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준·김민섭 저 | 296쪽 |128*188 | 갈라파고스 | 1만6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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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뭐, 여기는 지방대니까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요. 어쩔 수 없잖아요. 제가 노력 안 해서 여기까지 온 건데. 벌 받는 거죠.”

그의 입에서 ‘벌’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오름은 몹시 슬퍼지고 말았다. 그래. 자신의 삶도 그의 삶도 결국 형벌을 받는 중인지도 모른다. 사유는 단 하나일 것이다. 남들보다 노력하지 않은 죄. 그에 더해 소속을 변경할 수 있는 사다리를 주었는데도 여전히 외면하고 있는 죄. (p. 261, 「유령들의 패자부활전」)

【투데이신문 김현정 기자】 능력주의의 기원, 그리고 한국이 능력주의의 최전선이 된 기원을 논픽션과 픽션으로 추적하는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 / 유령들의 패자부활전>가 출간됐다.

‘개천의 용’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능력주의의 위선과 실상은 폭로됐고, 이러한 능력주의는 중산층 세습화 현상을 지탱해주는 새로운 세습 통로가 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소수의 이익만을 대변하게 된 능력주의가 사회 전체의 헤게모니가 되버린 가운데 이 책은 논픽션과 픽션을 오가며 능력주의 세계관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담고있다.

책은 장석준 정의당 부설 정의정책연구소 부소장과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 <대리사회> 등의 저서로 이름을 알린 김민섭 작가가 각각 저술했다.

논픽션  <능력주의, 가장 한국적인 계급 지도>는 현대 자본주의에 필요한 인력 공급을 위해 팽창한 고등교육 과정에서 기존 자본가와 노동자와 구별돼 지적 노동을 수행하는 집단인 ‘지식 중간계급’에 주목하고, 이른바 K-능력주의의 새롭고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놓는다.

픽션 <유령들의 패자부활전>은 지방대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능력주의 ‘사다리 세계관’의 패자들이 사다리 근방에서 겪는 곤란과 좌절, 그리고 분투를 그린다. 학교에서는 ‘교수님’이라고 불리지만 건강보험료도 납부하지 못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시간강사 오름과 서울 본교로의 소속이 변경되는 것을 꿈꾸지만 패자라는 좌절감을 느끼며 폭력에 순응하는 또 다른 오름들을 통해 능력주의를 낱낱이 보여준다.

출판사 관계자는 “수많은 책과 언설로 지능과 노력만 있으면 누구든 사다리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능력주의 세계관’의 실상과 한계가 폭로됐지만 능력주의는 여전히 사회의 강력한 헤게모니”라며 “이 책은 과연 능력주의의 바깥은 가능한 건지 논픽션과 픽션의 시선을 겹쳐 능력주의 세계관의 현실을 총체적으로 포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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