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평균 대비 높은 PER·PBR
대출금리 인하로 NIM 먹구름

[사진출처=카카오뱅크 홈페이지]
[사진출처=카카오뱅크 홈페이지]

【투데이신문 박중선 기자】 지난 2021년 화려하게 상장했던 카카오뱅크가 꾸준한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주가 부진 상황에 빠져 있다. 의미 있는 반등 한번 없이 상장 초기 대비 반의반 토막(1/4) 가격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증권가에서는 현재 수준도 고평가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약 28.9% 증가한 2630억9100만원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021년에는 당기순이익이 전해 대비 두 배 가까이 급성장한 바 있다.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현재 2만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상장 당일 공모가였던 3만9000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주가 추이 [사진출처=네이버증권]
카카오뱅크 주가 추이 [사진출처=네이버증권]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1년 8월 상장할 당시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시중은행들의 과점구조를 깨트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공모주 일반청약에서 58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렸고, 상장 첫날 시초가 5만3700원을 형성 후 6만98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은행대장주로 불리기도 했다. 이후에도 주가는 계속 상승을 거듭해 최고가 9만440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이렇다 할 반등 없이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10월에는 1만원 중반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주가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전날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올해 안으로 동남아시아 진출을 목표로 한다며 해외 진출을 통한 성장 로드맵을 밝혔다. 앞서 윤 대표는 상장 당시 공모자금을 활용해 해외 지분투자 및 조인트 벤처(JV) 설립 등 글로벌 진출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윤 대표는 “현재 동남아시아 2개국 정도의 진출을 논의하고 있으며 올해 가시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윤 대표의 청사진에도 주가는 묵묵부답이었다.

전체 은행주 대비 고평가 

당초 증권가에서는 카카오뱅크의 강점으로 금융애플리케이션 이용률을 꼽았다. 카카오뱅크의 모바일 앱 이용자가 타 금융사들의 앱 이용자 수보다 압도적으로 높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는 시중은행들의 모바일뱅킹 대규모 투자로 인한 서비스 개선으로 인터넷은행으로서의 성장동력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평가다. 

카카오뱅크의 PER(주가수익비율)은 43으로 전 거래일(18일) 기준 은행업종의 PER이 3.5인 점을 비교하면 시장에서 상당한 고평가 수준이다. 주요 시중은행인 신한지주(4.3), 하나금융(3.4) 등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더 명확하다. PBR(주가순자산비율)도 업계 평균은 0.3이었으나 카카오뱅크의 경우 훨씬 웃도는 1.88을 나타냈다. 

한화투자증권 김도하 연구원은 “부실채권의 증가와 연체율 상승 그리고 경상 대손 비용률의 상승 등 본격적인 악화를 보이고 있다”며 “카카오뱅크의 기대 요인인 자산성장률은 예상만큼 하락하고 있고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요소인 플랫폼 부문에서는 취급고 급감과 비용 증가가 동반되며 적자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카카오뱅크가 연말 배당가능이익이 발생할 경우 자사주 매입을 시행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는 있지만 현 시장가치는 고평가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금리인상 모멘텀 사라져...봄은 언제쯤?

실적 성장세에 따른 기대감도 올해부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은행업종 전반적인 실적 증가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예대마진 급증에 기인한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률 둔화가 확인되는 가운데 대내외 경기 침체 신호로 긴축기조를 오래 가져갈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올해 말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화한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오는 8월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에 돌입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노무라증권은 연내 0.75%포인트 인하를 예상하는 파격적인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IBK투자증권 권기중 연구원은 “최종금리의 경우 3.75%까지 인상할 여지가 남았지만 오히려 인상에 따른 경기둔화 여파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하 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또한 금융당국이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목소리를 키우고 있는 점도 주가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출이자 하락으로 인한 순이자마진(NIM) 축소와 부동산 PF 연체율 상승 이슈는 당분간 투자심리 위축 현상을 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잔액이 전년 대비 17조3000억원 증가한 약 13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도 1.19%로 1년 사이 0.82%포인트 급등해 금융당국이 긴급히 전수조사를 나서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모습이다.

연이은 사법리스크도 투자심리 위축 악재

카카오뱅크의 연이은 사법리스크도 투자심리 위축으로 주가를 하락케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생체융복합인증 보안전문기업 올아이티탑은 지난 3월 카카오뱅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소했다. 

올아이티탑에 따르면 스마트폰에서 지문정보·계좌비밀번호·전화번호를 한 번만 인증해 놓으면 이후부터 지문정보만으로 간편한 이체가 가능한 간편결제시스템 원천특허기술을 카카오뱅크가 모방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 측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며 저작권법 위반을 부인했다.

또한 최근 강남 살인사건과 관련된 퓨리에버코인, 30억원 상장피를 받은 피카코인 등 코인원에 단독 상장된 코인들이 큰 이슈를 낳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코인원의 실명계좌를 둔 카카오뱅크가 검찰조사결과 범죄행위 사실 발각 시 실명계좌계약을 종료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서 종료에 대한 언급은 이르고 검찰조사결과에 따라 계약 조항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명계좌계약 해지에 따른 수수료 수입 감소 영향에 대해서는 “수수료 수입의 정확한 규모가 파악되고 있지 않으나 영업이익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규모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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