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맏형 역할, 다시 맡을 수 있을까
윤 당선인 미국 순방길에서 역할하나
4대 기업 재가입 여부가 중요 포인트
적폐 청산 이미지 벗어나는 숙제 안아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전국경제인연합회 허창수 회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홍상현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재계 맏형으로서의 역할을 대한상공회의소에 내어주고 쥐 죽은 듯 살아왔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전경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재계 맏형으로서 역할을 되찾아 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할을 되찾아 오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전경련이 최근 줄였던 인력을 다시 확충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2022년 신입·경력 공개채용 공고를 내는 등 조직 재정비에 나선 것. 이에 따라 축소된 업무가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한때 재계맏형 역할을 해왔던 전경련이 윤석열 정부 출범을 계기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오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 올 수 있을지에 주목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출현은 전경련에게는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고 있다.

전경련은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이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를 만나 경제단체를 만들어 정부의 산업정책에 협력할 것을 요청하면서 만들어진 곳이다.

이병철 당시 사장은 ‘경제재건촉진회’를 만들었다. 같은해 이름을 ‘한국경제인협회’로 바꿨다. 이후 1968년 전국경제인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했다.

그 이후 재계 맏형 역할을 꾸준하게 해왔고,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는 전경련이 함께 있었다. 물론 전경련 설립 배경에 대해 관점에 따라 엇갈린 것도 사실이다. 한편에서는 ‘부정축재 문제로 단죄를 받을 처지에 놓인 재벌들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급조한 단체’라는 비판도 있지만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대기업들이 공동의 구심점을 필요해 만든 단체’라는 해석이 있다.

다만 전경련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에 함께 해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재벌의 시각만 대변했다는 비판도 있다.

경제 6단체장과 회동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제공=뉴시스]
경제 6단체장과 회동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사진제공=뉴시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그러던 전경련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휘말렸다. 미르, K스포츠 재단 기금을 출연했는데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였다.

하지만 세간의 비난과 달리 전경련 자체나 직원들이 처벌을 받은 사례가 없고, 피의자로 소환된 사실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면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전경련 탈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SK, LG, 현대차 등도 탈퇴를 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 쳤다.

허창수 회장이 전경련을 이끌고 있지만 재계 맏형은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 이하 대한상의)로 넘어갔으며 모든 주도권은 대한상의에 빼앗겼다. 전경련은 그야말로 언제 문을 닫을지도 모르는 그런 경제단체로 전락했다.

그동안 전경련이 대한상의와 통합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전경련의 위상이 과거와 달리 땅으로 떨어진만큼 굳이 전경련을 유지할 이유가 있느냐는 이유에서다.

그런 전경련의 위상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달라졌다. 재계 맏형 역할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6단체장은 윤 당선인과 회동을 가졌다. 그 회동을 주재한 단체가 바로 전경련이다.

윤석열의 전경련

이번 회동은 장제원 당선자 비서실장과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주축으로 성사됐다. 전경련은 다른 경제단체들에게 접촉해 윤 당선인과의 회동 일정을 공지하고 참석 여부를 회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다른 경제단체에서는 ‘갑툭튀’라는 분위기다.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왔다는 이야기다.

문재인 정부에서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보냈던 전경련이 갑작스럽게 튀어나왔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재계 맏형 역할을 해왔던 대한상의로서는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이러다 자리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돈다.

전경련의 인력 충원을 위한 직원 공채도 윤 당선인의 방미 순방을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전경련의 역할에 대한 분기점이 윤 당선인의 방미 순방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국 순방길은

재계에 따르면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장 첫 번째 정상회담이 주로 한미정상회담이고, 미국을 순방한다. 이때 경제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 경제 관련 일정을 소화하는데 도움을 주는 단체가 바로 경제단체이기 때문이다. 이 역할을 어떤 경제단체가 해왔느냐에 따라 경제계에서 맏형 역할을 할 수 있느냐가 판가름 난다.

그동안 전경련이 계속 그 역할을 해왔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대한상의에서 그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윤 당선인 측은 전경련에 그 역할을 맡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제단체장들과의 회동에 전경련이 역할을 했던 것처럼 미국 경제단체와의 경제 관련 순방 일정을 세우는 역할을 전경련이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이렇게 될 경우 전경련은 재계 맏형 역할을 하게 되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릴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다른 경제단체에서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고 있다. 위상이 추락했던 전경련이 갑작스럽게 위상이 다시 높아지는 것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경련이 과거 위상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왜냐하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는 재계 순위 4위까지의 기업들이 전경련에 가입을 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탈퇴했던 기업이 윤석열 정부 들어왔다고 전경련에 다시 가입한다는 것에 대해 민심이 곱지 않게 바라볼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들 기업은 전경련 재가입을 두고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전경련은 아직도 이들을 적폐 청산 대상으로 바라보고 있는 국민적 시선을 되돌려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재계 맏형 역할을 다시 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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