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의 일체이자 합일하는 하모니 작품 세계
내달 2일까지 프랑스 파리 ‘갤러리89’에서 선봬

초대전 전시 포스터 ⓒ정창기 작가
초대전 전시 포스터 ⓒ정창기 작가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시를 사랑한 화가’로 널리 알려진 정창기 작가의 초대전이 파리에서 관객을 만난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 89는 오는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poesie(시)’ 전시회를 통해 서예와 서양화를 접목해 그림을 그리는 성옥(星屋) 정창기(鄭昌基) 화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어릴 적부터 붓글씨를 써 온 정 화백은 30세 즈음 한글 서예의 대가인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문하로 들어가 작업을 이어 갔다.

40세 이후부터는 자신만의 선의 세계를 찾기 위해 먹 대신 유화 물감을 작품에 사용하는 등 서양화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이어 그 화폭에 시와 난을 끌어들여 시서화라는 동양적인 세계를 접목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그의 작품은 서예 붓질에 유화 물감이 더해져 섬세하면서 부드럽고, 일반 유화 작품에선 발견할 수 없는 깊이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인화의 사의적(寫意的) 화풍이 엿보인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동짓달 기나긴 밤을, 65x90cm, 혼합재료 @정창기 작가<br>
동짓달 기나긴 밤을, 65x90cm, 혼합재료 @정창기 작가

지난 전시에서 그는 김달진의 ‘열무꽃’, 김후란의 ‘자화상’,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최동호의 ‘불꽃 비단벌레’, 윤효의 ‘봄 편지’ 등 명시가 포함된 작품 30점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런 시와 그림과의 만남에는 시인이자 예술원 회원인 고려대 최동호 명예교수의 제안 또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림’이라며 시인들의 시를 적어 넣은 작품을 전시해 보자는 의견이었다.

결국 그의 작품은 동양의 붓으로 서양의 물감을 묻혀 그리고 만들어낸 붓글씨이자 서양화인 만큼 바로 시서화 일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난까지 더해지니 시서화란의 예술이다. 

아내의 옆모습, 33.5x45.5, 혼합재료 @정창기 작가<br>
아내의 옆모습, 33.5x45.5, 혼합재료 @정창기 작가

김종근 미술평론가는 “중국 북송시대의 화가 곽희(郭熙)는 ‘그림은 소리 없는 시이고 시는 형태 없는 그림’이라는 말을 남겼다. 이는 시와 그림이 결코 둘이 아니고 그것이 하나였을 때 그 빛을 발하며 이것은 진주와 같이 반짝이며 소중하다는 의미”라며 “정 화백의 작품은 비워두는 화면의 여백, 날릴 듯 붓 획의 삐침과 생략이 화면을 더욱 간결한 양식으로 완성시키고 있다. 특히 쓸쓸한 듯 비워둔 공간의 여백마다 난이 등장하여 난의 감추어진 고결한 품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결국 동양과 서양의 일체이며 합일이며 통합하는 아름다운 하모니의 세계다. 또한 화폭에서 시인의 맑은 심성과 정갈한 언어를 발견할 수 있다”며 “동양과 서양의 예술의 지평과 경계에서 그 정신을 하나로 통합하는 조화로운 세계를 향하는 정창기 화가의 정신은  동양 문인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수묵산수에 갇히지 않고 서양의 채색 기법으로 그만의 화풍을 구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명주바람, 53x33.5, 혼합재료 @정창기 작가<br>
명주바람, 53x33.5, 혼합재료 @정창기 작가

최동호 시인은 전시회 초대의 말씀을 통해 “동양의 붓에 서양의 물감을 적셔 만들어낸 정창기 화백의 화폭은 섬세하면서도 부드럽고, 통상적인 서양의 붓으로 그린 거친 회화와는 다른 질감을 보여준다. 동양과 서양의 경계선에서 그것을 하나로 통합하는 조화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창기 화백은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이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우수상, 신미술대전 문인화 부문 대상, 국회 문공위원장상 등을 수상했다. 그는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경기미술대전 심사위원, 서울시 미술대상전 운영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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