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아트·게임 거쳐 M2E 등 광폭 성장
고유성·소유권 특성 앞세워 거대 시장 형성
크립토 윈터 속 급속 냉각…회의론도 대두
제도권 편입 놓고 이견…사회적 논의 필요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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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블록체인 기술은 가상화폐,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DeFi) 등 금융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다. 탈중앙화라는 특성에 기반한 높은 보안 수준과 투명성을 앞세워, 인터넷판 ‘제3의 물결’로 떠오르고 있는 웹 3.0 실현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지목됐다. 

특히 NFT(대체불가 토큰, Non-Fungible Token)의 경우 디지털 세상에서 쉽게 생각하기 어려웠던 ‘한정판’이라는 개념을 실현시킬 대안으로 각광받았다. 진위판별과 개인 소유증명이 가능한 ‘세상에 둘도 없는 고유자산’이라는 개념에 많은 투자자들이 열광했고, 이는 급격한 시장 규모 확대로 이어졌다. 

하지만 2018년 광풍 이후 급속도로 식어버린 가상화폐 시장처럼, NFT조차도 ‘버블’이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투자자들의 수익성이 약화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문 부호가 붙고 있고, ‘디지털 한정판’이라는 기본 개념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이를 악용한 범죄 사례들까지 등장하며 시장의 시선은 급격히 차가워졌다. 

스캠(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투자자를 현혹시켜 투자금을 유치하는 행위)의 난립을 막고 건전한 시장질서 형성을 위해 법제화를 통한 제도권 편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존재하며, 실제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창작자에 대한 검열 등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반대의견 또한 제기되고 있으나,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통해 이를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적정 수준의 규제와 현실성 있는 법령 등이 관건으로, 제도권 안착을 위해 정부와 산업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급격한 시장 확대

NFT라는 개념이 시장에서 최초로 대두되기 시작한 시점은 암호화폐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18년이다. 이후 암호화폐 시장은 빠르게 식으며 ‘크립토 윈터’를 맞이했지만, NFT만큼은 서서히 거래량을 늘려가며 조금씩 규모를 키웠다. 

이 같은 흐름은 2021년 들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특히 해외에서는 미술품 등 예술 분야에서 이를 접목하는 시도가 이어지며 눈길을 끌었다. 유명 아티스트 등 셀럽들이 활용하면서 대중들에게 빠르게 알려진 것이다.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의 전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그라임스가 지난해 경매에 내놓은 디지털 그림 컬렉션 10점이 20분만에 도합 580만달러(약 65억원)에 낙찰된 사례가 그 시작점으로 꼽힌다. 이 때부터 NFT화된 디지털 아트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투자자들에겐 일종의 대안적 투자자산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다만 관련업계에서는 이전부터 NFT의 잠재력이 결실을 맺을 분야로 게임을 지목해왔다. 게임 내에서 사용되는 아이템 등을 사실상 NFT로 간주할 수 있어 기술 접목 시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엑시 인피니티’를 위시한 P2E(플레이 투 언, 게임 플레이로 획득한 재화나 아이템을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산으로 활용하는 모델) 게임들을 비롯해 ‘더 샌드박스’, ‘디센트럴랜드’ 등 메타버스 플랫폼들까지 이를 적극 활용하며 시장을 열었다. 특히 ‘더 샌드박스’의 경우 게임 내 토지인 ‘랜드’를 NFT화해 판매하는, 이른바 ‘가상 부동산’ 개념으로 눈길을 끌었다.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더 샌드박스’의 마켓플레이스에서는 가상 부동산 ‘랜드’의 거래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사진 출처=더 샌드박스 마켓플레이스]
블록체인 기반 메타버스 ‘더 샌드박스’의 마켓플레이스에서는 가상 부동산 ‘랜드’의 거래까지도 이뤄지고 있다. [사진 출처=더 샌드박스 마켓플레이스]

국내에서는 위메이드가 지난해 말 ‘미르4’ 글로벌에서 캐릭터 NFT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날부터 1억7000만원에 육박하는 거래가 발생하는 등 글로벌 이용자들의 호응이 있었으며, 현재도 꾸준히 거래 수수료가 발생하는 등 유의미한 수익 구조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에서는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미르4’ 글로벌 캐릭터 NFT의 일평균 거래 개수는 약 400개이며, 거래금액은 1~2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스테픈’이나 ‘스니커즈’ 등의 M2E(무브 투 언)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으면서 NFT의 적용 폭은 더욱 넓어지고, 비즈니스 모델도 고도화됐다. 걷기와 달리기 등을 통해 재화를 얻는 것은 기존의 P2E 게임과 유사하지만, 신발 NFT의 내구도 수리 등에 재화를 사용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재화의 수요-공급 불균형을 막으려 했다는 평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와 제퍼리 투자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 NFT 시장 규모는 2019년 240만달러(약 28억8000만원)에서 지난해 140억달러(약 16조8000억원)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350억달러(약 42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2025년까지 800억달러(약 96조원)로 급격히 팽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해 NFT 판매액이 전년대비 262배 불어난 249억달러(약 29조7729억원)에 이르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각 기관들마다 집계 기준으로 삼은 체인들이 달라 시장 규모와 관련된 정확한 수치는 산출되지 않고 있지만, 거의 모든 조사에서 폭발적인 성장세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에서는 캐릭터 NFT 오픈 첫 날부터 억대 거래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위메이드]
위메이드의 ‘미르4’ 글로벌에서는 캐릭터 NFT 오픈 첫 날부터 억대 거래가 발생하기도 했다. [사진 제공=위메이드]

핵심은 ‘희소성·소유증명’

이처럼 투자자들을 매료시킨 NFT의 특징은 바로 ‘대체 불가능’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진위 판별이 가능하다는 특성으로 인해, 무엇이든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세상에서 ‘한정판’이라는 개념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 

RPG(역할수행게임)에서의 게임 아이템을 예로 들면, 같은 등급의 아이템이라도 옵션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기 고유한 속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그 유용성이나 희귀성 등에 따라 가치도 다르게 책정된다. 이는 곧 개별 아이템이 NFT로 간주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게임과 게임을 연결하는 인터게임 생태계가 활성화될 경우, A 게임에서의 아이템을 B 게임으로 옮겨 활용하거나 거래할 수 있어 그 효용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위메이드를 필두로 컴투스 그룹, 넷마블 등이 자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인터게임을 가장 먼저 실현시키는 곳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소유권 개념 역시 매력적인 요소로 여겨졌다. 아이템 등 디지털 에셋을 개인 자산으로 인식할 수 있는지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거래 자체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로 연결된다. 

기존 게임 서비스에서는 이용자가 획득한 아이템과 게임머니 등에 대한 유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게임 머니와 아이템 등을 자산으로 인정하는 판례가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관련 사기사건 등에서는 법적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약관상 게임 머니와 아이템은 게임사로부터 대여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NFT 게임들을 서비스하는 기업들의 경우 이를 인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용자 개인의 금융자산으로 간주하겠다는 것이다.

이전부터 게임 아이템 거래 시장이 크게 활성화된 상태였다는 점도 중요한 포인트다. 실제로 국내 1위 게임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인 아이템베이에서는 월평균 24만건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전체의 연간 아이템 거래 규모는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글로벌로 시야를 넓히면 스케일은 더욱 커진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플레이댑의 개발 및 운영사인 수퍼트리 최성원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글로벌 게임 아이템 거래시장 규모는 50조원에 이르렀으며, 50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아이템 NFT 및 마켓플레이스 도입은 이 거대한 시장을 게임 속에 내재화하는 것으로, 중개 수수료 등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방안인 셈이다.

NFT 전문 데이터 사이트 논펀지블닷컴이 구글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NFT에 대한 검색량 등 시장의 관심은 지난 2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자료 출처=논펀지블닷컴]
NFT 전문 데이터 사이트 논펀지블닷컴이 구글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NFT에 대한 검색량 등 시장의 관심은 지난 2월을 기점으로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자료 출처=논펀지블닷컴]

커져가는 의구심 ‘일시 조정인가, 허상인가’

하지만 마냥 장밋빛일 것만 같았던 NFT 시장에도 한파가 찾아온 모습이다.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2021년 9월 대비 주간 NFT 판매량이 92% 감소했고, 활성 지갑 수도 88% 줄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체이널리시스와 논펀지블닷컴 등 블록체인 관련 데이터 업체들의 반론이 있었지만, 성장세가 둔화되는 흐름은 투자자들의 분위기에서도 관측되고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민팅(발행)에 참여만 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다는 기류가 지배적이라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했지만, 지속된 코인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떨어지자 관심도가 뚝 떨어진 것이다. 

이는 관련 가상자산 시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가상자산 데이터 인텔리전스 플랫폼 쟁글에 따르면, 지난 1년간 NFT 인덱스 지수는 82.16% 떨어졌다. 이는 NFT의 생성과 거래 등을 지원하는 프로토콜 및 유관 서비스를 대표하는 가상자산 상위 10개의 시가총액 변동을 추종하는 지수다. 

올해 들어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등 가상화폐 시장에 찾아온 충격이 NFT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악재로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더리움과 솔라나 등 알트코인들의 가격도 동반 하락했는데, 대다수의 NFT 프로젝트들이 해당 체인을 활용하고 있어 사실상 가상화폐 시황을 추종한다는 점에서다. 

이를 두고 관련업계에서는 지난 2018년 크립토 광풍 때와 마찬가지로 NFT 역시 투기자산화되며 버블이 형성됐고, 그것이 붕괴하며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젝트의 가치와 비전에 공감하고 생태계 발전에 동참하기 위한 투자가 아닌 단순 투기만 횡행해 시장 과열을 부추겼고, 지속가능한 생태계 대신 언젠가 꺼질 버블만을 키웠다는 것이다. 

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시장 초기 지나친 과열로 인해 진정성을 갖고 임하는 프로젝트와 스캠을 구분하기 힘들어졌는데, 이는 각종 가상화폐가 난립하던 2018년과 유사한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NFT의 개념 자체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NFT도 본질적으로 디지털 파일이라는 점 때문이다. 아날로그 상품과 달리 디지털 파일은 복제를 하게 되면 원본과 똑같은 제품이 하나 더 만들어지는데, 이를 두고 어떻게 고유성을 논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NFT가 담고 있는 것은 판매자가 보증하는 진위여부 증명일 뿐 그 콘텐츠가 담고 있는 가치가 아니며, 결국 상품에 붙은 가격표 내지는 영수증에 불과하다는 것이 이러한 주장의 핵심이다. 다시 말해, 사용자가 해당 콘텐츠를 ‘소유’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가치를 갖지 못한다는 뜻이다.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이병욱 주임교수의 저서 ‘돈의 정체’ [사진 출처=에이콘출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이병욱 주임교수의 저서 ‘돈의 정체’ [사진 출처=에이콘출판]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 이병욱 주임교수는 자신의 저서 <돈의 정체>에서 “NFT는 언제라도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영수증일 뿐, 실제 권리는 이를 발행한 자가 약속을 지켜야만 발생한다”며 “자동으로 소유권을 기록하고 집행해주는 프로그램이나 기관 따위는 없으며, 오로지 판매자를 믿어야만 소유권이 인정되는 위험하고 원시적인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본보와의 통화에서 그는 “NFT는 권리를 보장하는 메커니즘이 아니며, 소유권에 대한 정보도 담겨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NFT로 만들어진 디지털 아트에는 원본 그림의 URL 주소만 담겨있을 뿐 그 소유자가 누구인지 등은 기록되지 않는다. 개인정보가 공개될 위험이 있어 암호화폐에는 소유정보를 기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처분권만이 존재하는데, 이는 얼마든지 복제할 수 있으며 법적 보호를 받을 수도 없다.

‘대체 불가능’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무의미하다고 비판했다. 무언가 다른 정보가 기록돼 있기 때문이 아니라, 액면이 존재하지 않아서 대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NFT라는 용어가 대중화되기 이전에는 ‘콜렉터블 토큰’이라는 명칭이 많이 통용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골동품이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으로 이를 설명했다. 예를 들어 특정 연도에 나온 50원 동전은 원래 가격과 관계없이 100만원 가량에 거래되는데, 이는 해당 연도에 50원 동전이 적게 발행됐기 때문이다. 여기서 50원이라는 액면은 이 동전의 가치를 강제하지 않으며, 희소성과 수집이라는 기준에 의해 가격이 결정된다. 마찬가지로 NFT는 액면이 없어 거래를 위한 가격 준거가 없을 뿐인데, 관련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바뀌지 않는 정보가 있는 것처럼 대중을 호도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이 교수는 NFT 시장에 대해 ‘원본 없이 허상을 사고파는 사행 시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원본은 발행자만이 가지고 있지만 이것을 특정인에게 줘야 할 의무는 없으며, 구매자 역시 원본에는 관심이 없고 발행받은 NFT를 되파는데만 집중하는 기형적 구조라는 것이다.

그는 “한 작가는 자신의 그림 원본을 태워버리고 이를 NFT로만 판매했는데, 이는 NFT가 얼마나 허구인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최근 가격거품이 꺼지고 있는 것이 이를 대변하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기 피해 속출…법제화 시급

설상가상으로 NFT와 관련된 사기 사건까지 발생하며 투자자들의 시선은 더욱 싸늘해지고 있다. 이는 시장 신뢰에 대한 위협으로, 가뜩이나 냉각된 분위기 속에서 숨을 고르고 있는 프로젝트들을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잘 알려진 방식으로는 ‘러그풀’이 있다. 그럴 듯한 청사진을 앞세워 투자자들을 모집한 뒤 갑자기 인력 부족이나 자금 부족 등 사업 상 이유를 들어 프로젝트 개발을 중단하고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 방송사 CNN이 자사의 뉴스 NFT 프로젝트 ‘볼트’를 파기하며 관련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비단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클레이튼 기반 디파이 프로젝트인 쿠무 파이낸스와 클레이랜드에서 러그풀 정황이 드러났으며, P2E 게임 ‘케놈(Kenome)’과 ‘퍼리즈(Furryz)’ 역시 돌연 사업 중단을 선언해 논란이 일었다.

블록체인 데이터 추적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기반 범죄 규모는 140억달러(약 20조60억원)로 2020년 78억달러(약 11조1462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 중 러그풀 사기가 28억달러로 39.2%의 비중을 차지했다. 

러그풀 이외에도 NFT 시장이 맞이한 문제들은 다양하다. 자전거래를 통한 시세 조작 등도 문제가 되고 있으며, 일종의 피싱 사기까지도 발생해 주의가 요구된다. 오픈씨 등 마켓플레이스에서 무료 NFT를 발송하고 이용자가 이를 발급받을 시 해당 지갑의 송금 권한을 넘기는 식이다. 

피싱 사례를 제보한 가상자산 투자자 A씨는 출처가 불분명한 NFT는 무조건 수령하지 않는 등 사용자의 주의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법제 정비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사기 사건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NFT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어 피해자가 발생해도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점 때문”이라며 “사기꾼들의 시장 진입을 어렵게 하는 수준의 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씨의 의견처럼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NFT의 제도권 편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에 대한 각계의 시각차도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가상자산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한 데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률이 자칫 잘못 악용되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이 발의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은 NFT를 디지털자산으로 포함하는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금융위원회에서는 NFT의 정의가 불명확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는 형국이다.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우 NFT를 사실상 가상자산에 준하는 수준으로 취급하는 입장이나, 마켓플레이스 운영사 등지에서는 금융당국의 검열로 인한 창작의 제한과 특정 마켓플레이스로의 집중화에 따른 카르텔 형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말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사진 제공=뉴시스]
지난달 말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사진 제공=뉴시스]

전문가들은 제도권으로의 편입을 통한 시장 건전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로 활동 중인 디스프레드 예준녕 공동대표는 이러한 부분들이 자본시장 원리에 따라 해소될 수 있다고 봤으며, 오히려 제도권 편입을 통해 아티스트의 권리를 보호받는 것이 더 이로운 방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 공동대표는 “검열이나 특정 거래소의 집중화 등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아티스트나 게임 개발사 등 NFT 발행자들이 법의 테두리 내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안전하게 보호받는 가운데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어 더 이롭다”며 “향후 시장 성숙 역시 공인된 마켓플레이스와 창작자들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기에, 제도권 편입 쪽이 자본시장의 이치에도 맞고 더욱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국게임학회 위정현 학회장(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은 주식 시장과 유사한 형태의 제도권 편입을 제시했다. 국내 주식시장을 살펴보면, 코스피, 코스닥 등 상장사들의 거래시장과 비상장주식 시장이 병존하는 등 각자의 차별화 포인트에 맞춰 시장이 형성된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상업적 목적을 명확히 갖고 있는 NFT는 관련법의 적용을 받는 마켓플레이스에서 유통되도록 하고, 단순 취미 목적의 발행이나 무명 작가들의 성장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 등의 경우에는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이 더 클 수 있음에 대한 사전 고지를 전제로 자유롭게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다. 

위 학회장은 “법제화가 이뤄지더라도 지하시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처럼 무결성이 보증된 품목들만 유통되는 시장을 하나 두고 이외의 것들은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두는 방식”이라며 “최근 NFT에서 저작권 등 각종 문제들이 커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디지털 자산 시장은 규모가 커지고 발전할 것이기에, 이렇게 이원화된 형태로 시장을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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