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 피아니스트 서혜경, 데뷔 50주년 기념 스페셜 콘서트
난해한 테크닉으로 알려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협연
한국인 최초 부조니 최고 수상 영예...“백건우 처음이라 보도돼 놀라”
관객 심금 울리고, 아픈 곳을 치료해 주는 피아니스트로 남길 기대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17일 오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데뷔 50주년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다미 기자】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1세대 대표 피아니스트 서혜경(61)이 오는 26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러시아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작곡가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을 선보이는 스페셜 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를 기념해 서혜경은 17일 예술의 전당에서 데뷔 50주년 기념 앨범 발매 및 공연 개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건반 위의 여제’ 서혜경은 1980년 20세에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이탈리아 부조니 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최고상(1위 없는 2위)을 수상했다. 풍부하고 개성 넘치는 음색의 소유자로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로맨틱 스타일 피아노 연주의 계보를 잇고 있다.

5세에 피아노를 처음 치기 시작해 1971년 7월 11살 나이로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단)에서 열린 국립교향악단(현 KBS교향악단)과 협연 무대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연주하며 데뷔했다.

‘러시아 음악 스페셜리스트’로 불리기도 하는 서혜경은 ‘88 서울올림픽’ 문화축전 기간 중 처음 내한한 모스크바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펼쳤다. 이 공연은 냉전 이후 굳게 닫혔던 러시아와 문화예술의 최초로 교류였던 기념비적인 공연이었다.

이후 이듬해 내한공연에서 모스크바필하모닉은 다시 서혜경을 다시 초청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했으며, 이 공연을 기점으로 한국과 러시아 문화예술 교류의 한 획을 그었다.

2010년에는 여성 피아니스트로서 최초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전곡 앨범과 차이콥스키 피아노협주곡 전곡 앨범을 도이치그라모폰(DG) 레이블로 출반했고, 2015년에는 스크랴빈 타계 100주년 기념 리사이틀을 개최했다.

이번 ‘라흐마니노프 스페셜 콘서트’에서 러시아와 인연이 있는 20대 후대 피아니스트 2명과 함께 무대에 오를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 피아니즘’의 거장으로 불리는 엘리소 비르살라제의 제자인 차세대 피아니스트 윤아인(25)과 16세에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3위를 수상한 러시아 출신 신예 다니엘 하리토노프(23)와 함께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강남심포니 여자경 상임지휘자가 이끄는 유토피안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도 함께 연주한다.

장대한 길이와 난해한 테크닉으로 일명 ‘코끼리 협주곡’이라 불리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혜경은 데뷔 50주년 소감과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의 위상과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후배들에 대한 축하 인사를 전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서 음악에 인생이 묻어나고 깊어지는 것 같다”며 “(후배들이) 매우 자랑스럽고 흐뭇하다. 콩쿠르라는 게 3위 안에만 든다면 다 같은 1위라고 생각한다. 국제 콩쿠르 대회가 디딤돌이 돼 세계로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스폐셜 콘서트에서 라흐마니노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그는 2006년 1월 유방암 판정을 받고 1년 6개월 동안 투병생활을 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서혜경은 “암 치료 1년 6개월 동안 피아노를 전혀 못 치고, 오른쪽에 암 두 덩어리가 있어 오른쪽 팔을 못 쓰는 피아니스트가 되는 줄 알았다”며 “암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우울증을 겪었다”며 “라흐마니노프 노래는 어려운 노래로 에베레스트산처럼 정복해 보고 싶은 노래다. 특히 3번은 너무 어려운 곡이다. 피아니스트들에게는 제일 도전해 보고 싶은 곡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독 러시아 작곡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러시아의 정서에는 민요가 섞여 나온다. 이것은 한국의 한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화음이 수시로 바뀌고 슬픔이 묻어나온다”고 전했다. 

항간에 떠도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와의 부조니 콩쿠르 최초 최고 순위 논란에 대해서는 “제가 한국인 최초 1위 없는 2위 수상자로 알고 있다. 동양인에게 1등을 안 주기 위해 차별이 심했던 시절이다. 막판에 1등 없는 2등으로 최고 우승을 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백건우씨는 1969년 금메달(특별상)을 수상하신 걸로 알고 있다. 모 언론사에서 백건우씨가 최초라고 보도해 놀랐다. 사실이 아니니 밝혀질 거라 생각하고 신경 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혜경은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서혜경은 “음악은 산소와도 같다. 56년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 연주와 음악 연구를 좋아한다. 피아노는 바로 나 자신이다. 피아노 없는 인생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끝으로 “성악가처럼 노래하듯이 연주하며 관객의 심금을 울리고 아픈 곳을 치료해 주고 인생을 표현하는 피아니스트로 남고 싶다”며 “건강만 유지가 된다면 120살까지 피아노를 치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