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한국앤컴퍼니 주총 열고 형제간 표대결
조현범은 사내이사 연임, 조현식은 이사 추천 승인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차남 조현범 사장이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한국타이어 경영권 분쟁에서 조 사장이 승기를 잡는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장남 조현식 사장이 추천한 인물이 같은 날 한국앤컴퍼니 사외이사로 선임되면서 최대주주 견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30일 오전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주총을 열고 조현범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의결했다. 주총이 열리기 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2대 주주 국민연금을 비롯해 해외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 등이 조 사장의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지만 주주들은 차남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구조는 지주사인 한국앤컴퍼니 30.67%, 조양래 명예회장 5.67%, 장녀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조희경 이사장 2.72%, 장남 조현식 부회장 2.07%, 조현범 사장 0.65%로 구성돼 있다. 조 사장의 경우 한국앤컴퍼니의 최대주주이며 조 명예회장의 지지를 받고 있어 이미 형제간 표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이날 조 사장의 안건은 84%라는 높은 주주 지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이수일 대표, 박종호 사장 등의 사내이사 선임의 건과 KT 표현명 전 사장 등 3명의 사외이사 선임안도 순조롭게 통과됐다. 반면 장남 조 부회장과 장녀 조 이사장이 주주제안한 비알비코리아 어드바이저스 이혜웅 대표의 사외이사 선임안은 16%의 표를 받는데 그쳐 부결됐다.
오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주총이 끝난 이후 업계에서는 조 사장이 형제간 경영권 분쟁에서 1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2대 주주가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내고, 장남과 장녀가 경영권 견제를 위한 사외이사 추천에 나섰음에도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조 사장의 영향력이 증명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 한국앤컴퍼니의 주총이 진행되면서 이 같은 분석은 뒤집어졌다.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 룰’이 변수로 작용한 가운데 조 부회장 등이 주주제안한 사외이사 선임안이 승인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연이은 주총을 통해 오히려 조 부회장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오는 상황이다.
한국앤컴퍼니 주총은 같은 날 오후 성남시 분당 사옥에서 진행됐다. 이번 주총에서 관심을 모았던 안건은 조 부회장과 조 이사장이 주주제안한 고려대 경영대학 이한상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이었다.
조 사장 측은 이에 대항해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김혜경 초빙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내세웠다. 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역임한 바 있으며, 조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위다.
결과는 조 부회장 측의 승리였다. 한국앤컴퍼니의 주주 득표율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한상 후보가 김혜경 후보를 누르고 사외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조 부회장 측의 주주제안이 통과된 데에는 공정거래3법에 포함된 ‘3% 룰’이 큰 영향을 미쳤다. ‘3% 룰’은 이사회 및 주총의 의사결정에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일방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이날 주총에서도 두 형제의 지분은 조 사장 42.9%, 조 부회장 19.32%로 큰 차이를 보였지만 공정거래3법에 따라 두 사람 모두 의결권이 3%로 제한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 결과를 두고 한국타이어 장남과 장녀가 차남의 독주를 견제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직 사임의사를 밝혔던 조 부회장이 향후 신임 사외이사를 통해 주주권리 행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조 부회장은 이한상 교수를 사외이사로 추천하고 “한국앤컴퍼니가 진정한 글로벌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 회사 거버넌스나 운영 차원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라며 “내부 상황이나 외부 환경을 고려할 때 더 이상 회사 내부의 노력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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