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무원 스스로 목숨 끊어…민원인과 다툼이 원인
공무원 45.2%, ‘이직 의향’…평소 박봉·업무 과다 시달려
올해 공채 경쟁률 22.8대 1…지난 2011년부터 감소세
인사혁신처 “기본급 5% 인상 등 처우 개선에 나설 것”

한 사무실에서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한 사무실에서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한 새내기 공무원이 악성 민원인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박봉, 높은 업무 강도 등 공무원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도마 위에 올랐다.

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경기도 구리시에서 수습 기간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무원 30대 남성 A씨가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진 채 발견됐다. 범죄 혐의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구리시 소재 모 행정복지센터 소속 A씨는 9급 공무원으로, 지난해 공직에 입문한 뒤 6개월의 수습기간을 마치고 지난 1일 정식 공무원으로 임명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지난 3일 시보해제를 기념해 사고 전날 동료들에게 간식을 선물하며 기뻐했지만, 하루 뒤인 4일 그는 센터를 찾아온 민원인을 상대한 뒤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평소에도 악성 민원인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 약을 복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판단, 현재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 중에 있다.

이외에도 부산에서는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는 등 공무원의 열악한 처우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제기돼며 이직 의향 비율이 급증하는 등 공무원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절반 가까이 ‘이직 생각 중’

이직 의사가 있는 공무원이 증가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달 26일 공무원 6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중앙부처 및 광역자치단체 공무원 45.2%는 설문조사에서 ‘나는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라는 문항에 ‘그렇다’고 응답했다.

지난 2021년 실태조사에서 이직 의사가 있다고 답한 공무원이 33.5%로 기록된 것에 비해 1년 만에 11.7%p나 증가했다.

이직 의사가 있다고 답한 공무원은 지난 2017년 28.0%, 2018년 28.1%에서 2019년 30.1%로 집계되며 30%대로 올라섰으며, 이후 2020년 31.1%, 2021년 33.5%로 증가세가 이어졌다. 

이직 의향이 있는 이유(2021년 자료 기준)는 ‘낮은 보수’가 34.7%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는 ‘가치관·적성에 맞지 않아서’(14.0%), ‘과다한 업무’(13.5%) 순이었다.

또한 이들은 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공직 만족도 등에서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는 공무원 신분으로 근무하는 것에 대해 만족한다’라는 문항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공무원 10명 중 4명에 불과했다.

지닌달 31일 공무원 준비생들이 밀집해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컵밥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지닌달 31일 공무원 준비생들이 밀집해있는 서울 동작구 노량진의 컵밥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공채 경쟁률도 대폭 하락

과거 공채 경쟁률이 100 대 1에 달할 정도로 높았던 9급 공무원의 인기가 감소하고 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달 국가공무원 9급 공채시험 원서를 접수한 결과 5326명 선발에 총 12만1526명이 지원해 22.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지난 1992년 19.2대 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약 10여년 전인 2011년 공채 경쟁률인 ‘93대 1’ 보다 무려 69%나 떨어졌다.

공채 경쟁률은 지난 2011년부터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 5년간 9급 국가공무원 공채 경쟁률은 2019년 39.2대→2020년 37.2대1→2021년 35대 1로 감소했다. 

올해 공무원 공채 지원 수도 지난해 16만5524명 대비 4만3998명이 줄었다.

또한 퇴사율은 3~4년 재직자 중 30.7%가, 1년 미만 퇴직자도 26.5%로 확인돼 공직사회가 붕괴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박봉·업무과중에 악성 민원인 상대까지

이 같은 현상의 주원인으로는 낮은 임금과 업무 과중이 꼽히고 있다. 여기에 악성 민원인 응대 등의 문제까지 더해져 공무원들의 한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인사혁신처와 더불어민주당 송재호 의원(제주시갑)이 공개한 ‘민관 보수 수준 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관대비 공무원임금은 지난 2004년 95.9%로 정점을 찍은 후 해마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권 당시 ‘공무원보수 현실화 계획’에 따라 공무원들의 처우가 개선된 후, 약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떨어져, 지난해에는 82.3%로 역대 최저점을 찍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6.1% 올랐지만, 공무원 임금인상률은 1.4%에 불과했다.

또한 공무원들은 업무 과중에도 시달리고 있었다. 최근 강릉시청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사회복지직 신입 공무원인 가족이 XX 충동을 느낀다’라는 제목의 민원 글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신입 공무원의 가족이라고 소개한 글 작성자 B씨는 “취업에 성공해 가족들 모두 기뻐하기도 잠시 몇 달째 매일 평일에는 밤 11시에 퇴근하고, 주말에도 빠짐없이 출근한다”며 “워라밸까지는 아니라도 이 정도면 염전 노예 수준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이 업무 과다로 정신적인 압박을 받고 있으니 더 이상 외면할 수 없고, 병원에 데려가 정신과 상담을 받을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악성 민원 때문에 공무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2021년 전국의 2030청년조합원을 대상으로 악성민원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며 “당시 참여자의 25%가 ‘악성민원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라는 실로 놀랍고 충격적인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공직사회 악성민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민원현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사태는 언제 어디서든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에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10일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공무원 시험수험생을 위한 공직 안내서’와 ‘공직을 여행하는 신규 공무원을 위한 안내서’ 발간 등 공직에 적극적인 인재 유치 및 신규 공무원 적응 지원을 위한 추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 함께 올해 9급 1호봉을 기준으로 기본급 5% 인상 등 처우 개선에 나서고 공직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알리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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