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기준 연령, 40년 이상된 노인복지법에 의해 ‘만 65세’ 유지
무임수송 비용 연평균 5432억원…지자체들 “연령 상향해야” 주장
법마다 다른 노인 기준…국민연금 개혁·정년제도 개선 문제 잇따라
전문가 “높은 노인빈곤율·자살률…상향 조정의 폭과 시기 신중해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서 어르신들이 장기를 두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일부 지자체에서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기존 ‘만 65세’였던 노인 기준 연령 상향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됐다.

그동안 노인 기준 연령을 늦추자는 의견은 꾸준하게 제기돼 왔다. 관련 법률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노인의 기준 연령은 긴 시간 동안 ‘만 65세’였다. 

하지만 현대 의학 기술의 발달 등으로 수명이 늘고 노인의 건강 상태가 과거에 비해 좋아진 것은 물론 아직까지 일터에 남아있는 노인의 수도 증가하면서 더 늦은 나이부터 노인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더욱이 해당 기준의 척도가 되는 노인복지법은 지난 1981년 제정된 이래 42년이 흘러 법 개정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일 발표된 서울시의 ‘2022년 서울시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 노인이 생각하는 노인 기준 연령은 평균 72.6세로, 법적 기준인 만 65세보다 7.6세 높았다. 기존 65세였던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의 상한 시 새로운 기준으로 거론돼 있는 70세보다도 많았다.

또한 일하는 노인의 비율은 41.6%로 지난 2018년보다 6.5%p 증가했다. 지금 하는 직종의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조사대상자도 30.1%로 같은 기간보다 4.9%p 늘었다.

이 같은 노인 연령 상한에 대한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올린 것은 대구시와 서울시다. 대구시가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으며, 뒤이어 서울시도 연령 기준을 개편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하자는 쪽은 노인정책에 쓰이는 예산을 아끼고 악화된 국가재정을 개선하자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반면 섣불리 노인 기준 연령을 늦추면 현재 세계 최악 수준인 노인 빈곤율을 보다 높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7세까지로 더 늦춰야 한다는 국회 연금개혁특위의 민간자문위원회의 의견, 그리고 이와 함께 정년 연장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하며 새로운 노인 연령 기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난 7일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우대용 무임승차권을 발급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 7일 서울 중구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우대용 무임승차권을 발급받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대구시·서울시가 쏘아 올린 무임승차 논란

노인복지법 제26조1항에 따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65세 이상의 자에 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수송시설 및 고궁·능원·박물관·공원 등의 공공시설을 무료로 또는 그 이용요금을 할인해 이용하게 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더불어 노인복지법 시행령 제19조1항 별표1을 따라 정부는 도시철도 할인률을 100%로 정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2021년 도시철도 무임수송에 소요된 비용은 연평균 5432억원에 달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지난 2021년 기준 △서울교통공사 2831억원 △부산교통공사 1090억원 △대구도시철공사 459억원 △인천교통공사 240억원 △광주도시철도곳아 64억원 △대전도시철도공사 83억원 등이다. 

이에 지자체들이 하나둘씩 무임승차 연령 제한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대구시는 지난 2일 지하철 무임승차 연령을 만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다만 대구시는 도시철도의 무임 연령 상향에 따라 기존 도시철도 수혜자인 65~69세의 혜택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고려했다. 시는 버스와 도시철도를 구분, 해마다 지원 연령을 다르게 규정해 버스는 74세를 시작으로 해마다 1세씩 낮추고, 도시철도는 1세씩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구시에 이어 서울시도 연령 기준 개편에 나설 뜻을 표명했다. 서울시는 요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며,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을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도시철도 운영은 지자체 고유의 사무로, 요금 관련 결정은 지자체가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며 “노인과 장애인 등의 무임승차로 적자가 쌓인다면 관련 제도를 없애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곧바로 공식 입장을 통해 “요금비용 부담은 부담을 발생시킨 주체가 책임지는 것이 기본원칙”이라며 공익서비스 제공으로 발생하는 비용은 원인제공자가 부담한다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 제32조를 근거로 들며 반박했다.

이외에도 대전시도 오는 9~10월경 부터 70세 이상 노인을 위한 버스 무임승차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으며, 부산시도 도시철도 무임승차 손실분에 대해 국가가 지원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여기에 정치권까지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중앙정부가 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을 보전 및 지원하는 PSO(공익서비스에 따른 손실보전지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여당은 현재 만 65세 이상으로 돼 있는 무임승차 연령 상향 조정과 중앙정부의 적자 보전을 묶어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23년 노인일자리 사회활동 지원사업 박람회를 찾은 어르신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23년 노인일자리 사회활동 지원사업 박람회를 찾은 어르신들이 상담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연금개혁·정년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노인 무임승차로 촉발된 논란은 연금개혁과 정년문제로까지 이어졌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지난 1998년 1차 연금개혁 이후 25년간 9%대를 유지하고 있다. 해당 수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18.3%에 절반도 못 미친다.

이에 더해 오는 2055년 기준 국민연금 수령자격자들이 연금을 수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이하 연금특위)는 현행 9%인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한 현재 국민연금은 만 59세까지 의무 가입해 만 63세에 수급받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급 개시 연령은 오는 2028년 64세, 2033년 65세로 5년마다 1살씩 늦춰지도록 했는데, 최근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에서는 수급 개시 연령을 67세까지로 더 늦추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문위는 정년연장의 개념으로 의무가입 연령과 수급개시 연령이 늦춰질 시 국민연금 재정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더 늦게까지 연금을 내고 이어 수급을 시작하게 될 경우, 퇴직 후 연금을 받기까지 급격한 소득 하락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은 정년연장과 같은 노동정책과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는 올해 초 진행된 업무보고를 통해 정년 연장과 계속 고용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정부는 “노사가 지금처럼 자율적으로 재고용 등 계속고용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되, 임금체계 개편과 연계해 2분기부터 정년연장 및 폐지 등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지난 6일 ‘정년제도와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급속한 고령화시대에 맞춰 국회 차원의 고용연장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자 정혜윤 부연구위원은 “국내 노동자의 노동시장 실제 은퇴연령은 72.3세로 집계돼 OECD 국가 평균 64.5세보다 큰 격차를 보이며 국민연금 수령 연령인 65세와도 5년간의 괴리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은 △국회 차원 정년제도 영향 분석 및 평가를 바탕으로 노사 간 이견 조정 토대 마련 △장기적 정년정책 노사정 거버넌스 구성 및 국회 심사의 유기적 연계를 대안으로 제안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법률마다 다른 ‘노인 기준 연령’…해결책은

노인 기준 연령은 관련 법률마다 각각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지난 2021년 11월 발표된 국회입법조사처의 ‘노인 연령 기준의 현황과 쟁점(김은표)’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연금, 기초연금, 노인장기요양보험, 경로우대제도,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사회보장제도는 대부분 만 65세 이상을 노인으로 판단하고 있다.

주택연금의 경우 만 55세 이상, 농지연금(노후생활안정자금)은 만 60세 이상을 노인으로 명명한다.

이와 다르게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의하면 노인 응답자 52.7%는 ‘만 70~74세’를, 14.9%는 ‘만 75~79세’를 노인 기준 연령으로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는 노인 기준 연령에 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을까. 같은 보고서에서 해외 주요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와 가까운 나라 일본은 국민연금·후생연금의 수급 개시연령이 65세이며, 정년은 기업이 정년폐지, 정년연장(65세까지), 계속고용제도(65세까지 계약직으로 재고용) 중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노령·유족·장애인연금(OASDI)의 수급 연령이 66세 이상으로 규정했지만, 정년을 폐지했다. 독일의 경우 법정연금보험 등의 공적연금(GRV)의 수급 개시연령을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상향하고 정년 역시 오는 2029년까지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할 방침이다.

입법조사처는 “노인 연령을 둘러싼 쟁점으로 노인 연령 기준의 상향 조정, 정년과 연금수급 개시연령의 불일치, 노인 연령 기준의 통일 또는 폐지가 있다”며 “최근 우리 사회에서 기대수명의 지속적인 연장과 심각한 저출산 문제는 복지 재정에 상당한 부담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노인 연령 기준의 조정은 풀어야 할 과제”라고 진단했다.

다만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을 보이고 있어, 노인 연령 기준 상향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입법조사처는 “단지 복지 재정 관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한 노인들의 행복한 삶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 세대가 참여해 합의를 도출하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KDI 한국개발연구원도 지난해 9월 발표한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가능성과 기대효과’를 통해 “노인연령을 현재와 같이 65세로 유지할 경우, 2054년 이후 우리나라의 노인인구 부양부담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노인연령 상향 조정의 폭과 시기는 고령 취약계층의 건강상태 개선속도를 감안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민간의 기대 형성과 행태 변화 그리고 사회적 제도의 조정기간을 고려해 노인연령 상향 조정 계획을 충분한 기간 동안 사전 예고하고, 노인연령 상향에 따른 정책적 보완사항을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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