지사장 정도로 머물러있기를 원하지만 이 대표는 ‘바지사장이 절대 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충돌이 불가피하다. 다시 말하면 서로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이 다르다. 물론 정권교체를 위해서 어깨동무를 하고 앞으로 나아가지만 뒤로는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이준석 탄핵론도 나온다. 명분은 ‘이대로 가면 정권교체가 힘들기 때문에 당 대표에서 내려오거나 아예 당무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 선대위원장인 신지호 전 의원이 탄핵론을 꺼내든 것이 단순히 나온 말은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의 시선이다. 다만 실제로 탄핵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결국 핵심은 이 대표가 당 주도권을 상실하는 수준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 운신의 폭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다. 11월 9일 대선 후보가 결정되면 대선 후보가 당무까지 관리를 하고, 그것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이 대표의 권한을 대폭 축소시키는 그런 방안으로 가야 한다. 그러다보니 당 대표와 대권 주자가 충돌하는 양상을 빚어내고 있다. 문제는 이 대표가 호락호락하게 당하는 존재는 아니라는 점이다. 이 대표의 목표는 ‘킹 메이커’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시간은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차피 중진들은 언젠가는 물러나게 되고, 자신의 시간이 다가오게 된다는 것이다. 그 발판을 마련하려면 결국 내년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도 자신의 영향력을 넓혀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년 대선에서 킹 메이커 역할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방선거까지 영역을 넓히는 그런 과정을 밟아나가려고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당 대표와 대권주자의 충돌이 이어지는 것이다.

경선 버스는 과연

이런 충돌에 대해 정치권 안팎에서는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왜냐하면 이 대표나 대권 주자들은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이 오래 가게 된다면 결국 전략적 휴전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이 대표와 원 전 지사의 ‘저거 곧 정리된다’ 공방이 소강상태에 빠졌다. 녹취록 등을 공개하면서 극단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측될 정도로 위기 상황이었지만 더 극단적으로 나아갈 경우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소강상태에 빠졌다. 다만 그것은 소강상태에 빠졌을 뿐이지 갈등은 언제든지 표출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지지층의 분열이 연결된다는 점이다. 당 대표와 대권주자의 갈등이 지지층으로 하여금 초조하게 만들거나 정치를 외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벌써부터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당 대표와 대권 주자의 갈등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것이 지지층의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제3영역에서 대권 독자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보수층이 분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가운데 당 대표와 대권 주자들이 갈등을 보이면서 그야말로 아사리판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결국 대선 경선 국면에 들어가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심한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근 입당한 윤 전 총장·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과 기존 대선 주자들과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들의 갈등을 중재해줄 당 지도부가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정치적 경륜이 부족하다보니 지금의 시련이 닥치고 있는데 대권주자들 간의 갈등을 제대로 봉합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힘 미래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 국면에 들어가면 지금의 갈등은 그냥 애교 수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이에나’라고 표현되는 대권 주자들과 ‘굴러온 돌’의 충돌은 지지층 분열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아사리판을 교통정리해줄 어른이 없다면 국민의힘은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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