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들링이정애여긴 눈사람이 모여드는 눈밭이에요.콩물 덩얼덩얼한 목소리 두부할매 곁으로건어물아재 머리를 주억거리며 걸어오네요.그 옆 코다리삼촌 안짱걸음으로 다가옵니다.만푸장 국수아지매와 61번 노점상 엄마도 모여서요.우리는 겨울을 받아 안으며 어깨가 둥글어져요.둥글게둥글게 눈을 굴리며시장 골목에서 눈사람이 되어요.작은 어깰 더 작게 오므리고시멘트 장바닥에 새벽처럼 쪼그려 앉아요.한데 붙으려는 건 서로에게 녹아들려는 것이죠.녹아드는 건 눈사람의 으뜸가는 수완이잖아요.극지란 시린 사람이 사는 오지여서서로를 끌어안으면 가슴과 가슴은 따뜻해집
【투데이신문 박나래 기자】 투데이신문은 국내외 모든 직장인(비정규직 포함)을 대상으로 12월 2일부터 내년 2월 29일까지 제9회 직장인 신춘문예 작품을 공모한다.‘2024년 제9회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는 ㈜투데이신문사, 한국문화콘텐츠21이 공동으로 주최하고 (사)한국문인협회가 후원한다.모집부문은 단편소설(200자 원고지 70매 내외 1편), 시(3편), 수필(200자 원고지 15매 내외 2편), 웹소설(200자 원고지 70매 내외 1편)이다.상금은 단편소설 300만원, 웹소설 200만원, 시·수필은 각각 150만원이다.현재
마크 스트랜드의 『빈방의 빛』(한길사 2016)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분석한 비평집이다. 호퍼의 그림이 주로 대도시의 고독한 익명의 삶을 형상화한 것으로 평가받곤 하는 데 반해 그는 이 책에서 그림 속의 기하학에 주목한다. 건물이나 풍경의 선이 화면을 어떻게 구획하고 또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빛이 어디서부터 오고 있으며 인물의 시선은 무엇을 쫓고 있는지. 화면 속에 정지한 사람과 사물의 방향성에 집중함으로써 스트랜드는 사각의 평면에 굳어 있는 그림을 안으로 깊이 파고 밖으로 확장시킨다. 그의 비평을 통해 호퍼의 그림은 고독의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시를 사랑한 화가’로 널리 알려진 정창기 작가의 초대전이 파리에서 관객을 만난다.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갤러리 89는 오는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poesie(시)’ 전시회를 통해 서예와 서양화를 접목해 그림을 그리는 성옥(星屋) 정창기(鄭昌基) 화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어릴 적부터 붓글씨를 써 온 정 화백은 30세 즈음 한글 서예의 대가인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 문하로 들어가 작업을 이어 갔다.40세 이후부터는 자신만의 선의 세계를 찾기 위해 먹 대신 유화 물감을 작품에 사용하는 등 서양화에 주
재독(在獨) 철학자 한병철은 『사물의 소멸』(김영사 2022)에서 고유의 역사와 주체성을 간직한 타자로서의 사물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주변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한 사람에 가까운 아우라를 뿜어내는 괘종시계나 가죽구두 따위가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이 언제 어디서나 정보에 연결되도록 얌전히 기다리고 있는, 텅 빈 객체들이다. 그것들은 도처에 널려 있고,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으며, 언제든지 매끄럽고 ‘스마트’하게 처분 가능한 정보로 모든 것을 환원한다. 세계가 손아귀에 쥐어져 있다는 전능감에 가까운 착각은 역설
1호선은 우리나라 첫 번째 개통 열차이며, 2022년 현재, 98개의 역으로 이뤄져 있다. 수도권 대중교통의 중축을 이루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대표 노선이라고 자부할 수 있지만, 언젠가부터 1호선은 미간을 찌푸리는 존재가 됐다.1호선이 이런 이미지를 갖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서울, 경기도, 인천, 충청남도까지 사용하는 노선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라고 표현이 됐지만, 승객들은 1호선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을 ‘1호선 빌런’이라고 명명한다. 은 1호선
‘별세계’라는 단어를 보면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된다. 우선 그것은 별의 세계, 혹은 별이라는 세계를 가리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 세계와는 별개로 분리된 하나의 독립적인 세계를 뜻하는 것 같기도 하다. 혹은 별의별 세계, 즉 하나같이 별스러운 여럿의 세계를 뜻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김유림의 시집 『별세계』(창비 2022)는 이 중 무엇에 가장 가까운 세계일까. 세 가지 모두에 해당한다고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답이겠지만 시집을 뒤적이다 보면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의미에 좀 더 근접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이 세계와 별개의 세계인
심해어 길덕호해가 뜨기 전 골목은 깊은 바다가 된다.어제 뜬 별이 성게처럼 유리창에 들어가 박히고달빛 떠난 적막만이 청니 덮인 푸른 길을 내었다.골목 어귀에는 바람의 물결이아가미로 들썩이는 낙엽들을 이리저리 골목길로 내몰아잠들지 않는 가로등을 등대 삼아저마다의 항로를 향해 무겁게 철썩인다.어두운 골목 바위틈에선 담배의 빨간 불빛이야광석처럼 공기를 빨아들이고빛을 보고 모여든 심해어 한 무리크릴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추위에 오그라든 비늘을 깃으로 세운다.해풍에 돛을 올린 사람들삼삼오오 자신의 지느러미로 헤엄치며집어등 밝힌 인력 사무소 앞
【투데이신문 이종우 칼럼니스트】 이전에 소개했듯이 곽재우는 의병 활동으로써 충(忠)을 지키고, 조정의 옳지 않은 일에 관직은 물론 목숨까지 걸고 직언을 서슴지 않음으로써 의(義)를 지켰다. 이런 모습은 흔히 알려진 유학자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이에 반해 곽재우에게서는 말년에 은거하며 도교(道敎)의 신선이 되려는 모습도 나타났다. 특히 곽재우의 의병 활동 기간에 용모가 비슷한 사람에게 같은 옷을 입혀서 적중을 혼란에 빠뜨린 일종의 ‘분신술’을 쓴 것이나, 임진왜란 종전 후 그가 벽곡(辟穀), 즉 곡기를 끊으면서, 도인(導引)·토납(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1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투데이신문과 (사)한국사보협회·(사)한국문인협회 소설분과·한국문화콘텐츠21이 주관하고 한국인터넷신문협회·하나로애드컴·개미출판·SIDM이 후원한 ‘제4회 투데이신문 직장인 신춘문예 시상식’이 개최됐다.시 부문에서는 이상근 ‘변압기(變壓器)’ 외 2편, 소설 부문에서는 이정순 ‘대리인’, 수필 부문에서는 김인주 ‘하무니’ 외 1편이 각각 당선작으로 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