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김동윤) 첫 지분 매입 나서...주주들 주가 부양부터 비판
2세(김남구), 공격적 M&A 등으로 몸집 키웠으나 근래 논란
PF 등 각종 논란에 사모펀드, 기관투자자들과의 분쟁 등 잡음
산업 대 금융 일찍이 분리했으나 딸 몫 챙기기 재편 여지 근래 대두
창업회장 아직 쥔 지분, 손주 증여 등 여러 방법에 열려 있어 눈길

한국투자증권 사옥 [사진제공=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사옥 [사진제공=한국투자증권]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증권업 중심 금융그룹으로 평가받는 한국투자금융에 새삼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경영전략실 김동윤 대리가 한국금융지주 주식을 인수해 호사가들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는 한국투자금융지주 김남구 회장의 장남이다. 1993년생으로, 영국 워릭대를 졸업한 후 지난 2019년 한국투자증권에 입사해 사실상 경영수업을 받는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증권사 일선 영업점 근무를 거쳐 현재 본사로 이동해 있다. 그런 그가 한국금융지주 지분을 매입하면서 승계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

김 회장의 자녀 중 그룹 지분을 사들인 건 김동윤 씨가 처음이다. 이에 한국투자금융지주의 3세 경영승계 작업이 본격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이제 첫 매입이다. 승계는 언젠가는 진행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른바 승계 구도가 달라질 정도의 비율은(을 산 건) 아니다”라며 큰 의미를 부여해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반응을 내놨다.

한국투자금융지주 주주들 반응 냉담...주가 부양 신경써라 비판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대리는 최근 한국금융지주 주식 5만2739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사용된 자금은 총 26억4030만원이며, 그의 지분율은 총 지분율은 0.09%다. 이로써 한국금융지주의 ‘김남구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기존 20.70%에서 20.79%로 올랐다.

다만 이번 오너 일가 매집에 대한 주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다. 김 대리가 주가가 좋지 않을 때 매집했다는 점에서 시선이 곱지 않은 것. 그의 이번 매입 단가는 종가 기준으로 연초 이후 최저(7일 4만8250원) 수준인 금액에서 이뤄졌다는 평가다.

회사와 오너 일가가 승계 시동보다는 주가부양책에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바꿔 말하면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펀더멘탈을 감안할 때 현 주가가 크게 저평가돼 있고, 오너 일가는 이를 모른 척하며,  현 상황에서의 지분 매입이 어떤 분석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는 여론이 있는 셈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으나, 승계를 추진하는 기업에서는 주가를 굳이 부양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상속세나 매입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합리적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한편,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경우 주력 기업인 한국투자증권의 경영 문제 즉 김남구호(號)의 경영 스타일 등이 주가와 맞물린다는 해석을 낳는다. 

한국투자금융 계열사들의 PF 고통? 김남구 독단적 경영 문제 

김 부회장은 현재 한국투자금융그룹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최대주주다. 김 부회장을 정점으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한국투자증권 등 계열사들을 장악하는 구조다.

그런데 김 대리 즉 3세가 이번에 지분을 매입하고, 또 이런 맥락에서 승계가 시작된다고 해도 일이 단기간에 마무리될 수 있는지 해석이 엇갈린다. 우선 3세가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있다는 점은 호재다. 

김 대리 승계 추진 시나리오로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부친(김남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증여, 상속받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이 경우에는 큰 세금 부담이 불가피하다. 

김 씨가 최대주주인 회사를 만들어 성과를 내고, 지주사 지분을 사들이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지분 확보를 위한 수익이 상당히 많이 발생해야 하고, 지분 확보에 기대보다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금융지주 산하에 이런 부분을 발굴해 개척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두 방법 모두에 공통된 고민도 있다. 오너 일가 지분이 20%대라는 점에서 안정적 경영권 행사를 위해서는 장악력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유력하다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투자금융 주변의 다소 불안한 상황과 아버지와 형제가 일하는 동원그룹과의 관계를 따져볼 필요가 대두되는 것.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명예회장은 1935년생으로 우리나라 수산업의 선구자로 꼽힌다. 그는 일찍이 금융과 일반산업의 계열 분리를 매듭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2년 동원산업과 동원금융(현 한국투자금융)을 나눠, 금융 부문은 장남(김남구 회장)에게, 제조 부문은 차남(동원산업 김남정 부회장)에게 맡겼다.

이후 장남 김 회장은 금융업을 키웠다는 평가를 들어왔다. 동원증권보다 컸던 한국투자증권을 사들이는 데 성공했고, 한국투자증권을 인수한 뒤엔 강성 노조와 타협을 성사시켜 부친(김재철 명예회장)의 칭찬도 들은 것으로 알려지는 등 경영감각을 일찍부터 뽐냈다. KDB대우증권 인수전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 바 있고, 카카오뱅크 케이스로도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부동산 프로젝트 금융(PF) 문제, 잦은 사모펀드 시비 등으로 이런 과거 성과에 빛이 바랬다는 평도 근래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옵티머스, 라임, 디스커버리, 헤이스팅스 등 다수의 펀드 문제에 연루되면서 도마에 올랐다. 선제적으로 보상 대응을 하며 논란 차단을 하는 등 분투했지만 결국 배상 등에 상당한 지출이 불가피했다. 

회사채 발행을 맡았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송사를 당한 것도 명성 추락의 한 예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우리나라에는 해당 쟁점과 관련한 명시적인 법이나 증권사의 직접적 책임을 논의한 판례가 없다는 ‘공백’을 노려 유력 로펌을 선임했다. 율촌은 전문정보에 관한 미국 판례를 찾아내는 등 활약했으나, 한국투자증권 행보에 책임 회피 비판이 없지 않다.

부동산 PF도 문제다. 6월 말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신용공여 잔액은 21조4665억원으로 추산되는데, 한국투자증권 규모가 2조5663억원으로 가장 크다는 평가다. 삼성증권(2조5297억원), 메리츠증권(2조3010억원) 등이 그 뒤를 잇는다. 

한국투자증권에서 근래 4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도 PF 익스포저에 대응한 유동성 확보 목적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한국투자증권에서는 “회사 전체 구조에서 PF 부담은 크지 않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증권 외에 다른 계열사도 문제다. 한국신용평가 자료에 따르면 한국투자캐피탈은 영업자산 중 40%가량(2조원선)이 PF 대출 등 부동산 관련 대출이라고 한다. 저축은행 쪽도 부담은 적지 않다. 한신평은 “한국투자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 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캐피탈 등 자회사에 대한 지원 부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모니터링 중”이라며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지속시 부실화 우려가 점증한다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이해하기 어려운 내부 거래도 발견된다. 지난해 말 한국금융투자지주는 지주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갖고 있던 카카오뱅크 주식을 모두 한국투자증권이 인수하도록 교통정리를 했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 잉여금 중 상당 부분을 털어 사용하는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막상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모기업인 한국투자증권에 1조6600억원에 달하는 연말배당을 실시했다. 사실상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카카오뱅크 매각대금(지주 보유분 5019억원, 밸류 보유분 2조1200억원) 중 상당부분을 다시 돌려주는 거래를 한 셈이다. 

그룹 내 자산 및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라는 게 이 같은 카카오뱅크 지분 교통정리의 이유 설명이었지만 굳이 PF 여파로 흉흉하던 때 무리수를 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과거 창업주 그늘에 가려져 조심스럽게 활동하던 2세(김남구)의 한계가 나타나거나, 감춰져 있던 독단적 스타일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일각에선 제기한다.

동원 김재철 창업회장은 원양 수산업을 이끈 인물이다. [사진제공=동원그룹] 
동원 김재철 창업회장은 원양 수산업을 이끈 인물이다. [사진제공=동원그룹] 

한국금융 3세 승계, 장악력  키우기·세금 부담 어려워...‘할아버지 찬스’ 쓸까?

이 문제는 다시 승계로 이어져 어려움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투자금융 전체 구조상 3세 경영에 필요한 수익성 좋은 회사를 만들고 맡겨 자금을 축적하는 모델도 쉽지가 않고, 그렇다고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오너 일가 지분을 더 키우는 것도 쉽지가 않다. 3세 김 대리가 지분을 미량 사들였지만 이런 애로점이 있는 때 신호탄을 쏜 셈이다.

그런 가운데 유관 업체라 할 수 있는 동원그룹 내부 사정이 흥미를 돋운다. 위에서 설명했듯, 창업주 김 명예회장은 장남에겐 금융을 떼어주고, 차남에게 동원을 맡겼다. 나머지 자식들에게는 경영권 관련 몫을 주지 않는 식으로 빠르게 정리를 해 가혹하다는 평도 당시엔 없지 않았던 것. 동원육영재단 김은자 상임이사 등은 배제돼 있었던 셈이다.

그런데 김 이사가 몇 해 전 동원와인플러스를 맡아 좋은 성과를 냈고, 한때 동원그룹이 맥도날드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기도 하면서 김 이사에게 식음료사업을 떼어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풀이가 나온다. 동원F&B를 중심으로 승계구도의 재편성이 이뤄질 수 있는 셈이다. 

여기서 김 명예회장의 직접 보유 지분 향배가 관심을 모은다. 창업주 김 명예회장은 아직도 상당 지분을 갖고 있다. 2022년 연말 기준 그는 동원산업 지분 15.49%(774만2020주)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서, 이 몫의 이동 방향에 대한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과거엔 당연히(?) 동원 현 체제로의 귀속 즉 김남정 회장으로의 귀속이 예상됐다. 변주를 굳이 준다 해도 세금을 아끼는 방법 즉 증여세 절세를 감안한 김남정 측 자제에게 건너뛰기 승계 정도가 예상됐던 것.

하지만 딸의 경영 참여 등 시나리오가 복잡해지면서, 이 3600억원선의 창업주 보유 지분과 관련해 △김남구 회장에게 상속 △동원육영재단으로의 증여 △딸들에게의 이동 등도 감안 대상으로 대두되기 시작했다.

여기서, 현재 한국투자금융의 사정을 고려하면 일은 조금 달리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금융을 현재 이끄는 김남구 회장에게의 직접 승계보다 증여세 절세를 위해 김 회장의 자제 즉 김 대리에게 승계 등도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셈이다.  

요약하자면 한국투자금융이 현재 겪는 여러 상황 그렇지만 탄탄한 기초체력의 상황, 모태 격인 동원과의 관계 등에서 3세 승계는 쉽지는 않더라도 꽉 막혀있는 것만은 아니다. 한국투자금융 전반에 대한 김남구-김동윤 부자의 지분 강화 필요에 창업주 후광이 큰 힘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증권 등 금융업이 직면한 상황이 좋지만은 않으나, 그런 사정 속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지 않고 지금 지분의 매입이 신호탄을 올렸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고 할 수 있다.  한편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지분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이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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