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2 하반기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2 하반기 글로벌 일자리 대전’에서 한 구직자가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서울 내 스스로 방 안에 자신을 가둔 고립·은둔상태에 있는 청년이 최대 13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시는 19일 지난해 5∼12월 동안 전국 최초로 시행한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만 19∼39세 청년이 포함된 5221가구(청년층 6926명)와 별도의 개별 청년 5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고립 및 은둔 생활을 하는 당사자와 지원기관 실무자 26명에 대한 심층 조사도 함께 실시했다.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에서 ‘고립’은 현재 정서적 또는 물리적 고립상태에 놓인 자로 고립 상태가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는 경우로 규정했다. ‘은둔’은 현재 외출이 거의 없이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이 최소 6개월 이상 유지되고, 최근 한 달 내 직업‧구직 활동이 없던 경우로 정의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청년 중 고립·은둔청년 비율은 4.5%로 추산되며, 이를 서울시 인구에 적용할 경우 최대 12만9000명에 이를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한국 청년 대상으로 범위를 넓힌다면 국내의 고립·은둔청년은 약 6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서울시는 추정했다.

고립‧은둔청년 55.6%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고, 주로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생활의 지속기간은 1년 이상~3년 미만이 28.1%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3년 이상~5년 미만(16.7%)’, ‘10년 이상(11.5%)’ 순이었다. 은둔 생활이 5년 이상 장기화 된 청년 비율도 28.5%로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고립·은둔 생활을 하게 된 계기로 응답자 45.5%는 ‘실직 또는 취업에 어려움’이라고 응답했다. 그다음으로 ‘심리적, 정신적인 어려움(40.9%)’, ‘다른 사람과 대화하거나 함께 활동하는 등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움(40.3%)’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고립‧은둔청년은 서울시 청년 전체 평균 대비 성인기 전후로 보다 많은 부정적 경험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의 성인기 이전에는 ‘가족 중 누군가가 정서적으로 힘들어했던 경험(62.1%)’, ‘집안 형편이 갑자기 어려워진 경험(57.8%)’, ‘지인으로부터 괴롭힘과 따돌림을 당했던 경험(57.2%)’ 등을 겪었던 것으로로 확인됐다.

성인기 이후에는 ‘원하던 시기에 취업을 못했거나(64.6%)’, ‘원했던 직장에 들어가지 못했던 경험(60.7%)’ 등 주로 취업 실패 등에 대한 경험이 있던 것으로 집계됐다.

고립·은둔청년 중 본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대해 ‘보통보다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64.7%였다. 이는 일반청년의 응답 31.4%와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고립·은둔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에 대해 10명 중 5명(55.7%) 이상이 ‘그렇다’고 답변했다. 10명 중 4명(43%) 이상은 실제 벗어나기 위한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고립‧은둔청년은 현재 가장 필요한 지원방안으로 ‘경제적 지원(57.2%)’을 꼽았다. 이 밖에도 ‘취미, 운동 등의 활동(44.7%)’, ‘일자리나 공부 기회(42.0%)’, ‘심리상담(36.8%)’ 등의 지원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김철희 미래청년기획단장은 “고립·은둔 청년의 사회적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당사자 중심의 섬세한 정책설계가 필요해졌다”며 “실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 그 청년들이 다시 사회로 나와 안전하고 편안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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