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특정 후보에게 지지하지 않는 20대
이대남·이대녀, 페미니즘으로 나뉘었지만
결국 자신의 이익에 따라 투표는 움직여
1위와 2위 후보 표 차이 크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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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이번 대선은 다른 대선과 달리 20대 남성과 여성의 표심에 대한 대선 후보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대 남성을 이대남이라고 부르고, 20대 여성을 이대녀라고 부르면서 이들에 대한 정책과 공약 개발 등에 상당한 에너지를 쏟아 붓고 있다. 이대남과 이대녀가 차기 대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기성 정치권은 아예 가늠을 할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다른 세대와는 달리 누구를 특정 지어서 지지하는 그런 계층은 아니다.

현재 쏟아지는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20대에 누가 얼마만큼의 격차로 누구를 이기고 있다는 식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지지층보다 부동층이 더 많기 때문이다.

즉, 20대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보다 아직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지율이 얼마나 많이 앞서 있고, 얼마나 많이 뒤쳐졌는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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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념에 벗어난 그들

이대남이나 이대녀는 ‘이념’으로부터 벗어난 사람들이다. 기성세대는 보수냐 진보냐의 이념 싸움을 했다면 이들은 ‘이념’보다는 ‘실용주의’를 택했다고 보인다.

그런 의미로 특정 정당에 소속되거나 특정 이념에 매몰되지 않고 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얼마나 이익을 주는 정책이나 공약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후보를 선택할 뿐이다. 지지 후보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이대남·이대녀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캐스팅보트는 이대남·이대녀가 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대남 이대녀의 특징은 SNS를 통해 빠르게 정보를 입수하고 전달하고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성 매체를 통해 정보를 취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 수단을 통해 정보를 입수한다. 그리고 정보를 가공해서 새로운 정보로 만드는 경향도 강하다. 이런 이유로 때로는 가짜뉴스 생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가짜뉴스를 걸러내는 눈과 귀를 가진 사람들도 이대남과 이대녀이다. 따라서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이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청취가 필요한 것도 현실이다.

가장 젠더 갈등을 겪고 있는 세대이지만 가장 젠더 갈등을 피하고 싶은 세대이기도 하다. 기성세대 특히 정치권은 젠더 갈등을 최대한 이용해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얻고 싶어 하지만 젠더 갈등의 피해 당사자이면서 가장 젠더 갈등을 피하고 싶은 세대가 이대남 이대녀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젠더 이슈를 기성 정치권이 어설프게 다룰 경우 그에 따른 비판이 쏟아지는 계층이 이대남·이대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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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후보 몰표 없어

이런 이유로 다른 계층은 특정 후보에게 쏠림 현상이 강하지만 이대남·이대녀에서는 쏠림 현상이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특정 후보가 앞선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지만 부동층이 워낙 두텁기 때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에서 특정 후보가 우세한 그런 모습이 투표에서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대남과 이대녀의 특징은 페미니즘을 통해 확연히 갈린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페미니즘이 강세를 보이면서 이대녀의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반페미니즘 정서가 지난해 재보선을 통해 강타하면서 그때부터 이대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런 이유로 이대남은 결집하는 반면 이대녀는 흩어지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대남이 다소 보수적이라면 이대녀는 다소 진보적이다. 따라서 현재 목소리가 큰 이대남에 따라 보수 후보 즉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우세한 것처럼 보이지만 흩어진 이대녀는 투표로 행동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윤 후보가 유리한 것도 아니다.

물론 이대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특별히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대남과 이대녀는 단순히 목소리 큰 것만 놓고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즉, 큰 목소리 뒤에 있는 작은 목소리도 경청을 해야 한다.

이대남·이대녀는 투표라는 행동을 보여준다. 최근 선거에서 20대 투표율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정치적 주장은 다른 세대에 비해 다소 약하다고 할 수 있지만 투표라는 행동을 통해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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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 변수

이대남·이대녀의 주요 막판 변수는 TV토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접한 수많은 정보가 있지만 그것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대선 후보들은 저마다 선거운동을 통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선거운동에 대해 이대남·이대녀는 큰 감동을 느끼지 못한다.

즉, 전통시장에 가서 상인들과 악수를 하고 음식을 받아먹는 기존 선거운동은 기성세대를 위한 선거운동이지 이대남·이대녀를 위한 선거운동은 아니다.

그들은 TV나 다른 매체 등을 통해 후보의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 다니고, 언행을 분석한다. 어떨 때는 정치 전문가들보다 더 전문가적인 분석을 내놓는 사람들이 이대남·이대녀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대선 정국에서 후보를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변곡점은 TV토론이 될 수밖에 없다.

TV토론을 통해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것을 바탕으로 누구에게 투표를 할 것인지 결정을 한다. 이대남·이대녀가 대선 승패를 가르는 중요한 변곡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각 정당의 대선 후보들은 TV토론에 올인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유튜브채널 삼프로TV가 각광을 받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대남·이대녀는 다른 세대와 달리 막무가내로 지지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영상이나 TV토론 그리고 정책과 공약 등 다양한 정보를 입수해서 결정을 한다.

이런 이유로 대선 후보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고민하고 선택한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대선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도 하다. 이런 식으로 결론을 내리기 때문에 밴드웨건 효과도 이대남·이대녀에게는 먹히지 않는다. 달리는 마치에 편승하는 밴드웨건 효과는 대세론에 편승해서 투표를 하는 경향을 말한다.

하지만 이대남·이대녀는 소신 투표를 한다. 즉, 자신의 삶과 미래에 이득이 될 후보를 선택할 뿐이지 특정 이념이나 특정 정당 때문에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다. 이대남·이대녀는 팔짱을 끼고 정치를 바라보는 세대다.

다른 계층은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다면 이대남·이대녀는 일단 정치를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 그리고 자신들에게 어떤 이득을 줄 것인지 면밀히 관찰을 한다. 이런 이유로 이대남·이대녀에게는 대선 후보는 마치 발가벗겨진 어린아이와 같은 모습이다.

기성세대는 ‘정권교체’ 혹은 ‘정권재창출’ 프레임을 걸면 그에 따라 지지 여부가 결정됐지만 이대남·이대녀에게는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즉,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이득을 줄 것이냐는 것이다.

여야 대선 후보 모두 이대남·이대녀를 잡기 위해 혈안이 돼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번 대선은 그만큼 여야 후보들에게는 이들의 마음을 잡는 게 힘든 대선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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