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넷마블, 게임 넘어 종합 엔터사 목표
엔씨, 비게임 분야 정리 수순 ‘본업 집중’ 
게임산업 전문가 “확장과 집중 모두 중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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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엔터테인먼트 분야 진출을 위해 경쟁적으로 움직였다. 이에 따라 투자와 관련기업 인수합병, 각종 서비스 오픈 등의 시도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사뭇 달라진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중 넥슨과 넷마블은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는 반면, 엔씨소프트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신성장 동력원 발굴이라는 공통 과제에 대해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 도약을 통한 회사의 외연 확장과 본업에서의 경쟁력 강화라는 대비되는 해답을 제시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국내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과 넷마블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며 관련 사업에 대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먼저 넥슨의 경우 올해 초 영화 ‘어벤져스’를 연출한 헐리우드 제작사 ABGO에 4억달러를 투자해 지분 38%를 확보했다. 이어 1억달러를 투가 추자해 총 49.21%의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넥슨 측은 해당 투자를 발판삼아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8일에 개최한 지스타 프리뷰 행사에서는 장항준 감독의 차기작 영화 ‘리바운드’ 제작에 투자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당시 발표를 진행한 넥슨코리아 이정헌 대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당장 뛰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넥슨의 관련 분야 진출에 대해 ‘시간 문제’라고 보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필름&텔레비전 조직을 신설하고 엔터테인먼트 업계 전문가인 닉 반 다이크 수석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점에서다. 

넥슨이 제작 투자를 발표한 장항준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 [사진 출처=온라인 발표회 갈무리]
넥슨이 제작 투자를 발표한 장항준 감독의 영화 ‘리바운드’ [사진 출처=온라인 발표회 갈무리]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의 도전은 지난 3월 별세한 故 김정주 창업주의 꿈이기도 했다. 그는 생전에 디즈니를 가장 동경해왔고, 넥슨을 ‘한국의 디즈니’로 만들고 싶어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넥슨 일본법인 오웬 마호니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서한을 통해 “故 김정주 창업주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해 넥슨을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넷마블도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투자를 넓히는 모습이다. 앞서 방탄소년단 IP(지식재산권)를 활용한 2종의 게임(BTS월드, BTS 유니버스 스토리)을 출시한 전례가 있으며, 소속사인 하이브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현재 넷마블의 엔터 관련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개발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다. 산하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개발한 디지털 휴먼 ‘리나’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약하고 있으며, 지난 3월 써브라임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넷마블의 디지털 휴먼 ‘리나’ [사진 제공=넷마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넷마블의 디지털 휴먼 ‘리나’ [사진 제공=넷마블]

지난 2일에는 약 400억원의 자금을 들여 에이스팩토리 지분 51%를 취득한다고 발표했다. 에이스팩토리는 배우 이시영, 김아중 등이 소속돼 있는 연예기획사이자 드라마 ‘비밀의 숲’, ‘인사이더’ 등을 제작한 영화·드라마 제작사이기도 하다. 디지털 휴먼 및 콘텐츠 사업, IP 관련 협업이 지분 인수의 주 목적으로, 향후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하고 있는 디지털 휴먼의 드라마 출연과 VFX 협업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반면 엔씨소프트의 경우 해당 분야에서 철수하는 모습이다. 자사에서 운영해왔던 케이팝(K-POP)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의 매각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지난달 말 관련업계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산하 스타쉽엔터테인먼트에 ‘유니버스’를 매각하는 방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에 투자한 지분 전량을 매각했으며, 지난해에는 웹툰 기업 레진엔터테인먼트 지분도 모두 처분했다. 

엔씨소프트는 오래 전부터 비게임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점에서, 최근의 이 같은 행보는 다소 이례적으로 느껴진다. IP 확보 차원에서 웹툰 및 웹소설 기업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으며, ‘버프툰’이라는 자체 플랫폼도 운영해왔다. 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음악 콘서트 ‘피버 페스티벌’부터 ‘유니버스’에 이르기까지 내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는데, 관련 사업을 전담해온 자회사 클렙의 대표가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친동생인 김택헌 수석 부사장이라는 점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엔터 분야 자회사 클렙의 수장을 맡고 있는 김택헌 수석 부사장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의 엔터 분야 자회사 클렙의 수장을 맡고 있는 김택헌 수석 부사장 [사진 제공=엔씨소프트]

하지만 대외적 환경 변화에 따라 엔씨소프트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이들은 내년 상반기 자사의 PC·콘솔 멀티플랫폼 신작 ‘TL(쓰론 앤 리버티)’를 출시할 예정이나, 블리자드의 기대작 ‘디아블로4’가 6월 출시를 예고하며 흥행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리니지’ 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해소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실제로 이들은 지난해 여름 출시한 ‘블레이드 & 소울2’의 부진으로 ‘리니지’ IP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를 만회하려 ‘TL’을 비롯해 지난달 최초 공개한 ‘LLL’ 등 다양한 장르의 신작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게임 개발 역량이 강점으로 평가되는 기업인만큼, 본업에 집중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비게임 분야를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게임산업 전문가로 활약해온 숭실대학교 이재홍 교수는 이 같은 확장과 집중 모두 업계에 필요한 덕목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이뤄진 게임사들의 사업 다변화는 이전에 비해 규모가 커지고 비축해온 힘이 있어 여유가 생겼다는 뜻으로,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게임 IP의 문화콘텐츠화를 적극적으로 시도해 한류 문화의 글로벌 장악력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확장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양질의 IP를 창출해낼 수 있어야 하며, 그런 차원에서 국내 게임업계가 가진 역량을 더욱 집중시켜 고도화를 이뤄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숭실대 이재홍 교수 ⓒ투데이신문
숭실대 이재홍 교수 ⓒ투데이신문

이 교수는 “PC에서 모바일로, 또한 콘솔로 플랫폼이 다변화되듯 게임 IP도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 같은 문화콘텐츠 저변 확대는 한류 문화의 영향력을 넓히는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문화 강국으로 가기 위한 변화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어발식 확장을 많이 해온 기존 산업과 달리 국내 게임업계는 한 길만을 올곧게 걸으며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며 “이러한 방향성을 통해 경쟁력을 더욱 고도화함으로써, 세계 1,2위권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글로벌 IP와 BM, 시스템 등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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