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 임박했다며 원금보장 책임서도 발급
캔버스 재단 입금 계좌, 알고보니 청소대행 업체
대포폰과 대포통장 이용해 가해자 특정 어려워
금감원 “투자성 상품에 원금 보장되는 경우 없어”
“적격투자기관을 통한 코인투자 환경 조성돼야”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이른바 ‘주식 리딩방’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가상화폐 투자사기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 경우 가해자 특정이 쉽지 않아 금융당국의 도움이나 수사 진행도 어려울뿐더러 개인투자자에 대한 비난 분위기가 형성돼 피해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전문가들은 적격투자기관을 통해 코인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출처=네이버 지식인 캡쳐]
[사진출처=네이버 지식인 캡쳐]

‘주식 리딩방’ 정보를 통해 조직적 접근

8일 <투데이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피해자 A씨는 지난 7월 모 주식 리딩방에서 손실을 본 후 해당 리딩방의 본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A씨에게 최근 리딩방이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는데, 투자자들의 손실로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이어 투자자들의 손실 복구를 돕겠다며 ‘캔버스 코인’을 추천했다.

모집책들이 제시한 캔버스코인 백서에는 Canvas AI 솔루션을 통해 NFT 큐레이션과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이를 활용할 NFT 마켓 및 월렛이 개발될 예정이며 메타버스의 생태계, 오프라인 기업들과의 연결을 추진한다고 안내됐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총 30억개의 코인을 발행하고 5년간 분배될 예정이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B씨는 해당 코인이 해외에 상장된 상태고 엘뱅크 거래소에서 1200원에 거래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에도 곧 상장될 것이라는 언급과 함께 수량이 한정돼 있어 코인 1개당 200원, 최대 2500개의 수량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A씨는 2500개의 코인을 구입했고 모집책이 알려준 ‘C유한책임회사’ 명의의 계좌로 50만원을 입금했다. 며칠 후 자신을 캔버스재단의 관계자라고 소개를 한 D씨로부터 주주가 된 걸 축하한다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D씨는 코인을 추가로 5만개 이상 확보하고자 한다면 200원에 물량을 더 풀어 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뿐만 아니라 캔버스재단으로부터 원금보장의 책임서를 발급해주겠다며 추가 투자를 권유했다. 

자신을 캔버스 재단 관계자라고 소개한 D씨가 피해자 A씨에게 발급한 원금보장 증서 [사진출처=피해자 A씨 제공]
자신을 캔버스 재단 관계자라고 소개한 D씨가 피해자 A씨에게 발급한 원금보장 증서 [사진출처=피해자 A씨 제공]

D씨는 추가로 더 구입하면 ‘락업’(주식시장의 보호예수와 비슷한 개념)을 미리 풀어 상장일 까지 기다리지 않고 빠르게 매도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부추겼고, A씨는 총 10만7500개 구입을 위한 약 2000만원을 C유한책임회사 계좌로 입금했다. 그러나 A씨는 거래 이후 상대방과의 연락은 더이상 닿지 않았고 구매한 코인도 개인지갑에서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졸지에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은 A씨는 경기 용인 서부경찰서에 모집책인 B씨와 D씨, 법인인 C유한책임회사를 고소해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경찰 수사에 따르면 자신을 캔버스 재단의 관계자라고 소개한 D씨와 캔버스 코인을 추천한 리딩방 B씨의 휴대폰은 경찰 수사 결과 대포폰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입금한 계좌명 C유한책임회사는 등기 열람결과 코인을 다루는 회사와는 연결고리가 없는 자본금 100만원의 아파트 입주 청소대행 업체로 밝혀졌다. 

피해자 A씨는 “캔버스 코인으로 사기당하신분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식으로 손실 본 투자자들의 심리를 악용한 이러한 만행은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일이다”고 분노했다.

<투데이신문>에 모집책과의 대화 내용을 공유한 또 다른 피해자 사례에서도 유사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을  캔버스 재단의  과장이라고 소개를 한 E씨가 F씨에게 해외에 상장된 캔버스 코인이 곧 국내 상장한다는 정보를 흘리며 접근했다. 이어 현재 해외거래소에서 1200원대 거래되고 있는 캔버스 코인을 세일가 200원에 투자가 가능하다고 유인했고 F씨는 피해자 A씨와 마찬가지로 C유한책임회사 명의의 계좌로 입금했다. F씨 역시 입금이 완료되고 얼마안가 E씨와 연락이 끊겼다.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캔버스 코인은 지난 7월 평균시세 약 0.955(USDT)에서 11월 평균시세 약 0.00033(USDT)로 폭락했다 [사진출처=엘뱅크 거래소]
해외거래소에 상장된 캔버스 코인은 지난 7월 평균시세 약 0.955(USDT)에서 11월 평균시세 약 0.00033(USDT)로 폭락했다 [사진출처=엘뱅크 거래소]

늘어나는 ‘가상화폐 사기’ 예방·구제는 취약

A씨가 투자권유를 받은 7월 당시 실제 캔버스 코인은 글로벌 거래소 엘뱅크에 상장돼 있었고 약 1달러(USDT) 이하로 거래되고 있었다. 그러나 곧 상장된다던 모집책들의 말과 달리 현재까지 국내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엘뱅크에서 거래되는 캔버스 코인은 8월 이후 시세가 급격히 하락해 11월 들어 소수점 세자리 이하로 시세를 형성해 사실상 가치가 ‘0’에 가깝다.

캔버스 코인 피해자들은 현재 모임을 결성하지 않아 정확한 피해 규모 파악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네이버 ‘가상화폐 사기피해 카페’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게시물에 의하면 캔버스 코인 관련 피해는 전국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코인관련 사기 수법은 대부분 자금 모집과 인출을 담당하는 역할을 나누는 조직적인 형태가 일반적이고 대포폰과 대포통장을 이용해 흔적을 남기지 않는 등 가해자 특정을 어렵게 만든다”며 “최근 주식시장이 하락하면서 손실을 본 사람들을 대상으로 본전 회복을 도와준다거나 원금이 보장되는 투자라고 안심시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락업이 걸려있어 이를 풀어준다는 조건으로 추가 투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락업은 일반투자자에게 해당되는 않기 때문에 이럴 경우 거의 사기라고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위험회피 심리를 이용해 손실 복구 및 원금 보장을 약속하며 투자자에게 접근해 자금을 모집하고 편취하는 가상자산 불법 유사수신 피해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가상자산 불법행위 피해액은 최근 5년간 약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7년 4674억원, 2018년 1693억원, 2019년 7638억원, 2020년 2136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2021년은 3조1282억원으로 급증했다.

검거 인원도 늘어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가상자산 불법행위 검거 건수는 총 774건, 검거인원은 총 1976명으로 파악됐다.

검거 인원은 2017년 126명, 2018년 139명, 2019년 289명, 2020년 560명, 2021년에는 862명이다. 2020년 대비 지난해 검거 인원은 53.9% 늘어났다.

이에 따른 검거 건수도 2017년 41건, 2018년 62건, 2019년 103건, 2020년 333건, 2021년 235건으로 이어졌다.

유사수신행위는 인·허가를 받지 않거나 등록신고 등을 하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관련 법령(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장래의 경제적 손실을 금전이나 유가증권으로 보전해 줄 것을 약정하고 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위의 사례는 이에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 관련 신고 되는 피해 유형을 보면 추천한 가상자산이 곧 상장예정이라고 소개하고 원금과 고수익 보장을 약속해 자금을 모집하고 편취하는 행위가 일반적이다”며 “원금보장과 함께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며 투자를 유도하는 경우 유사수신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어 “법적으로 원금이 보장되는 경우는 제도권 금융회사의 예·적금에 한정되며 투자성 상품에 원금이 보장되는 경우는 없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가상화폐 분야 전문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코인 피해의 원인으로 적격투자기관을 통한 투자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김형중 특임교수(한국핀테크학회 회장)는 “현재 코인관련 유사수신 피해는 예방과 피해구제 둘 다 어려운 상황이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적격투자기관을 통해 코인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적격투자기관의 코인투자가 활성화 되면 투자자 보호나 정보의 접근성이 높아져 현재 발생하는 깜깜이 투자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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