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인사 및 개편 통해 내년도 경제 상황 적극 대처
부회장직 폐지하고 보고, 직급 등 체계 단순화 나서
임원 인사 등은 핀셋 조치 만족...전문성·효율 힘싣기

[사진제공=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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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2023년 연말 4대 금융그룹들의 인사 및 조직 개편 바람이 관심을 모은다. 부회장직을 폐지하는 등 당국과 여론의 요청에 부응하기도 했지만, 인사 폭을 가급적 줄이는 등 전대미문의 경제 상황에서 지혜와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점도 눈에 띈다. 다만 금융그룹들은 조직을 슬림화하는 와중에서도 미래 사업 분야를 챙기는 데 노력을 기울이기도 해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도전 의식이 여전함을 보이기도 했다.

6개 부문 교체 KB...타 그룹은 핀셋 인사 방점

9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은 KB금융그룹은 9년 만에 새 수장을 맞이한 가운데, 임기가 만료된 계열사 대표이사 중 상당수를 새 인물로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KB증권(WM부문) ▲KB손해보험 ▲KB자산운영 ▲KB캐피탈 ▲KB부동산신탁 ▲KB저축은행 등 6개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를 결정했다. 

여타 금융그룹은 이른바 핀셋 인사를 택했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꾀한 것. 신한금융그룹은 지난해와 올해 초 은행과 보험, 카드 등 주요 자회사 CEO를 교체한 바 있어 대부분 자회사 CEO의 연임을 택할 수 있었다. 전쟁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철학이 이번 인사 전반을 관통한 것.

하나금융그룹도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대체투자자산운용을 제외한 나머지 관계사 CEO들이 업무를 이어나가게 됐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올해 3월 임종룡 회장 체제 출범 후 은행, 카드, 종합금융 등 계열사 CEO 변화를 준 터라 연말 인사는 소폭에 그쳤다.

부회장직 사라져...조직 슬림화와 보고 체계 단순화 

금융 당국의 주문에 따라 부회장직이 금융그룹에서 사라지게 된 것은 올해 주요 이슈라고 할 수 있다.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폐쇄적 운영의 주된 원흉으로 꼽히면서 부회장직제를 두던 곳들도 이를 없애는 방향을 택한 것.

KB금융지주는 약 4년 만에 부회장직을 폐지하기로 했다. 또한 3명의 부회장이 총괄했던 10개 사업 부문을 3개 부분으로 축소했다. 

계열사 가운데 KB국민은행 역시 그간 세분화돼 있던 본부조직을 유사업무 수행부서 중심으로 통합, 총 부서 수가 약 10% 감소했다.

연말 개편으로 당초 그룹-총괄-본부-부서의 4단계로 운영했던 지휘체계가 그룹-본부-부서의 3단계로 줄어든 점도 빠른 소통과 슬림한 경영을 상징한다.

하나금융도 부회장 폐지에 나섰다. 특히 하나금융은 다음 회장 선임까지 남은 시간이 약 1년인 가운데 이 같은 결단을 내렸다. 

하나금융은 부회장 직제를 폐지하는 대신, 부문 임원 체제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유연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한다는 복안이다.

신한금융은 내년부터 신한금융지주의 11개 부문을 4개로 대폭 통합 운영한다. 부문 내에는 파트 조직을 신설한다.

우리금융도 종전 부사장·전무·상무로 차등을 두던 지주 임원 직위 체계를 부사장으로, 부행장·부행장보로 구분하던 은행 직위 체계를 부행장으로 일원화하는 변화를 준 바 있다.

효율과 주도적 업무 보장, 신사업 박차...성과자 우대

조직을 슬림화하는 와중에도 새롭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 부분에는 과감하게 공을 들이는 선택을 한 것도 금융그룹들의 공통점이다. 미래 성장 동력 마련과 관리를 포기할 수 없다는 인식 아래 모멘텀 확보에 나서는 것. 이런 가운데 인재 등용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KB금융그룹은 개인고객, 자산관리(WM), 연금, 소상공인(SME), 자본시장, 기업투자금융(CIB) 조직은 계열사 자율경영체계로 변화를 줘, 자율과 주도적 업무를 노렸다.

디지털 부문을 신설하고 산하에 디지털전환(DT) 본부와 인공지능(AI) 본부를 둬 새로운 기술력을 통한 업무 역량 강화에 나선다.

신한금융그룹은 부문장과 파트장에 직위에 관계없이 전문성을 가진 사람을 배치하기로 했다. 직위가 아닌 직무 중심으로 경영진을 구축, 운영함으로써 동기 부여를 하고 사기를 고취하는 셈이다.

하나금융그룹도 AI시대를 맞아 관련 혁신 기술 시너지를 통한 발전을 적극 도모한다. 기존 ‘그룹디지털부문’ 산하에 있는 ‘데이터본부’의 조직을 ‘AI데이터본부’로 확대 개편한 점이 눈에 띈다. 

우리금융그룹은 영역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에 더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M&A를 담당하는 사업포트폴리오부를 기존 미래사업추진 부문에서 전략 부문으로 재배치하는 핀셋형 개편을 단행한 데서도 이런 열망을 읽어낼 수 있는 것.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의 경우, 기업투자금융(CIB) 강화를 모색한다. 기업그룹과 IB그룹을 CIB그룹으로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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