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외국인보호규칙 일부 개정령안’ 발표
지난해 ‘새우꺾기’ 사건 논란 이후 첫 후속 조치
보호장비 확대 및 규칙 강화 내용 포함돼 논란
대책위 “개정안, 가혹행위 정당화” 철회 촉구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6월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외국인 보호 규칙 졸속개악 즉각 철회를 촉구하며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6월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외국인 보호 규칙 졸속개악 즉각 철회를 촉구하며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

【투데이신문 전유정 기자】 최근 법무부에서 발표한 외국인보호규칙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25일 법무부는 보호 외국인에 대한 보호장비 남용을 막고 적법절차 원칙을 강화하겠다며 보호장비와 그 사용법이 명시된 외국인보호 규칙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법무부의 ‘외국인보호규칙 일부 개정령안‘에 포함된 발목보호장비 등은 지난해 9월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보호 중인 이주민에게 자행된 일명 ‘새우꺾기‘ 고문 사건 당시 사용된 장비의 사용을 합법화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보호소 고문 사건대응 공동대책위원회는 “가혹행위를 합법화하려는 외국인보호규칙 졸속 개정안이 통과될 시 보호소에 구금된 이들의 안전과 고문 트라우마에 고통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6월 외국인보호소에서 독방에 구금된 채 이른바 ‘새우꺾기’를 당하고 있는 A씨의 모습. [사진제공=사단법인 두루]
지난해 6월 외국인보호소에서 독방에 구금된 채 이른바 ‘새우꺾기’를 당하고 있는 A씨의 모습. [사진제공=사단법인 두루]

인권침해 끊이지 않는 외국인보호소

“우리는 일상적으로 고통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는 수갑과 케이블타이 그리고(또는) 머리장비가 씌워져 고문을 당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추방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옵니다. 우리가 강제추방에 응하지 않으면 이와 같은 고문과 비인도적이고 모멸적인 취급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이 악화되고 있고, 보증금으로 요구되는 2천만원의 금액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호일시해제도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보호소에서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굴욕적인 박해를, 그리고 사실상 가해지고 있는 본국으로의 추방의 압력을 중단하기를 요구합니다.” -외국인보호소 안에 갇혀 있는 이들이 난민인권센터에 보낸 편지 中

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출국 절차를 준비하며 추방 전까지 임시로 체류하는 시설이다.

그동안 외국인보호소에서 심각한 인권침해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난민인권센터는 지난 3월 성명을 통해 “외국인 억압 정치의 정점에 설치된 외국인보호소 안에서 국가권력은 절차적∙실질적 통제를 상실한 채 무분별하고, 잔인하게 작동되고 있다”며 “외국인보호소로의 유입과정에서 무자비하고 폭력적인 단속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사망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모로코 국적의 A씨는 화성외국인보호소의 직원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보호장비를 사용하고 특별계호(독방 처우)를 실시해 인권이 침해됐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A씨는 보호소 생활 중 병원 진료를 요구하거나 열악한 처우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며 직원들과 잦은 마찰을 빚었고, 이 과정에서 지시 불이행 등을 이유로 8차례 이상 독방에 감금됐다. 그 과정에서 일명 ‘새우꺾기’라고 불리는 가혹행위를 수차례  당했다고 A씨는 폭로했다.

‘새우꺾기’란 수갑과 포승줄을 이용해 손과 발을 뒤로 묶고 이를 다시 서로 연결해 마치 새우처럼 몸이 뒤로 젖혀진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가혹행위다. 당시 A씨는 수차례 사지가 결박된 상태로 독방에서 짧게는 한번에 20분 길게는 4시간 이상 방치됐다. A씨의 대리인단은 해당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관심과 비판이 거세지자 법무부는 “불가피한 조처였다”며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A씨의 알몸이 노출된 사진과 형사처벌 전력 등을 함께 공개해 파문을 일으켰다. 

국내외의 부정적인 여론이 계속되자 법무부는 이 사건과 관련한 내부조사를 실시했다. 지난해 11월 1일 법무부는 A씨에 대한 가혹행위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법령에 근거 없는 방식의 보호장비 사용행위, 법령에 근거 없는 종류의 장비 사용 행위 등 인권침해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인권침해 발생의 원인을 “담당자의 보호장비 사용방법 등에 대한 인식 및 교육 부족과 보호외국인 자해나 소란행위 등 대응에 필요한 보호장비의 종류, 사용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 미비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외국인보호소에서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되는 것은 직원들의 업무 미숙 및 규정미비 문제만이 아닌 임시보호시설로 설계된 외국인보호소에 외국인들이 장기 구금되는 구조적 현실에서 일부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법무부장관에게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절제하고, 예외적으로 보호장비 사용 시 신체의 고통과 인격권 침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것 △특별계호 시 사전 의견 진술 기회 부여, 사유 설명 등 적법절차의 원칙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제도와 관행을 개선할 것 △해당 사건의 부적절한 보호장비 사용과 관련이 있는 직원들과 소장에 대해 경고조치할 것 △해당 외국인보호소장에게 직원들에 대한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외국인보호규칙 일부 개정안에 포함된 보호장비 [사진제공=법무부]
외국인보호규칙 일부 개정안에 포함된 보호장비 [사진제공=법무부]

보호장비 확대 및 규칙 강화 논란

이렇듯 법무부는 지난해 11월 고문사건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며 외국인보호소의 적법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6개월 뒤인 지난 5월 25일 외국인보호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외국인보호소의 적법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첫 후속 조치인 셈이다.

법무부는 해당 규칙 개정 이유에 대해 “외국인보호시설 내에 인권보호관 제도를 도입해 보호외국인의 인권보호를 강화하고 특별계호 절차·기간, 보호장비 및 사용방법 등을 새로 마련해 보호외국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보장과 현행 규정상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인권보호관 제도 도입 △특별계호 절차 및 기간 규정 신설 △보호장비의 종류, 사용 요건 및 방법 등 구체화 및 사용 중단 요건 규정 등이다.

하지만 기존 보호장비 중 포승, 수갑, 머리 보호 장비 등 3종에서 포승이 삭제되고 △양손수갑 △한손수갑 △머리 보호장비 △양발목보호장비 △한발목 보호장비 △보호대 △보호의자 등 7가지로 확대됐다.

또한 교도소와 같이 두 개 이상의 장비를 동시에 사용하도록 하는 조항도 추가됐으며, 외국인보호규칙은 ‘공무원의 직무 집행을 방해한 경우’에도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외국인보호소고문사건대응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외국인보호규칙 졸속개악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외국인보호소고문사건대응공동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6월 2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외국인보호규칙 졸속개악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개정안 내용은 고문장비 합법화에 불과”

그러나 이러한 내용은 고문 장비를 합법화하는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대책위는 난민의 날인 지난 5월 20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부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신체와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것이 명백한 내용의 법령 개정을 법률도 아닌 시행규칙으로 졸속 시도하고 있다”며 “난민에 대한 가혹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는 개정안 입법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는 “입법예고 된 외국인보호규칙의 내용을 살펴보면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법무부는 외국인보호규칙 졸속개정을 통해 ‘새우꺾기’와 유사한 사지 구속 고문을 가능케 하는 보호장비를 새로 도입하고, 그간 법에 근거가 없는 사용으로 문제가 되었던 보호장비의 사용을 합법화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우꺾기’ 고문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내놓은 첫 대책이 ‘새우꺾기 고문을 합법적으로 하기 위한 근거 마련’이라는 발상이 경악스럽다”며 “법무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새우꺾기’ 고문 사건 당시 법에 근거가 없는 사용으로 문제가 됐던 발목 수갑 사용을 합법화하고, 보호 의자 등 사지를 속박하는 위험한 장비를 추가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발목을 구속하는 장비는 ‘UN 피구금자 처우 최저기준 준칙’ 상 금지되는 장비로, 노예제를 떠올리게 하는 것으로 굴욕적인 처우에 해당해 국제적으로도 사용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지난 2006년 행형법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 표명을 통해 교도소 등 수용시설에서도 고문 방지 협약에 위배되는 발목 보호장비를 폐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보호 의자’는 사지를 속박하는 장비로 의료적 위험성이 매우 커 생명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고문 도구이다. 지난 2020년 5월에는 부산 구치소 수용자가 장기간 사지가 속박돼 입소 32시간 만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머리 보호장비’는 호흡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으며 얼굴에 대한 압박으로 심한 고통을 줄 수 있다. 게다가 ‘새우꺾기’ 고문사건 당시 머리 보호장비를 고정한다는 목적으로 케이블 타이 및 박스테이프 등 위법한 장비들이 함께 사용된 바 있다.

대책위는 “이번 개정안은 외국인보호소에서 수용자의 팔다리를 속박할 수 있는 새 보호장비를 도입하는 내용뿐 아니라 그동안 문제가 됐던 기존 장비의 사용까지 합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새로운 장비가 도입되면 외국인보호소에 가둬진 채로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다치고, 고문당할지, 이에 대해 저항하면 얼마나 더 심각한 2차 가해가 자행될지 두렵다”고 우려했다.

대책위 연대체 중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황필규 변호사는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데 학교 등의 시설에서도 이런 장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나”라며 “신체·심리적으로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철회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법무부와 만나 시설과 장비에 대해 충분히 이해가 된 상황인지 논의할 것”이라며 “충분히 이해를 했음에도 이러한 장비들을 도입하겠다고 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는 사항이고, 이해가 부족했다면 논의를 통해 이해시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행동을 벌여나갈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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