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반응 보이는 그들, 무엇에 분노하는가
직장인들, 50억원 수령에 분노 넘어 허탈함으로
대학생들은 조국 사태와 달리 별다른 반응 없어
결과의 공정성보다 절차의 공정성 따져

곽상도 무소속 의원 ⓒ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인 화천대유로부터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원의 주인공 곽상도 무소속 의원 아들에 대한 사회적 분노가 크다. 하지만 그 분노는 주로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반면 조국 사태 당시 분노했던 대학생들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너무 상반된 반응이라는 것이 대다수 여론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표창장 조작 논란에 분노하던 그들이 왜 곽 의원 아들 논란에는 침묵하고 있을까.

2년 전 대학생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표창장 조작 의혹에 대해 분노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캠퍼스에서는 조 전 장관을 규탄하는 규탄대회가 끊이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을 불공정의 아이콘으로 생각하고 그에 대한 규탄대회를 연 것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곽상도 무소속 의원의 아들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곽 의원 아들이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인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생들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너무나 확연히 다른 반응에 놀랐다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인들은 분노

오히려 직장인들은 분노하고 있다. 자신이 아무리 뼈 빠지게 회사에서 일을 하고 퇴직을 해도 ‘50억원’이라는 퇴직금은 가당치 않다는 현실과 비교해서 분노를 넘어 자괴감과 허탈감에 빠져 있다. 퇴직금 50억원은 자신과 직접 비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직장인들로서는 분노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곽씨가 받은 퇴직금 수령액과 국내 주요 대기업 임원들의 퇴직금 수령액을 비교하는 표가 올라왔다.

30대 대리가 재벌 그룹 최고경영자(CEO)와 견줘도 결코 손색이 없는 액수의 퇴직금을 받은 것이다. 이런 것이 직장인들에게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이번 사안에 대해 조용한 편이다.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불과 2년 전 조국 사태 당시 들끓었던 학생들의 여론은 이번에는 아예 찾아보기 힘들 정도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선택적 분노’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학생들이 도덕적 기준을 야권에는 관대하고 여권에만 엄격하게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이는 20대의 보수화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문재인 정부를 지나면서 청년들이 보수화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젠더 갈등에서 페미니즘에 손을 들어주면서 20대 남성이 페미니즘에 대해 배척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그러다보니 페미니즘을 내세운 진보 진영보다 보수 진영에 눈을 돌리게 됐고, 이에 국민의힘에 관심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박근혜 탄핵 터널 지난 국민의힘

더욱이 국민의힘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터널을 지난 모습이다. 더이상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지 않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진보 진영에 각종 특혜와 비리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굳이 진보를 지지할 이유가 사라졌다. 이러한 생각은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바뀌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아닌 보수 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학생들이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는 것을 설명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그것은 학생들이 ‘절차의 공정성’을 따지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조 전 장관 딸의 경우에는 입시제도에서 ‘절차의 공정성’에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면, 곽 의원 아들은 ‘결과의 공정성’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곽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 들어간 과정에 대해 분노하기 보다는 상상하기 힘든 금액의 퇴직금을 받은 결과에 대해 자신들과 비교해서 공정하지 않다고 분노한다. 하지만 대학생들에게는 퇴직금 비교와 같은 ‘결과의 공정성’보다는 ‘절차의 공정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따지는 것이다.

즉, 만약 곽 의원 아들이 화천대유에 입사할 수 없을 정도의 자격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버지라는 뒷배경으로 화천대유를 입사했다면 대학생들은 크게 분노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쟁 사회 그 속의 대학생들

이는 취업 전선과 맞물린다. 취업이 하늘에 별따기가 되면서 대학생들로서는 결과의 공정성을 따지기 보다 절차의 공정성을 따진다. 만약 화천대유가 ‘대기업’이었고, 곽 의원 아들이 아버지의 뒷배경으로 화천대유에 입사를 했다면 그에 따른 학생들의 분노는 봇물터지듯 솟구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은 온힘을 다해 노력했는데도 취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인데, 아버지의 뒷배경으로 무임승차 취업을 한다면 취업준비생인 학생들이 느끼는 허탈과 자괴감은 어마어마한 분노로 이어질 것이다. 다시 말해 곽의원 아들이 받은 퇴직금 50억원이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는 화천대유를 어떻게 입사를 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되는 셈이다.

이미 취업한 직장인들은 자신이 정당하게 노력을 해서 얻은 결과물과 곽 의원 아들이 얻은 결과물을 비교하는 데 촛점을 맞추지만, 대학생들로서는 관심 밖의 이야기일 수 있다. 당장 취업이 중요한 대학생들에게는 퇴직금 50억원을 수령이 피부에 직접 와닿지 않는 분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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