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롯데쇼핑이 2995억원을 투자해 국내 1위 가구·인테리어업체인 한샘 지분 인수에 참여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리빙 브랜드를 새롭게 품은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유통가 빅3의 삼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롯데는 한샘 인수로 리빙 시장뿐 아니라 기존 사업들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한샘 경영권을 인수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2995억원을 출자해 단일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한다. 추후 IMM PE는 한샘 경영을, 롯데쇼핑은 유통·판매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쇼핑이 이번 투자를 통해 한샘의 지분 약 5%를 확보하게 되면 리빙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된다. 기존에 ‘현대리바트’를 운영하는 현대와 ‘신세계까사(구 까사미아)’를 거느린 신세계에 이어 백화점 3사가 리빙 경쟁에 나서게 되는 셈이다. 

업계 2위인 리바트는 지난해 매출 1조3846억원을 기록했으며, 같은 해 매출 1633억원을 기록한 신세계까사는 성장률이 전년 대비 38%에 달한다.

롯데쇼핑의 한샘 인수 배경으로는 리빙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가 꼽힌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가구·인테리어 시장은 지난해 41조5000억원 규모에서 올해 60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가 유통을 넘어선 새로운 미래 먹거리를 찾아야 했다는 점도 지목된다. 지난 6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물러나기도 했던 롯데쇼핑은 주력 사업 분야인 유통에서 기대만큼 힘을 쓰지 못했다.

롯데쇼핑 전체 매출의 18.5% 비중을 차지하는 백화점 사업부는 지난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7210억원, 영업이익 62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2%, 40.9%가 늘었지만 같은 기간 경쟁사인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의 매출이 각각 67.2%, 1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이처럼 새로운 먹거리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다가온 시점에서, 롯데가 한샘과의 다양한 협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인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 1위인 한샘은 공간을 구성하는 가구·가전·건자재 등을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는 것에 특화된 만큼, 유통 뿐만 아니라 가전과 소재, 건설 분야까지 다방면에서 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롯데쇼핑은 한샘과 이미 다양한 체험형 매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6월에는 동부산 관광단지 오시리아 테마파크에 롯데쇼핑 최초의 리빙 전문관 메종동부산을 열었다. 유사한 매장을 전국 50여곳의 롯데백화점·아울렛으로 확대한다면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샘의 인테리어 패키지 상품에 포함되는 가전 등을 롯데하이마트의 가전이나 렌탈 부문과 연계하는 방안도 있다.

건자재 및 건설 분야에서의 기회도 있다. 롯데그룹 내 롯데첨단소재의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 수 있고, 롯데건설 등 주택사업 부문과도 연계성을 가진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추후 한샘과의 협업으로 인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상품 경쟁력의 강화와 차별화된 공간 기획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비단 유통 분야 외에도 건자재·건설 등 여러 사업 분야와 한샘의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는 한샘 인수에 헤지펀드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상황이다. 최근 한샘 2대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 테톤캐피탈파트너스엘피는 이번 인수에 대해 반대 입장을 표하며 법원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법원이 해당 가처분을 인용할 경우 실사가 중단되고 연말 진행될 최종 인수합병 또한 지연될 수 있는 만큼, 해당 이슈 해결 여부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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