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모두 외로울까. 정면의 스크린을 일제히 바라보고 있지만 서로의 얼굴은 끝내 볼 수 없으니까. 시를 읽는 사람들은 모두 외로울까. 같은 시를 읽고 있을지라도 각자의 손에 들린 시집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을 뿐이니까. 도심의 인파 속을 걸을 때면 그토록 많은 이들이 물리적으로는 공존하면서도 존재론적으로는 철저히 혼자일 수 있다는 사실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오는 실감은 없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바로 옆에 앉아 거의 똑같은 자세로 작은 화면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있는 무명의 누군가와 내가 아무것도 공유할 거리가 없을 수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인간은 동물이다. 동물은 스스로 움직이는 존재다. 이 움직임은 위치의 변화로 발견된다. 또한 이 좌표의 변화가 시간을 흐르게 한다. 움직이는 수많은 사물 중 하나인 우리는 움직임을 얼마나 잊고 사는가. “달은 돌기 때문에 달이다. 돌지 않으면 돌이다”라는 김석영 시인의 자서처럼 우리는 움직일 때 존재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여기 돌을 쥐려는 사람이 있다. 돌은 정물이지만 돌을 쥐려는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이렇듯 시인은 정물과 동물 사이에서 ‘양방향성’을 발견한다. 이것을 달을 향한 돌의 욕망이라고 불러본다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찬바람이 겨울의 방아쇠를 당긴다. 폭죽처럼 터지는 눈. 겨울의 불꽃, 가장 뜨거운 지점으로 도달하려는 수많은 시선. 거뭇한 하늘에 밝은 눈이 울려 퍼진다. 들여다볼 줄 아는 사려 깊은 눈앞에서는 모든 것이 새롭게 존재를 드러낼 준비가 돼 있다.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휘슬러가 안개를 그리기 전까지 런던엔 안개가 없었다”고 말했다.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마침내 마주하는 생경함의 연대는 시시포스적인 삶 속에서 발견하는 시적인 위로라고 여겨볼 수 있겠다. 그리하여 한여진 시인은 “우리는 이웃에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모호한 희망으로 끝맺는 이야기는 잔인하다. 배신으로 이어진 애매한 마음의 역사처럼. 노역을 견디는 낙타의 남은 하절기처럼. 그렇다면 차라리 절망은 어떠한가. 백은선 시인의 입버릇을 빌려 “내일 모든 게 끝장난”다면 아마도 우린 전부 동지가 아닐까. 공평한 슬픔을 나눠 가진 투명한 이웃 말이다.여기 상자가 하나 있다. 그리고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꺼내 보기를 망설이는 사람이 있다. 더 이상 희망이라는 모르핀을 거부하는 사람. 절망의 도시에서 우울의 광맥을 열어젖힌 시인의 운명이다. 환유를 빌려 시인의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현재의 ‘나’는 몇 퍼센트의 미래일까. 미래의 내가 될 수 있는 건 현재의 나뿐이지만 한번 녹아버린 얼음이 이전과 완벽히 똑같은 모양으로 얼려질 수 없듯 마음이 밀고 나아가는 결말은 확언할 수 없다. 다만 불가능한 가능성을 품은 온전한 일인칭의 시는 미래를 연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직 꾸지 않은 꿈속에서 발신인 없는 마음들이 도착하듯 그 마음이 누구의 마음인지 알 수 없지만 며 미래의 ‘나’를 선언한다.황인찬 시인은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먹는 행위가 숭고한 까닭은 그것이 음식을 씹어 삼켜 피와 살로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함께 먹는다는 것은 너와 나의 피와 살이 동일한 기원을 나누어 갖게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함께 마신 커피가 서로의 혈관을 조용히 타고 흐르는 시간, 함께 먹은 밥이 서로의 뼈 위에 차곡차곡 쌓이는 시간을 공유하는 만큼 서로의 존재는 각자의 육신에 돌이킬 수 없이 새겨진다. ‘같이 밥을 먹자’는 말이 정다운 안부 인사가 될 수 있는 까닭도 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 밥상에 정성스레 차려진 음식들을 함께 나누자, 그것들을 서로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국내 애니메이션 은 그물에 잡힌 고등어가 횟집 수족관에 옮겨져 예정된 죽음을 앞둔 상황을 고등어 입장에서 연출한 드라마다. 아마도 물고기의 살아있음이 강하게 증명되는 순간은 물속을 유유히 헤엄칠 때가 아니라 도마 위에 올려진 순간일 것이다. 수식 하나 없는 근원적 자아가 드러나는 도마 위에서 이소호 시인은 설치 미술처럼 자신(이경진)을 과감하게 전시한다. ‘이경진’은 이소호 시인이 2014년까지 사용했던 이름으로 그를 전면에 내세워 “가장 사적이고 보편적인 경진”의 이야기를 기록한 첫 시집
양영희 감독의 영화 (2022)는 감독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머니 강정희씨는 젊은 시절 제주 4.3 사건의 현장에서 도망쳐 일본에 정착한 뒤, 분단 과정에서 북한 공산당으로 이적하며 당에 의해 아들을 희생당한 기구한 사연을 갖고 있다. 어머니의 복잡한 삶의 행적을 따라 덩달아 상처받아야 했던 감독은 영화라는 매개를 빌려 그런 어머니의 과거를 추적한다. 4.3 사건에 대한 고통으로 남한을 버리고 북한을 택한 어머니를 이해할 수 없는 만큼 사랑하기도 하기에, 감독은 어머니를 사랑하는 만큼 이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한 번도 시보다 먼저 있던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는 김복희 시인. 우리 이웃에 시인이 살고 있다면 다정한 밤이 종종 찾아올 것이다. 잠들지 못하는 백지들에게 문장이 되어 줄 준비가 돼 있는 시의 척후병(斥候兵)처럼 보고 들은 모든 것이 시가 될 수 있다고 믿는 시인은 싱싱한 햇볕에 잘 마른 옷을 갈아입듯 이웃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희망을 증류한다. 그렇게 우리 자신 안에 있는 문장을 꺼낼 수 있게 흰 종이 앞으로 떠미는 그의 산문집 다.김복희 시인은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시를 사랑한 화가’로 널리 알려진 정창기 작가의 초대전이 파리에서 관객을 만난다.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 89는 오는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poesie(시)’ 전시회를 통해 서예와 서양화를 접목해 그림을 그리는 성옥(星屋) 정창기(鄭昌基) 화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어릴 적부터 붓글씨를 써 온 정 화백은 30세 즈음 한글 서예의 대가인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문하로 들어가 작업을 이어 갔다.40세 이후부터는 자신만의 선의 세계를 찾기 위해 먹 대신 유화 물감을 작품에 사용하는 등 서양화에 주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이우성’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제삼자가 돼서 바라보고 이것을 시에 반영하고 싶었다”어느 날 문득 자신의 이름이 희박해지는 순간을 상상해본다. ‘나’라고 불리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나에게서 떠났다가 온전히 돌아올 수도 있는 걸까. 어쩌면 새로운 이름을 위해 영영 떠날 준비를 묵묵히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이우성이라는 이름이 지워진다면 그 빈칸엔 무엇도 들어설 수 없을 것이다. 그저 빈칸으로 남겨둬야 한다. 오히려 빈칸에서 막 뛰쳐나온 언어적 해방감(혹은 형상을 떠난 자유로움)만이 그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다듬어지지 않은 감정들이 쏟아낸 얼룩은 세월이 지나도 잘 지워지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한 색 페르시아 카펫에 쏟은 보르도 와인’처럼. 90년대에 청춘을 보냈던 이들은 시에 관심이 없어도 원태연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란 문장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젊은 우리 사랑을 위해 차용했던 시인이 란 시집으로 돌아왔다. 원태연 시인은 솔직하고 섬세한 감성으로 출간한 시집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사람을 진정 사람이게 하는 것은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그리움의 인자(因子) 때문일 것이고, 바로 그 그리움 때문에라도 사람은 섬뜩할 정도로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을 가지고 사는 건지도” -도서 5쪽사랑은 집에서 기르는 식물을 위해 빗물을 받아 두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밤새 그리움을 뒤적이다 어느 페이지를 접어놓은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벗어둔 뒷모습을 아스라이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이병률 시인은 말한다. 당신의 바다는 잘 있냐고. 잊혀 지지 않는 존재는 밀
【투데이신문 박세진 기자】 ‘타는 목마름으로’, ‘오적’ 등의 작품을 쓴 김지하 시인이 별세했다. 향년 81세.9일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김지하 시인은 지난 8일 오후 4시경 강원도 원주 자택에서 타계했다. 시인은 최근 1년여 동안 자택에서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1941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고인은 1969년 시 ‘황톳길’로 등단했다. 특히 1970년에는 사회 현실을 풍자한 ‘오적’을 발표하고 반공법 위반으로 구속기소 됐으며,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5년에는 ‘타는 목마름으로’라는 시집을 발표하며 유신시대의
시는 때로 현실과 전혀 다른 시공을 지어놓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도 한다. 신용목 시인의 시집 『비에 도착하는 사람들은 모두 제시간에 온다』(문학동네 2021) 속 세계는 물과 어둠에 고요히 잠겨 있다. 시인은 물속에서 느리게 유영하는 사물들을 바라보며 거기에 투영되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둠 속에 잠긴 세계로부터 떨어져나오는 자신을 지켜보기도 한다. 그렇게 잃어버린 나, 나를 벗어나 홀연히 떠돌던 나가 다시금 되돌아와 나를 두드리는 시간들과 시인은 마주하고 있다.존재의 근원이기도 한 물에 잠긴 세계는 존
사랑은 관계의 가장 추상적인 단계를 의미하고, 종교는 믿음의 가장 추상적인 단계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랑이 종교가 되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관계에 대한 맹목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상태에 도달함을 의미하리라. 이병철 시인의 시집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걷는사람 2021)를 읽다 보면 사랑에 대한 믿음이 백색에 가깝게 추상화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단 한 사람의 신앙이라고 할 수 있을 사랑에 대한 시인의 면밀한 시적 탐구는 세속적인 단계의 사랑을 넘어 거대한 스케일의 세계를 끌어안는다. 시는 이 거대한
시가 일상의 건조하고 삭막한 언어와 달리 다채로운 이미지로 구성된 언어라는 사실을 상기할 때 리산 시인의 시집 『메르시, 이대로 계속 머물러주세요』(창비 2017)는 무성한 이국풍의 이미지로 꾸려진 한 권의 테마파크와 같다. 그러나 이 테마파크는 세속의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고독과 쓸쓸함을 위한 것에 가깝다. 시인은 지금 여기와 사뭇 다른 시공으로 읽는 이를 훌쩍 데려다놓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린다. 그곳에서 독자들은 낡은 회전목마, 녹슨 관람차 따위가 버려진 황량한 풍경을 마주할 것이다.철 지난 그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동거인을 잔인하게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체포된 50대가 검거 일주일 만에 범행 사실 일부를 인정했다.양산경찰서 등은 16일 살인 등 혐의를 받는 A(59)씨는 동거인 B(60대)씨를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고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평소 잦은 음주와 흡연으로 B씨와 갈등을 빚었던 A씨는 지난 11월 말 경남 양산시에 소재한 거주지에서 B씨를 주먹으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또 시신을 훼손하고 일부를 인근 고속도로 지하 배수 통로에 유기한 후 불을 지른 혐의도 있다.지난 8일 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오거돈 부산시장이 23일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며 전격 사퇴했다. 야권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법적 책임과 소속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을 언급하며 질타를 쏟아냈다.오 시장은 이날 부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오늘부로 부산시장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그는 “350만 부산시민 여러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책임 이루지 못해 송구함을 느끼고 있다”며 “그러나 한 사람에 대한 책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한 사람에 대한 저의 책임이 너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한다
【투데이신문 김소정 기자】 김문영 시인(미디어피아 대표)의 생애 첫 시집 (이하 촛불의 꿈) 발간을 기념한 북 콘서트가 열린다.미디어피아는 ‘시인 김문영 촛불의 꿈 북 콘서트’가 오는 11일 오후 7시 서울시 용산구 동자아트홀에서 열린다고 7일 밝혔다. 충북 제천에서 태어난 김문영 시인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와 동 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을 졸업 후 , ,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현재는 미디어피아 대표를 맡아 여러 매체에 칼럼과 시를 연재 중이다.이번 북 콘서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