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제공=페이코인]
[이미지 제공=페이코인]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지난달 국내 거래소에서 상장폐지 절차가 이뤄진 위믹스에 이어 다날의 블록체인 프로젝트 페이코인까지 서비스 존폐 위기에 처하면서, 소위 ‘김치코인’으로 불리는 국산 가상자산들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부호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6일 제15차 신고심사위원회를 통해 페이코인 발행사인 페이프로토콜의 변경신고 심사에 대해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4월 페이프로토콜은 가상자산 지갑·보관업자로 신고한 바 있으며, 이후 가상자산 매매업을 위해 변경신고를 접수했다. 결제에 사용된 페이코인에 대한 매도·매수 기능이 종래엔 계열회사들에 있었는데, 이를 페이프로토콜이 모두 수행하게 된 것이다. 

이에 FIU 측은 페이프로토콜에 지난달 30일까지 특금법에 따른 관련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가상자산과 금전 간 직접 교환뿐만 아니라 매개수단을 이용한 간접교환의 경우에도 은행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페이프로토콜이 해당 기한 내에 은행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하자 결국 변경신고 불수리 결정을 내렸다. 9일 FIU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용자 및 가맹점 보호를 위한 안내와 서비스 종료 관련 기술적 조치 등에 필요한 기간을 고려, 오는 2월 5일까지 관련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페이코인의 상장폐지 우려가 커지며 가격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이하 닥사)에서도 일제히 2월 6일까지 페이코인을 유의종목으로 지정하는 등 관련 조치에 나섰다.

페이코인 시세는 FIU의 변경신고 불수리 결정이 내려진 지난 6일 급락했다. [자료 출처=빗썸]
페이코인 시세는 FIU의 변경신고 불수리 결정이 내려진 지난 6일 급락했다. [자료 출처=빗썸]

현재 닥사 소속 거래소 중 페이코인이 상장된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이다. 업비트 측은 페이프로토콜이 실명계좌 확보 및 가상자산 사업자 변경신고에 실패하는 경우 관련 서비스에 중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빗썸 측 역시 이러한 경우 재단의 급격한 사업적 변동이 예상되므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으며, 코인원도 같은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관련해 페이프로토콜 측은 공지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실명계좌 확보가 2월 5일까지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진행할 예정”이라며, “향후 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관련업계에서는 이들이 전북은행과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며, 당초 지난해 내 완료를 목표했지만 FTX 파산 등 시황 악화에 따라 지연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FIU의 현장 실사 등 최소 1개월의 심사 소요기간을 고려하면, 실명계좌 확보에 성공하더라도 일시적인 결제 서비스 중단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산 코인 프로젝트의 위축 역시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위믹스의 상장폐지에 이어 페이코인의 서비스 중단까지 현실화될 경우, 소위 ‘김치코인’의 대표주자 2개가 연달아 무너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클레이튼도 분위기가 좋지 못한 상황이라 국산 코인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가상자산 보관업체 등에 미칠 파장은 당장 없을 전망이다. 페이코인의 경우 환전 기능이 관건이 된 것이고, 현재 금융당국에서는 보관업 등에 대한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요구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정부의 관점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이에 대한 대비를 해둘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를 운영하는 한 업체 대표자는 “페이코인의 경우 매매업을 위한 변경신고였으며, 이에 따라 FIU에서 실명계좌 확보를 요구한 것이기에 보관업체와는 다른 사례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보관업이 가상자산 사업자로 분류되고 있지는 않지만, 현행법의 사각지대에 위치한 것은 사실인데다 정권의 태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에,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요구가 있을 경우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대비해두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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