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대전 화재·근로자 사망 등 대응에 경영철학 부재 드러나
경영권 장악 위해 조현범 이윤 몰아주기에만 극대화 우려 높아
압착 사망·화재 경고도 무조건 시간끌기...제대로 대응 안 해 일 키우는 격
勞 “비용 투자 안 해 일어난 큰 화재” 쓴소리...회사 측 입장 없다 반응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조현범 체제를 위한 이익 몰아주기에는 민감하지만 근로자 임금과 생명 보호에는 둔감하거나 애써 눈을 감는 비정한 회사라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조현범 회장 구속을 비롯해 대전공장 화재, 노사 문제까지 이어지는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경영진 퇴진 요구까지 쏟아지고 있다. 현재 상황들은 내부 통제에 실패한 조현범 체제가 빚은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

검찰이 조 회장을 구속기소한 가운데 국민연금이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경영진 교체 등 초강수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범 회장이 법원에 출석한 모습이다. [사진출처=뉴시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조현범 회장이 법원에 출석한 모습이다. [사진출처=뉴시스]

2년 전 끼임 사망에 使, 업계관행 운운...결국 원점으로 ‘변론재개’

2020년 11월 18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타이어 성형기에 근로자가 끼여 숨진 사고가 발생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놓고 한국타이어가 타이어 성형기에 말릴 위험을 막기 위한 덮개를 설치하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 기소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들에게는 업무상 과실치사죄, 한국타이어 법인에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성립한다고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사측에서는 이 사건을 사망 근로자의 비정상적 행동이 불러온 사고로 규정했다. 

회사 측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금호타이어나 넥센타이어 등 다른 동종업계에서도 덮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덮개 미설치 문제로 노동청 등의 시정조치를 받은 적도 없다며 행정당국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논리를 펴기도 했다.

초반부터 검찰 측 증거에 ‘일부 부동의’를 하는 등으로 ‘잘못은 모두 인정하되 선처를 구하기’보다는 ‘선처를 말하지만 잘잘못 따지기엔 양보가 없는 치열한 공방’을 진행했다.

특히 회사 측 변호인은 지난해 연말 최후변론에서 “사고 경위 조사를 보면 숨진 근로자의 작업이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이뤄져 예측가능성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는 취지의 주장도 펼쳤다.

문제는 최후변론 후 올해 2월에 판결이 내려질 일정까지 잡혔으나, 재판부에서 변론재개를 선언했다는 것. 통상적으로 민사와 형사를 막론하고 변론재개는 일방당사자의 강력한 주장이 있어야 이뤄진다. 그러나 이미 앞서 절차에서 주장과 증거 등을 낼 시간이 충분했는데 새삼 재판 절차를 다시 이어가는 셈이므로, 변론재개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사망 건은 오는 4월 13일 다시 재판기일이 잡혔고 이후에 어느 정도 시간이 더 소요될지도 점치기 어렵다. 한국타이어 측의 요청이 있었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근로자의 비정상적 행동으로 강력하게 주장을 한 점이 작용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법적 쟁점을 복잡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뤄낸 승리다.

다만, 검찰은 대전공장 안전관리 책임자 2명에게는 각각 500만원과 300만원, 한국타이어 법인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1000만원을 구형했을 뿐인데 변론재개로 ‘보너스타임’까지 누리는 점에 비판도 따른다.

사망 시점부터 보면 2년여가 넘은 사안인데 변론재개까지 하면서 강력한 방어를 허용하는 게 옳으냐는 지적인 셈이다.

13일 오전 대전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인근에서 찍힌 검은 연기. 이 화재는 안전 지적을 몇년째 무시한 끝에 일어난 참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제공=대전소방본부]<br>
13일 오전 대전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 인근에서 찍힌 검은 연기. 이 화재는 안전 지적을 몇년째 무시한 끝에 일어난 참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제공=대전소방본부]

3년째 화재 위험 지적 무시, 결국엔 대전공장 대형 화재로

지난 12일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가운데, 이 사건이 수년째 경고돼 온 화재 위험을 무시해 온 때문이라는 의혹이 정치권과 시민사회계에서 나오고 있다. 

국회 정우택 부의장에 따르면,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은 최근 3년 동안 1년에 한 번 주기로 한국화재보험협회로부터 안전점검을 받아 왔다. ‘재해보상과 보험가입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특수건물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점검인 만큼 적정성 검토 항목이 상당히 많다.

그런데 정우택 부의장실에서 확보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특수건물 화재 안전점검 결과에 따르면, 대전공장은 2020년 5월, 2021년 4월, 2022년 4월 등 최근 3년 동안 실시된 점검에서 매번 40가지 이상의 화재 위험이 발견됐지만 이 지적들이 대거 무시됐다는 의혹이 대두된다.

특히 이 점검에서 이번 화재의 최초 발생 장소로 알려진 가류 공정의 화재 위험성도 상당수 지적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3년 치 보고서에 매번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이런 위험성 경고에도 막상 전혀 고쳐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2020년과 2021년 점검에선 51개 회로가 고장상태였고 지난해 실시한 점검에선 89개 회로가 고장난 것으로 지적되는 등 상태 방치 의혹도 있다. 

결국 이번 대형 화재는 결국 수년 동안 경고된 위험을 무시한 끝에 찾아온 ‘인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부의장은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안전에 등한시한 부분이 있다면 철저한 조사를 거쳐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현범, 지난 번 구속에도 반성 없이 또 초대형 범죄

이처럼 안전 불감증, 근로자를 위한 안전 지출에 인색한 문화가 한국타이어를 지배하는 원인 중 하나로 조 회장의 이윤 추구와 경영권 방어에 치중하는 구조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구속기소된 사건만 보더라도 조 회장은 사적 이익에 충실하다. 그는 회삿돈을 지인에게 빌려주도록 해 회사를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회삿돈을 개인 집수리나 고가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렇게 유용된 회사 자금만 200억원대라고 본다.

아울러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2017년 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부당 지원도 저질렀다. 이런 부당 지원은 MKT 지분구조상, 오너 일가에 대한 배당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배당과 이윤 편취에 조 회장이 골몰하는 데엔 형제들과의 경영권 분쟁,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안게 된 주식담보대출 이자 부담 등의 부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뒷돈과 자금 유용 문제로 구속돼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반성없이 이번에도 범죄를 저지른 데엔 이런 배경이 숨어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번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검찰까지 나서면서 조 회장의 고액 연봉이나 배당 등 이익 몰아주기 관행에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시민사회단체들이 국민연금에 주주권 행사를 요청하고 나섰기 때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금속노조 등 4개 노동사회단체는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조 회장의 범죄사실에 대한 책임을 묻고 경영진 사퇴를 요구했다. 아울러 이 같은 연장선상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4개 노동사회단체는 이날 “이미 조 회장은 지난 2019년 하청업체 납품 대가로 약 5억원을 상납받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구속될 당시 한국타이어는 정도경영 체제를 선포하고 준법·윤리경영을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면서도 “총수 일가에 대해 내부 감시 시스템은 여전히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 김용성 지회장은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많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이는 사고가 아니라 인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총수 일가가 주머니에 이익을 챙기기지 않고 그 돈으로 현장에 경영에 힘썼더라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각종 근로자 사망은 인재라는 김 지회장의 날선 평가에 대해 한국타이어 측도 뾰족한 반박을 펼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이 발언에 대한 입장 질문에 특별한 답할 바 없다고 답했다.

결국 한국타이어는 근로 환경에 대한 경영철학이 아쉽다는 과제를 안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내부통제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근로자 복리와 안전을 위한 노력이나 지출 태도 또한 갑자기 바뀔 가능성이 낮은 만큼 외부적 변화 압박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이번 주주총회 이후 국민연금 등 주주와 사회의 견제 기류가 이전과 달리 꾸준히 강하게 결집될지 더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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