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12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2020년 12월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선고공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가 무죄를 선고받고 웃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범인 누명을 쓰고 20년간 수감 생활을 한 윤성여(55)씨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에 정부가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2일 정부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다며 윤씨에 대한 항소를 포기한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항소 포기를 한 소송은 일명 ‘이춘재 화성 연쇄 살인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쓴 피해자와 가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과 경찰의 고의 은폐 피해자 유족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이다.

항소 포기 이유에 대해 법무부는 “이번 사건들이 모두 수사기관의 과오가 명백하게 밝혀진 사안”이라며 “해당 사건은 불법체포·구금 및 가혹행위 등 반인권 행위가 있었며 피해자가 약 20년간 복역했고, 출소 후에도 윤씨가 13세 소녀 강간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사회적 고립과 냉대를 겪어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이번 사건은 담당 경찰관들의 의도적 불법행위로 피해자의 가족들이 약 30년간 피해자의 사망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했다”며 “시간이 흘러 사체 수습도 하지 못한 채 애도와 추모의 기회 자체를 박탈당한 사정 등을 반영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신속한 손해배상금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법무부는 덧붙였다.

앞서 지난 1988년 9월 경기 화성에서 윤씨는 박모(당시 13세)양을 성폭행한 뒤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7월에 검거된 바 있다.

당시 재판에 넘겨진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며 항소했으나, 이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20년 동안 복역한 뒤 2009년 가석방됐다.

이후 2019년 10월 이춘재가 해당 사건의 진범이라고 범행을 자백하자, 윤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다음 해 12월 윤씨는 사건 발생 32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지난달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5부는 윤씨 등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수사기관의 위법한 수사 등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며 총 21억7000만원의 배상금 지급을 판결했다.

또한 이춘재의 자백 후 진행된 재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고의적으로 사건을 은폐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당시 또 다른 피해자 김양의 실종신고 후 유류품과 신체 일부가 발견됐음에도 경찰이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채 단순 가출로 조작했다.

해당 사실을 접한 김양의 유족이 경찰이 증거를 은닉하고 조작해 사건이 은폐됐다며 국가배상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도 법원은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국가가 2억2000만원의 배상금을 유족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법무부 한동훈 장관은 “오랫동안 고통을 겪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법무행정의 책임자로서 국가를 대신해 진심으로 깊이 사과드린다”며 “법무부는 앞으로도 오직 상식과 정의를 기준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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