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의 고향, 추운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계속되는 민원···거리마다 보이던 노점 사라져
사람들이 주는 응원으로 유지할 수 있는 가게
오르는 물가, 어려움을 덜어주는 상인과 손님

맛있게 구워진 붕어빵 ⓒ투데이신문
맛있게 구워진 붕어빵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서정인 기자】 싸고 맛있는 겨울 간식으로 통하는 붕어빵. 그러나 이제는 너무 많이 오른 물가 때문에 금값이라는 뜻을 담아 ‘금붕어’라고 불린다. 또 붕어빵 가격으로 경제 상황을 알 수 있는 ‘붕어빵 지수’로, 쉽게 볼 수 없는 붕어빵 노점이 집 근처에 있으면 ‘붕세권’ 등 붕어빵은 이제 귀한 몸이 됐다. 

원재료 상승과 노점 단속으로 요즘은 쉽게 볼 수 없는 붕어빵 가게지만, 우리는 여전히 붕어빵과 함께했던 시절을 추억하며 살아간다. 그 추억을 이어가기 위해 길거리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따뜻한 냄새를 풍기는 붕어빵 사장님들이 있다.

그중 신길역에서 장사하는 곽노준(71)씨를 만나 따뜻한 온기를 나누며 붕어빵을 굽고, 손님들도 만나봤다. 그는 붕어빵은 서민들의 간식인데, 쉽게 접할 수 없는 상황이 아쉽고, 길거리에 나열됐던 노점들이 사라진 이 시점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2023년, 부드럽고 바삭한 붕어빵의 고향인 추운 길거리로 나가서 뜨거운 겨울 간식을 호호 불어먹는 낭만과 하얀 봉투에 가득 담긴 정을 다시 한번 찾아보려 한다.

신길역, 주변에서 붕어빵 판매를 하는 노점상 곽노준 사장님 ⓒ투데이신문
신길역, 주변에서 붕어빵 판매를 하는 노점상 곽노준 사장님 ⓒ투데이신문

길고 긴 환승 거리로 많은 승객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신길역. 그러나 지난해 12월 29일, 이런 분주한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따뜻한 냄새를 발견했다. 찰진 단팥에 기름진 반죽, 곽씨는 아내와 함께 3년 동안 같은 동네에서 겨울 간식 붕어빵을 판매하고 있다. 달달한 반죽 냄새와 하얀 연기가 거리를 휩쓸면 손님들은 서둘러 만들어진 붕어빵을 구매한다.

하지만 몇 번의 이사는 있었다. 가판대부터 시작해 현 자리에서 30m 떨어진 포장마차 앞, 노래방, 앞, 은행 앞으로 옮겨 다니며 지금의 자리를 잡았다. 현재는 인도와 사유지의 경계선에서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장사하고 있다. 본보는 이런 그들의 고충을 알아보기 위해 붕어빵 장사에 동행했다.

한 손님은 곽씨에게 ‘가슴속 3천원’(붕어빵 앱)을 보고 왔는데, 찾기가 정말 힘들었다며 그동안 붕어빵을 먹지 못한 속상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앱을 켜서 확인하니, 그가 이동한 자리가 기록돼 있었다. 노점의 이동한 흔적이 남겨져 있던 것이다.

기자는 곽씨에게 앱을 보여주며 고객들이 사장님의 붕어빵을 잊지 않고, 장소이동과 리뷰까지 남겨둔 사실을 전달했다. 그는 조금 신기한 듯 핸드폰을 슬쩍 보곤 쑥스러운지 다시 붕어빵을 굽기 시작했다. 손님은 재차 영업시간을 확인한 후 재방문 의사를 밝히며 따뜻한 하얀 종이봉투를 품에 안고 자리를 떴다.

포장마차 사장님, 맞은편 의류 판매 가게 사장님, 우측에 위치한 서점 사장님 등 많은 마을 주민이 자신의 가게 앞에서 장사하라며 권유했지만, 계속되는 민원으로 여러 번 자리를 이동했다. 몰래 사진 찍는 사람과 마주쳐 신고 이유를 물어봤지만, 동네의 미관을 지키려는 영웅심이 다였다. 특히 새벽이 되면 이유 없이 노점을 쓰러뜨리는 취객들이 많아 곽씨는 자기 몸집의 두 배가 되는 인력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간다.

'가슴속 3천원'(붕어빵 앱)에 나와 있는 붕어빵 노점의 이동 흔적 ⓒ투데이신문
'가슴속 3천원'(붕어빵 앱)에 나와 있는 붕어빵 노점의 이동 흔적 ⓒ투데이신문

그러나 곽 씨는 주변 사람들 덕분에 더 열심히 일한다. 천막 안으로 들어와 안부를 묻는 할머니, 가던 길을 멈추고, 쓰던 모자를 살짝 벗어 인사하는 할아버지. 사장님이 잠깐 자리를 비울 때면, 기자를 보면서 “여기 사장님 어디 가셨어요?”라고 묻는 손님까지 있을 정도다. 곽 씨는 동네에 터줏대감 같은 존재였다.

일일 알바생이 생긴 붕어빵 가게엔 새로운 얼굴이 반가웠는지 주변 상인들의 발걸음이 잦았다. 그들은 취재가 끝났으면 얼른 들어가라는 핀잔을 늘어놓기도 했지만, 따뜻한 믹스커피를 가져와 곽 씨와 기자에게 건네줬다. 그들의 잔소리는 추운 겨울날 길거리에 나와 있는 기자에 대한 걱정이었다.

몇 시간 동안 한 자리에 서 있던 기자는 달달한 커피를 마시며 몸을 녹일 수 있었다. 하루 종일 붕어빵 장사를 끝내고 보니 믹스커피, 블랙커피, 비타500 등 마을 주민이 건넨 간식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매일 마을 주민이 건네는 간식이 익숙한지 곽씨는 고마움의 표시로 맛있게 구운 붕어빵을 건넸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 마땅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지만, 주변에서 용기가 대단하다고 칭찬하는 말에 힘을 얻어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하는 그다. 그러다 보니 그를 알아보는 이가 참 많다. 동네를 걸어 다니다 보면 “붕어빵 아저씨다!”라며 인사를 건넨다. 동네 사람들에게 좋은 붕어빵 아저씨로 남아 있기 위해 그는 밖에선 일절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 집에 가서 막걸리 한 잔 마시는 게 작은 낙이다.

2022년부터, 1,000원에 2개로 가격이 책정된 붕어빵 ⓒ투데이신문
2022년부터, 1,000원에 2개로 가격이 책정된 붕어빵 ⓒ투데이신문

손님들이 천 원어치 붕어빵을 구매할 때마다 곽씨는 자연스럽게 서비스라며 하얀 봉투 안에 붕어빵 한 개를 더 넣어줬다. “작년에 3개씩 팔다가 갑자기 2개씩 팔게 되니, 나도 미안하기도 하고 조금 초라하더라고, 모두 줄 순 없고 상황에 따라 하나씩 더 드려요”라며 물가를 잡을 수 없는 자신을 원망했다.

곽씨는 공장에서 재료를 받아 장사를 유지하고 있다. 직접 재료를 준비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매일 공장에서 배달되는 재료는 밀가루 5kg 5개, 팥 3kg 5개이다. 재료가 소진되면 퇴근이지만 일반적으로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하루 8시간 정도, 거리에서 붕어빵을 굽는다. 이렇게 열심히 장사하고 나온 수익의 절반을 공장과 나눈다.

전문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에서 겨울 간식 재료 물가 상승을 비교한 결과,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49.2%, 지난해보다 18.4%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밀가루, 붉은 팥, 설탕, 식용유, LPG 가스 등 붕어빵을 만드는 재료의 물가가 모두 상승한 탓이다. 특히 많은 재료는 수입의 의존 하고 있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코로나 19 등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서민들이 접하는 간식이잖아요. 붕어빵이 곧 물가니까 경제 상황이 안 좋다는 체감온도를 제일 빨리 느낄 수 있어요. 비싸지만, 그래도 꾸준히 찾는 손님들이 많아요.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 등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거지”

노점을 정리하며 퇴근하는 곽노준 사장님 ⓒ투데이신문
노점을 정리하며 퇴근하는 곽노준 사장님 ⓒ투데이신문

사장님은 8시간 동안 서 있으면서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날씨가 평소보다 춥지 않아 기자가 따뜻해서 다행이라며 안심했다. 그래도 혹여나 감기에 걸릴까봐 가게에서 붕어빵과 함께 파는 따뜻한 어묵 국물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붕어빵 장사를 하려고 한다. 붕어빵은 겨울을 알리는 음식이다. 사람들은 붕어빵을 보고 계절을 느낀다. 겨울이 오면 나이 든 사람들은 추억을 생각하며 붕어빵을 먹고, 젊은 사람들은 호기심에 구매하며 또 다른 추억을 만든다. 그런 추억을 만들어주는 붕어빵 아저씨가 되는게 그의 마지막 꿈이다.

“손님들이 맛있게 잡수고, 탈 안 났으면 좋겠어. 체하지 말고. 자주 보고”

올겨울에도 따뜻한 길거리 간식을 맛본 것처럼, 누군가에겐 끼니가 되고, 추억이 되며, 생계가 되는 붕어빵을 지속적으로 마주치기를 바란다. 얼어붙은 경기에도 시민들과 함께 나누는 달달한 붕어빵이면 추운 겨울을 함께 견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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