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횡령 등 검찰 기소로 곤혹스러운 상황 직면
급여·배당 등 기존 돈줄 차단에 반대매매 등 부담
형제들 부친 성년후견 등 압박 계속 이어나갈 가능성
국민연금 등 압박으로 압박요소들 시너지 나올 듯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이 흔들리고 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와 지주사 한국앤컴퍼니를 이끌고 온 조현범 회장이 구속기소된 데다, 대전공장 화재와 노사 문제 등 악재가 겹친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경영진 퇴진 요구가 나오는 상황에 조현범 체제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쏟아지고 있다. 주식과 돈을 둘러싼 ‘왕좌의 게임’에 내몰리는 양상이다.

현재 조 회장은 횡령·배임과 그룹 계열사 부당 지원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조 회장은 회삿돈을 지인에게 빌려주도록 해 회사를 위험에 노출시켰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한 회삿돈을 개인 집수리나 포르쉐 타이칸, 페라리 488 피스타 등의 고가 외제차 구입 등에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렇게 유용된 회사 자금만 200억원대라고 본다.

아울러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가 2014∼2017년 MKT의 타이어 몰드를 다른 제조사보다 비싼 가격에 사주는 부당 지원에도 관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이는 공정거래법 위반인데, 한국타이어가 MKT에 몰아준 이익은 다시 배당 등 명목으로 MKT 지분을 다수 보유한 조 회장 일가에게 흘러들어간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조현범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br>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조현범 회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국민연금 주주총회 칼자루...경영진 옥죄나

우선 당장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의 분위기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등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높았다. 이후에라도 국민연금의 움직임이 변수로 작용할 경우 조 회장의 경영권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1일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조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사퇴를 촉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국민연금이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묻고 기업 정상화를 위한 내부감시시스템 구축을 위해 적극적인 주주권행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한국타이어의 지분을 7.87%에서 8.02%로,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은 5%에서 6.01%로 늘린 바 있다. 보유목적도 단순투자에서 지배구조나 이사 해임 등에 관여할 수 있는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적극적으로 주주권 행사를 할 여지가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이 내년 주주총회 안건으로 회장 연임 이슈를 건드리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친 부분에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는 등 방법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급여 과다 논란 등에 제동을 걸 수도 있다.

한국타이어와 한국앤컴퍼니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해 이들 회사에서 보수로 58억5500만원을 받았다. 전년 대비 282% 증가한 수준이다. 이 돈줄에 칼을 댈 가능성이 주목되는 것이다.

주식담보대출로 지출 부담 커...반대매매 가능성도

조 회장은 상당한 지출 부담을 안고 있다. 바로 주식담보대출 때문이다. 

조 회장은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이 경영권 다툼에서는 승기를 잡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긴 금전적 부담은 여전히 그의 숙제로 남아있다. 

조 회장이 승계 위치를 확고힌 한 것은 2020년 6월 아버지인 조양래 명예회장이 보유하던 한국앤컴퍼니 지분 23.59%를 블록딜로 매입했기 때문. 지난해 5월에는 조 명예회장 보유 한국타이어 지분 5.67%도 증여받았다. 매입 자금 및 증여 관련 세금 부담이 생겼는데 이를 주담대로 충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은 한국타이어와 한국앤컴퍼니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대출받았다. 한국타이어 주식 772만8631주로 총 600억원, 한국앤컴퍼니 주식 2216만2800주로 1900억원 총 2500억원을 차입한 것. 

문제는 고금리 상황으로 주담대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데 있다. 지난 2월 기존 NH투자증권과 체결한 1000억원 규모의 주담대 계약을  5월까지로 연장한 데엔 이자율 상승이 없었지만, 앞서 지난해 말 한국앤컴퍼니 지분 약 4.70%를 담보로 KB증권과 체결한 300억원 규모의 주담대를 올해 6월로 연장하면서는 당초 이자율 3.70%에서 5.60%로 1.90%포인트나 부담이 상승했다.

조 회장은 아직 원금은 갚지 않고 주담대를 3~6개월마다 연장하고 있어, 금리 상황에 따라 부담은 가중될 여지가 크다. 현재 그의 주담대 부담은 연간 140억원 이상이다. 

만약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하거나 주가가 떨어져 담보비율이 하락하면 담보로 맡긴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현재 조 회장의 한국앤컴퍼니의 지분은 아버지로부터 받은 지분을 합쳐 42.9%에 달하므로, 반대매매만으로 나머지 3형제에 추월을 쉽게 용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지분 합계는 30.97%다. 그러나 반대매매 외에 다른 문제가 겹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국타이어 본사. [사진제공=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 본사. [사진제공=한국타이어]

재판 결과 따라 경영 참여 배제 가능성 ↑

이번 구속기소된 사건의 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5억원 이상 횡령 혐의의 유죄 판결이 나오면 형 집행 종료 후 5년 간 관련 기업 취업이 제한된다.

조 회장은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과 누나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 등과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을 빚었다.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조 회장을 후계자로 낙점, 블록딜 형식으로 지분을 대거 넘기자 아버지 조 명예회장의 판단능력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머지 자식들 사이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아버지 결정이 건강한 정신상태에서 자발적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며 성년후견 심판을 청구했다. 이 사안은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이것만으로 지분이나 경영권 상황이 막바로 뒤집힐 수는 없다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조 이사장이 승소하더라도 이미 조 회장에게 넘어간 지분을 돌려받기 위해선 민사소송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수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현실론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 조 회장을 둘러싼 구속기소 상황, 즉 5년간의 경영권 배제 가능성이 등장함으로써 여러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즉, 국민연금 등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로 보수와 배당 등 조 회장의 돈줄이 상당 부분 차단되고 이 과정에서 부담으로 반대매매 등 소폭이나마 지분 등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는 것. 여기에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경영권 배제 족쇄가 5년간 조 회장을 괴롭히는 틈에 기존의 블록딜 지분 매각 등에 대한 경영권 갈등이 겹치는 셈이다.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방어가 가능한 이슈들이지만 이들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경우 조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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