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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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아파트 거실에 설치되는 스마트홈 기기(월패드)가 해킹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생활 유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의 반대로 주춤했던 ‘세대간 망분리’ 추진 주장에 다시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크웹(dark web)에서 운영되는 한 해외 해킹포럼에서 국내 아파트 내부 생활모습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과 영상들이 공유됐다. 다크웹은 일반적인 경로로 접속 할 수 없는 웹사이트를 말하며 주로 해킹 및 마약 등의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해킹포럼에 관련 글을 올린 게시자는 아파트 내부 월패드를 통해 약 700여 단지의 영상을 확보했으며 0.1 비트코인(한화 약 800만원) 단위로 판매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관련 정황이 알려지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고 해당 웹페이지에 게시글 삭제를 요청한 상황이다.

하지만 인터넷을 중심으로 사건 내용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사생활 유출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6일에는 ‘다크웹 국내월패드 해킹 아파트의 명단사건 수사, 강력처벌 을 요청합니다’라는 제하의 국민청원글이 올라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미치지 못하는 현행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청원인은 “명확하게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이 정비가 됐으면 좋겠다. 최근 정보통신 기술 발달과 그에 대한 범죄의 고도화에 법안이 잘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공개된 명단의 진위 여부 조사를 요청한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르지만 확실한 조사를 원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월패드 영상 유출 논란이 확산되면서 세대간 망분리 추진에 대한 필요성도 다시 대두되고 있다. 세대간 망분리는 외부 해킹을 포함한 보안 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월패드 등이 연결된 홈네트워크 망을 개별 네트워크로 분리해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지난해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 설치 및 기술기준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이 같은 내용 역시 포함하고자 했다. 

스마트홈산업협회 등 관련업계에서는 설치·유지비용 증가, 특정 보안업체 중심의 시장 재편 등의 이유로 세대간 망분리를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보안 모듈 추가 장착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이에 따라 시장에 선택권을 주는 것이 좋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으며 정부 결정도 사실상 유보 분위기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번 영상 유출로 보안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자 정부는 세대간 망분리 추진에 힘을 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미 세대간 망분리 의무화 조항에 대해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와 3자 협의를 마쳤고 국무총리실 규제심사를 거쳐 입법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입법절차가 시작되고 업계가 이를 수용해 실제 각 가정에 적용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일이 걸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보안 전문가들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월패드의 카메라에 스티커나 종이를 붙이고 제품 비밀번호를 변경해 소비자 스스로 선제적 보안에 나설 것을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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