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인사에게도 회장 경선 공정성 보장은 긍정적 요인
지주 사업에서 부회장이 갖는 긍정적 역할 모델은 도외시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br>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지난 연말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지주 부회장직 존폐 여부였다. 당국의 압박에 결국 금융지주들이 손을 드는 모습이 됐다.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던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모두 연말 인사를 계기로 자리를 없애기로 해, 4대 금융지주에서 모두 부회장이 모습을 감춘 것이다. 

이와 함께 당국은 이른바 모범관행(best practice) 마련에 나서는 등, 지주·은행권의 지배구조 개선을 매듭지으려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 부회장직 폐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차기 회장 후보군을 특정해 오던 부작용이 사라질 것이라는 환영 의견도 일각에서는 있다.  

실제로 부회장직을 통해 얻는 유·무형의 장점이 여타 후보군 특히 외부 출신 인사들에 비해 너무 크다는 것이 당국의 시각인 것 같다.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KB금융 회장 선정 절차 과정을 언급하며 “KB가 상대적으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를) 잘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CEO 후보 대상을 확정한 후 평가 기준과 방식을 정했다는 점은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에서 언급된 ‘확정된 CEO후보’가 바로 당시 KB금융지주의 부회장 3인이었다는 풀이가 유력하게 대두된 바 있고, 폐지 문제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모범관행은 실제로 후계자 후보군 관리와 최종 후임자 선정까지 폭넓게 메스를 댔다.

상시후보군 선정·관리, CEO 자격요건, 승계절차 개시 및 단계별 절차, 비상승계계획 등 중요사항을 구체적으로 문서화하도록 해 유사시 책임 소재를 규명할 수 있게끔 했다.

아울러 미리 마련된 CEO 자격요건과 연계해 상시후보군에 대해 다각도의 역량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사회가 상시평가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또 모범관행은 공정하고 면밀한 평가를 위해 경영승계절차는 조기에 개시하도록 했다. 아울러 CEO 후보군에 대한 평가와 검증 주체나 방법을 다양화한다는 구상도 담았다.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외부 후보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보범관행 마련, 즉 차기 회장 후보군의 선정·관리 공정성 제고와 부회장직 폐지는 반드시 일치하는 것인지 근원적인 물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부회장은 지주사 핵심 전략의 총괄책임자인 동시에 사실상 차기 회장 후보군을 발굴‧육성, 경쟁을 유도하는 직책으로 활용된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지주사 핵심 전략의 경험을 쌓는 데 있다. 

이른바 총괄책임자 역할을 맡기는 것이 부회장 발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고 부차적으로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다소 앞서나가는 이가 생기는 것인데, 당국의 염려와 조치는 주객이 전도되는 게 아닌지 비판의 소지가 있다. 

더욱이 이번 정부 들어 당국은 금융권 전반에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압박을 가해 온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단히 민감한 영역인 ‘CEO인사’ 부분에까지 당국의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모습이 된다는 것은 문제다.

압박을 주려는 게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그런 선의보다는 거북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우리나라 당국과 금융권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엇박자가 날 경우 뒷감당이 곤란할 수 있다는 걱정을 만들어 하게끔 하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다른 논점도 생각해 봐야 한다. 부회장직이 마치 현임 회장이 차기 회장군에 입김을 미칠 수 있는 선택지를 꽂아넣는 기회처럼 당국은 의심하고, 그런 전제에서 부회장직 폐지가 더 공정하다고 보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오히려 부회장 혹은 복수의 부회장들이 제대로 역할할 수 있게 한다면, 회장 혼자 독주하는 것보다 조언자 내지 견제의 보좌진으로서 집단지도체제처럼 기능하게 하는 장점도 이끌어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경영승계절차가 공정하고 면밀한 평가로 진행되도록 하기 이번 모범관행에서 많은 구상이 나타났다. 바꾸어 말하면 이것들만 잘 지켜도 공정성은 상당 부분 담보되는 것이고, 단 하나 마음에 걸릴 부분인 후보군에 포함된 외부 후보에게 불공평하지 않도록 외부 후보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 기회를 제공하는 문제만 처리하면 된다.

그런데, 이는 부회장직 자체를 없애는 것으로 해결할 일은 아니다. 이는 소 잡는 칼로 닭 잡는 격이다. 그 대신, 해외 금융사들이 길게는 1년, 짧으면 6개월 동안 평가 기준을 사전에 정하고 후보군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을 참조해 우리 금융권이 합리적 선발을 운영하게 하면 될 부분이다.

그렇잖아도 상생 금융 동참 압박이나, 대출금리 누르기 논란 등으로 당국은 너무 많은 관치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부회장직 폐지 해프닝은 이런 당국의 모습에 화룡점정이라고 할 법하다. 당국이 반성할 부분, 더 나아가서는 모범관행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 부회장직과의 병행 여부 등을 재논의해 볼 필요가 분명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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