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래·자금세탁 등 지능범죄 증가 추세
해킹서 타 유형으로 연계 ‘보안 이슈’ 대두  
‘기존 법리로의 편입’ 취지 법제 정비 시급
정부 및 수사기관 의지가 문제 해결 ‘핵심’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한때 메타버스의 핵심으로 지목되던 NFT(대체불가 토큰, Non-Fungible Token)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각종 사업자들의 무분별한 난립으로 혼란이 가속화됐고, 급기야 이를 악용한 스캠, 피싱, 다단계와 같은 사건들까지 속출했다. 일종의 시세조작 행위인 자전거래(판매자가 자신이 통제하는 지갑으로 NFT를 구매해 시세를 부풀리는 행위)도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말 그대로 ‘범죄의 온상’ 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련 범죄 유형이 다양화됨에 따라, 지능 범죄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라 규제 당국과 법 집행 기관의 세심한 주의와 단속이 요구되는 형국이다. 미시적 차원에서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 범죄가 큰 이슈가 됐지만, 좀 더 넓게 들여다보면 자금세탁과 탈세 등을 통한 범죄자금 조성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시작점이 해킹이라는 점에서, 보안 부분이 관련업계의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특히 거래와 저작권 등 기존 법리와 상충되는 부분을 해소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학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그 성격도 기존의 법제로는 규정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관련 제도의 세부 조정을 통해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제야 겨우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들을 수립하려 하고 있는 정부에 또 다른 숙제가 얹어진 셈이다.

이에 더해 법조계 전문가는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제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관련 사기사건의 경우 현행법으로도 처벌이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피해자들이 사기성을 입증하고 공론화하는 등 사실상 모든 것을 자력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편을 줄이고 시장의 질서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개입과 단속, 관련 범죄자 엄단 등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범죄들

최근 가상자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NFT=사기’라는 도식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러그풀*’과 같은 스캠 행위를 비롯해 이를 앞세워 투자자들을 기망하는 리딩사기, 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허나 이 같은 단순 사기 수준을 넘어 더욱 지능적인 범죄로 발전해 나가고 있어 문제가 더욱 커지는 흐름이다.

* 러그풀: 가상자산을 개발한다며 투자자금을 모은 뒤, 갑자기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자금을 가지고 사라지는 수법.

실제로 산업계와 학계 등의 분석에 따르면, NFT를 악용한 범죄 유형은 빠르게 다양화·고도화된 모습이다. 미국의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는 지난 2월 발간한 <2022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Crypto Crime Report)>를 통해 자전거래와 자금세탁 문제를 조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체이널리시스는 25회 이상 자전거래를 실시한 사용자 262명을 포착했으며, 그 중 110명은 약 887만달러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금세탁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4분기 기준 140만달러 상당의 암호화폐가 불법 자금과 연루된 지갑에서 NFT 마켓플레이스로 유입됐다고 밝혔다. 이 중 상당량이 사기와 관련된 지갑 주소에서 전송됐으며, 제재 위험이 있는 출처에서 흘러들어온 암호화폐는 약 28만4000달러 수준으로 나타났다. 도난 자금의 유입 비중 역시 지난해 3분기부터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다.

NFT 플랫폼으로 유입된 불법적 자금 규모 [자료 제공=체이널리시스]
NFT 플랫폼으로 유입된 불법적 자금 규모 [자료 제공=체이널리시스]

세명대학교 경찰학과 송혜진 교수는 ‘P2E 내 NFT를 이용한 범죄에 관한 연구(2022)’에서 관련 범죄 유형으로 △해킹 △자금세탁과 탈세 △사행성 △저작권 침해 등을 지목했다. 

그 중 중대 범죄 행위로 연결되는 첫 고리는 해킹이다. 지난 3월 블록체인 기반 P2E 게임 ‘엑시 인피니티’에서 해킹으로 인해 7700억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탈취당하는 피해를 입은 바 있으며, 미국 재무부는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개발사 스카이마비스는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엑시 인피니티’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용자 폭증에 따라 속도 개선과 수수료 절감 목적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 ‘로닌’을 채택했는데, 이 지점에서 해킹이 이뤄진 것이다. 블록체인 보안 업체 펙실드는 해커가 훔친 개인 키로 2번의 트랜잭션(거래)을 실행해 자금 탈취가 이뤄졌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탈취된 가상자산은 자금세탁을 통해 범죄자금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언급된 ‘엑시 인피니티’ 해킹 사건에서 탈취된 자금의 22%는 토네이도 캐시를 통해 세탁됐으며, 41%의 자금은 3개의 신규 지갑으로 나눠 이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토네이도 캐시는 익명성 보장을 목표로 하는 프로토콜로, 지갑 주소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는 특성으로 인해 범죄에 악용되며 미국 재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또한 마켓플레이스에서 임의로 가격을 조작하게 되면 탈세 가능성도 높아지며, 트래블 룰이 도입되긴 했지만 아직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아 충분히 탈세 수단으로 활용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송 교수는 “자금 세탁과 탈세가 뒤이어 이뤄지고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NFT 범죄의 가장 처음은 해킹”이라며 “NFT는 가상화폐로 전환하고 다시 현금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됐으며, 이미 개인재산으로 등록이 돼 세금까지 부과하고 있다면 충분히 자금세탁과 탈세는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대를 따라가야 할 제도

저작권 침해 문제의 경우 법제 정비를 통한 규제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의 경우 거래소가 저작권을 심사하지 않고 NFT 발행과 판매를 허용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그 결과 대다수의 NFT가 저작권 심사 없이 시장에서 유통됐다. 무료로 유통되는 NFT의 80%가 표절이거나 사기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수익성을 중시하는 거래소의 성격상 자율규제가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나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송 교수는 “개인이 NFT로 만든 캐릭터는 고유성이 있고, 원작물의 저작권 침해 문제도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NFT 시장은 점차 다양한 방면으로 커지고 있고, 이를 규제하는 법 체계도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에서는 NFT의 저작권 심사 없이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출처=오픈씨 웹 페이지 갈무리]
세계 최대 NFT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에서는 NFT의 저작권 심사 없이 유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 출처=오픈씨 웹 페이지 갈무리]

사실 NFT의 거래와 저작권 문제 등에 대한 법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이전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는 중이다. 전북대학교 동북아법연구소 신봉근 전임연구원은 ‘NFT에 관한 민사법적 고찰(2021)’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NFT 거래의 법률관계가 법에 명시돼 있지 않으며, 플랫폼의 이용 규약 등 당사자 합의에 의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NFT 거래에서 발생하는 권리 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NFT 거래자 입장에서는 소유권 귀속 문제, 저작권 문제, 과세 문제 등 계약상의 문제가 일어나게 될 것인데, 법률관계에 대해서는 법에 명확히 규정돼있는 것이 아니며, 플랫폼에서의 이용 규약 등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해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며 “따라서 NFT의 구조 및 기능, 거래가 행해지는 각각의 사례에서 대상이 되는 NFT에 대해 어떠한 권리가 인정되는지, 그 NFT의 거래에 수반해 어떤 권리가 발생하는지에 대해 개별적·구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곽상빈 변호사는 ‘대체불가능토큰(NFT) 거래 관련 법적 쟁점에 관한 소고(2021)’에서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당국 인허가 및 게임 관련법 등 부수적 법률 적용, 거래자들의 소유권 귀속·과세·저작권 귀속 및 활용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아직 정부에서 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 이에 대한 법률 쟁점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 현소진 헌법연구관은 ‘NFT의 발행 및 저작권적 쟁점의 논의(2022)’에서 기존 법리의 틀을 유지하되, 새로운 자산을 수용하기 위한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NFT는 새로운 유형의 자산인 만큼, 저작물과 관련된 법적 쟁점은 기존 법리의 큰 틀을 유지하며 새로운 제도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며 “저작권법은 저작자 등의 권리를 보호함과 동시에, 나아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이라는 사회적 법익을 보호한다는 거시적 방향을 유지한 채 NFT라는 새로운 형태의 자산을 담기 위한 세부 조항의 조정 및 해석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

저작권이나 거래 등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는 법률 개정에 대한 의견이 많았지만, 각종 범죄행위에 대해서는 정부의 관리감독이 중요하다는 것이 관련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무법인 린 구태언 변호사는 NFT의 본질에 대해 고찰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NFT는 암호화폐가 아니며, 기본적으로는 디지털 저작권에 대한 사용권을 담은 일종의 상품권이다. 게다가 디지털 파일인 만큼 현물도 없어 파일을 가지고 있을 권리를 사고파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다만 희소성에 따라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은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안목이 중요한데, 시장이 혼란스러운 만큼 이러한 본질에 대해 주요 기관이나 정부 관련부처에서 충분히 설명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경찰이 더욱 적극적으로 러그풀·다단계와 같은 사기 사건에 대한 입증과 단속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짜 코인과 가짜 NFT, 과장 등 기망행위로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에는 사기죄에 해당하며, 다단계의 경우 대부분이 불법적인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방문판매법 등 현행법으로도 충분히 처벌이 가능하다. 또한 수사기관이 의지를 갖고 진행하면 관련 범죄자들을 잡아 처벌하는 것 역시 충분히 가능함에도, 경찰은 이를 방치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구 변호사는 “과거 n번방 사건 당시 주동자들은 범죄사실을 은닉하기 위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통해 거래를 진행했지만,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경찰은 수천명을 잡아들였다”며 “주무기관인 경찰이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모습. n번방 사건의 경우 수사당국의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가상자산과 텔레그램 등을 활용했지만, 성착취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후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주요 피의자 검거가 이뤄졌다. 때문에 NFT를 악용한 각종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 제공=뉴시스]
지난 2020년 검찰로 송치되고 있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모습. n번방 사건의 경우 수사당국의 추적을 어렵게 하기 위해 가상자산과 텔레그램 등을 활용했지만, 성착취물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이후 경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주요 피의자 검거가 이뤄졌다. 때문에 NFT를 악용한 각종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경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사진 제공=뉴시스]

체이널리시스도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련 범죄 행위를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자전거래는 인위적으로 부풀린 토큰을 구매하도록 함으로써 불공정한 시장을 만들 위험성이 있으며, 이는 NFT 생태계에 대한 신뢰를 훼손해 미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블록체인에 기록된 데이터를 분석해 누가 자전거래를 하고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마켓플레이스는 이 같은 최악의 범죄자에 대한 추방 또는 다른 페널티를 고려하고 싶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전거래가 금지돼 있는 기존 증권 및 선물 거래와 달리 NFT의 자전거래는 아직 불투명한 영역에 존재해 아직 강제 조치의 대상조차 되지 않았다”면서도, “규제 당국이 시선을 돌려 기존의 부정행위 방지 조항들을 적용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며 정부의 규제에 의한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금 세탁에 대해서도 “실제 미술에서의 자금 세탁은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NFT 기반의 자금 세탁의 경우 블록체인의 고유 특성인 투명성으로 인해 보다 신뢰도 높은 추정이 가능했다”며 “자금 세탁, 특히 제재 위험이 있는 출처에서 유입된 자금은 NFT에 대한 신뢰 구축에 큰 위협이 되며, 시장과 규제 기관 및 법 집행 기관에 의해 더욱 면밀히 감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이널리시스에서 포착한 상습 자전거래자 현황 [자료 제공=체이널리시스]
체이널리시스에서 포착한 상습 자전거래자 현황 [자료 제공=체이널리시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