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전국의 농민과 어민들이 서울에 모여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동반자협정(이하 CPTPP) 가입 반대를 외쳤다. 이들은 우리나라가 CPTPP에 가입한다면 260만 농어민의 생존권과 국민의 먹거리 안전을 위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CPTPP 저지 한국농어민 비상대책위원회는 4일 서울시 여의도에서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CPTPP 저지 비대위는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등 9개 농어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CPTPP는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뒤 일본, 호주,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지역 11개국이 모여 결성한 다자간무역협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내 가입신청을 목표로 지난달 25일에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CPTPP 가입에 관한 국민 의견수렴 공청회를 연 바 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농어민 3000여명(비대위 추산 7000여명)이 참석해 CPTPP 가입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자리에서 비대위는 역대 최고 수준의 시장개방을 지향하는 CPTPP에 가입하면 농수산업 부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일본 후쿠시마산 농식품 수입이 본격화되면 국민 먹거리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농연 이학구 회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문재인정부가 마지막 치적이라 생각하고 CPTPP 가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우리 농어민단체는 우리 농업을 지키고 5000만 국민의 식탁을 지킨다는 각오로 투쟁할 것”이라며 “오늘 우리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그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CPTPP를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농업에 미래가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개탄하기도 했다.

한국수산경영인중앙연합회 김성호 회장 역시 대회사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어촌은 소멸기에 들어섰고 해상풍력발전소 설치와 무분별한 바닷물 채취로 수산장과 서식지가 파괴되고 중국의 불법 조업으로 물고기는 씨가 마르고 있다”면서 “정부는 이를 해소하는 특단의 대책도 없이 농수산계의 적극 반대에도 CPTPP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농수산계에 대한 상생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박대수 회장은 “매번 농업, 농촌, 농민을 위한 정책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정치권 누구도 들어주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라며 “농산물의 안정적 공급 기반 없이 선진국으로 가는 나라는 없다는 것을 망각한 정부와 정치권은 정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CPTPP 가입하려면 100%에 가까운 관세 철폐와 농수산물 수입 제한 조항에 한계가 생긴다. 결국 국내 농수축산업을 말살하는 행위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집회에 참가한 농어민들은 ‘CPTPP 가입 결사 반대! 즉각 철회하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찢는 상징의식을 치른 뒤 상여를 앞세운 거리행진을 진행했다. 농어민단체들은 오는 13일 서울에서 CPTPP 가입 저지 총궐기대회를 다시 열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