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상상텃밭 반병현 최고기술책임자
챗GPT, 범용 인공지능 대중화한 첫 사례
인력 중심서 자본 위주로 패러다임 전환
AI는 잘 드는 칼…사용법은 사람이 결정
비관·낙관론 모두 들어보며 균형 찾아야

상상텃밭 반병현 CTO ⓒ투데이신문
상상텃밭 반병현 CTO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변동휘 기자】 메타버스 열풍이 한 차례 전 세계를 휩쓸었고, 지금은 바야흐로 AI(인공지능)의 시대다. 챗GPT가 세계적인 AI 광풍을 이끈 가운데, 이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혼재하는 상황이다. 이전에는 불가능하거나 어려웠던 일들을 해내는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는가 하면, 인간을 넘어선 AI의 위협을 경고하며 관련 연구를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연 우리가 맞이할 ‘특이점의 시대’는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챗GPT: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의 저자인 상상텃밭 반병현 CTO(최고기술책임자)는 AI도 결국 ‘도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동 문제 등 다양한 위협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반대로 AI를 잘 활용하면 자기 성장을 돕는 유용한 툴로 기능할 수도 있으며, 활용 방안을 잘 찾아내는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재 AI 분야는 인적 자원 중심에서 자본 위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기존에는 연구개발 중심의 산업이었다면, 지금은 슈퍼컴퓨팅을 위시한 자본의 힘으로 발전을 가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대중들의 충격을 고려하기보다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법률은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 저작권 침해 등의 이슈도 커지는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는 각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 각종 판결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단기적인 지원정책보다는 산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투데이신문>은 반병현 CTO를 만나 그가 바라보는 AI 산업의 현 주소는 어디쯤인지, 우리는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반병현 CTO는 스마트팜 기업 상상텃밭에서 첨단 신기술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가장 오래된 산업인 농업 분야의 혁신을 이끄는 것이다. 최근에는 ‘챗GPT: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 ‘챗GPT: GPT 노마드의 탄생’ 등 관련 서적들을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등극했다.

상상텃밭에서 시공한 이천의 샐러드 카페 식물공장(스마트팜) [사진 제공=상상텃밭]
상상텃밭에서 시공한 이천의 샐러드 카페 식물공장(스마트팜) [사진 제공=상상텃밭]

■ 이미 인간을 넘어선 AI

Q. 상상텃밭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현재 맡고 있는 역할 등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린다.

상상텃밭은 ‘가장 진보한 기술로 가장 오래된 산업을 혁신해보자’는 일념으로 뭉친 기업이다. 시간과 육체노동과 돈을 절약하는 솔루션을 만들고 있다. 식물을 공산품처럼 찍어낼 수 있는 식물공장 시스템, 의료용 대마, 화장품 원료재배 등이 주력 사업이다. 

제 역할은 첨단 신기술 개발로, 국내 혹은 세계 최초가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국내 스마트팜 업체 중 저희가 IT나 4차산업 관련 특허권을 가장 많이 갖고 있고, 그걸 제가 다 만들었다.

대학원에서 암세포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거기에 AI를 적용하면 잘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착안해 식물 생장 속도나 영양소 흡수 등을 분석하는 기술을 연구했고, 지금은 회사의 핵심 기술이 됐다.

실제로 식물마다 영양소 패턴이 다 다른데, 기존에는 이를 알아내기까지 몇 년씩 걸렸다. AI가 실시간으로 영양소 패턴을 분석하면 10~20분 만에 할 수 있다. 폐수도 95%까지 줄일 수 있어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Q. 현재로서는 AI 기술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높지만, 다른 기술 및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상텃밭에서는 어떠한 시너지를 기대했는가.

자율주행을 연구하는 분들과 같은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평생 겪을 시나리오보다 AI가 시행하는 10분 동안의 시뮬레이션에서 나오는 데이터가 더 풍부하다. 단기간에 많은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농사는 정보전달이 너무 느리다. 시간과 노력, 시행착오가 기본전제로 깔려있다. 이걸 AI가 대신해주는 것이다. 합리적 근거를 들어 대신 판단해주면 이를 토대로 일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사실 노동력 감소는 시행착오 다음으로, 농사에서의 시행착오는 한 해 매출이 날아가는 것이기에 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가 된다. 농사를 안 지어본 분들도 안전하게 지을 수 있으며, 연구 목적의 재배를 모색하는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Q. ‘더 똑똑하게’ AI를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일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지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챗GPT 활용방안을 탐색하는 움직임에서 이러한 흐름이 관측되는데, 과연 이들이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나 지자체의 의욕은 좋다고 본다. 정부가 첨단기술을 도입해 큰 성과를 낸 사례가 있었는지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다. 이번에는 크고 대단한 기술임에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출시됐다. 그렇기에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다만 성급한 부분도 있는 게, 보고서 등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수정을 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지자체끼리의 성과경쟁도 있다. 이왕이면 같이 모여서 하나를 만들면 더 좋은 게 나올 텐데, ‘우리도 뭔가 해야 한다’는 심리가 아쉽다.

사실 제가 봤던 공무원 개개인은 정부가 뭐든 만들어주길 바라고 있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개인정보 문제 등으로 인해 사용하지 못하는 걸 아쉬워하고 있다.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를 비롯해 구글 등 AI 개발사들은 자신들의 API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흐름이다. 이에 대해 반병현 작가는 타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지 출처=오픈AI 홈페이지]
챗GPT의 개발사 오픈AI를 비롯해 구글 등 AI 개발사들은 자신들의 API를 외부에 공개하고 있는 흐름이다. 이에 대해 반병현 작가는 타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지 못하도록 하려는 빅테크 기업들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이미지 출처=오픈AI 홈페이지]

■ 극적인 패러다임 전환

Q. 알파고와 이세돌 이세돌 구(九)단의 ‘세기의 대국’ 때부터 AI에 대한 논의 주제 중 하나로 ‘기술적 특이점’이 거론돼 왔다. 현재 AI 관련 기술이 어느 지점에 도달해 있다고 보는가.

알파고 사건 직후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하사비스 CEO가 카이스트를 방문했는데, 당시 그는 “딥마인드는 ‘AGI(범용 인공지능)’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사실 딥러닝 기반의 AI는 한 번에 하나밖에 못한다. 예를 들어, 알파고에게 테트리스를 가르치게 되면 바둑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저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AI에게 여러 작업을 가르치는 방법을 연구해왔다. 알파고를 활용한 변형모델도 있으며, 이걸로 단백질 구조를 밝혀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렇듯 AI가 인간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사고하는 것을 꿈꾸는데, 챗GPT가 처음으로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GPT-4로 넘어가면 그림이나 유머, 만화 등 다양한 것들을 처리할 수 있다고 하는데, 정말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것으로 느껴진다. 오픈AI 측은 ‘멀티모달*’이라고 겸손하게 표현하기는 했지만, AGI의 첫 모델이라 생각한다. 

* 멀티모달(Multi Modal): 이미지, 텍스트, 음성, 영상 등 여러 인터페이스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것

메타에서도 재밌는 제품을 내놨는데, 단순 텍스트뿐만 아니라 여러 지식을 결합해 사고하는 AGI였다. 구글 바드도 그 중 하나다. ‘언젠가 AGI에 닿을 수 있을까’ 상태에서, ‘누가 빨리 내는가’를 겨루는 경쟁 단계로 넘어온 것이다. 

지금은 알파고 때와는 완전히 다른 국면에 있다. 그때는 딥러닝으로 ‘다양한 작업들을 인간보다 잘해보자’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은 ‘다 잘해보자’는 쪽으로 화두가 넘어왔다.

Q. 세계적으로 AI 주도권 경쟁이 한창이다. MS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물론이고, 국가 단위의 경쟁까지 거론되는 중이다. 관련 산업 및 전문가 육성을 위해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GPT-4 정도를 다룰 수 있는 슈퍼컴퓨터를 설치하는데 30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라고 예상된다. 우리나라에는 공식적으로 이러한 슈퍼컴퓨터가 1대 있을 것이다. 제가 알기로 삼성종합기술원에 있다.

장비가 없어 다른 기업들이 첨단 AI를 따라가기 힘든 상황인데, 최근 MS와 구글에서 굉장히 잔인하게 사다리 밑으로 빵 부스러기를 던지기 시작했다. 챗GPT API를 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1000단어에 2원 수준으로, 거의 전기세 정도만 내면 빌려줄 테니 직접 만들지 말라는 태도다.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슈퍼컴퓨터를 사면 5년 뒤 회계장부 상 고철덩어리밖에 없겠지만 건물을 사면 그 가치는 훨씬 커질 것이다. 저 같으면 3000억원으로 챗GPT 대여료를 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API를 빌려 쓰는 기업도 많이 나올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빌려 쓰지 말고 만들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그만한 메리트를 제공할 수 있을지가 첫 의문이다. 

예전에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슈퍼컴퓨팅 센터를 지었을 때, 슈퍼컴퓨터는 있지만 이를 이용할 연구자가 없다면서 카이스트 여러 연구실에 홍보를 한 적이 있다. 비슷하게 국가가 슈퍼컴퓨터를 구매해 민간에 대여하면 좋은데, 세금이라 쉽지 않다. 

KISTI가 2024년에 3000억원 규모의 슈퍼컴퓨터 구매 예정이 있는데, 예비타당성조사에 걸린 기간과 결과 확정, 예산 배정 과정 등을 훑어보면, 세금의 공정한 집행이라는 강력한 논리가 들어있다. 세금으로 물건을 사는 것은 힘들고, 범용성 기자재 구매는 더더욱 힘들기에 정부가 단기간에 슈퍼컴퓨팅 센터를 단기간에 여러 군데 지어 대여하는 것은 어렵거나 세금 집행 취지를 벗어나게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단기 지원 정책보다는 목록을 만들고 어떤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지 기업들에게 제안하며 목소리를 듣는 부분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재로 회의가 몇 번 열렸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여기서 유의미한 이야기들이 나왔길 바란다.

Q. 챗GPT가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이후, 기술 발전의 위험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소 6개월간 초거대 AI 개발을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데,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개인적으로는 AI 기술이 2020년쯤에 멈춰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무렵부터 오픈AI가 산업에 독을 풀었다. 이전에는 중소기업이나 대학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AI를 만드는 게 가능했고, 저도 만들어본 적 있다. 

그런데 오픈AI가 갑자기 슈퍼컴퓨터가 없으면 만드는 것이 불가능한 AI를 출시하면서 경쟁 판도가 이상하게 틀어졌다. 효율적으로 설계를 개선하고 수학적으로 더 고민하는 것에서 돈을 많이 쓰면 AI 성능이 올라간다는 쪽으로 사상이 전환된 것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인적자원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그 시점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저의 생존이 먼저다.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든 MS와 구글, IBM, 아마존 등은 계속 달릴 것이고, ‘10년 뒤 나는 살아남아 있을까’라는 고민을 해야 한다. 이는 저뿐만 아니라 국내외 스타트업 종사자들 모두에게 적용되는 이야기이며, 그런 뜻에서 일론 머스크 등이 AI 관련 연구를 멈추자는 서한에 서명을 한 것 같다. 

다만 미국 정부가 그 의견을 받아들여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필요 시 정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과연 어떤 방향의 정책일지, 규제를 한다면 어떤 형태일지를 주목해보면 이번 이슈에 관심을 가진 분들은 많은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미래생명연구소(FLI)의 공개성명 서명 리스트.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를 비롯해 AI 관련 석학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출처=FLI 웹페이지]
미국 비영리단체 미래생명연구소(FLI)의 공개성명 서명 리스트.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를 비롯해 AI 관련 석학들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자료 출처=FLI 웹페이지]

Q. AI 윤리를 비롯해 저작권 문제 등 다방면에서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각 국가나 단체 단위에서 챗GPT를 비롯한 생성 AI에 대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결과물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인류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제가 2016년도 작곡 AI 스타트업을 했었는데, 그때 항상 이슈가 되는 부분이 저작권이었다. 당시엔 법령이 없었다. 생각해보면 포토샵으로 편집한 그림의 저작권은 원저작자에 있다. AI를 이러한 도구로 생각하면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생각도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해외에서 생성 AI가 만든 결과물에 대한 저작권을 일체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끝났다. 

학습을 위해 수집된 데이터의 저작권 부분은 국내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전에 데이터셋에 대한 책을 쓸 당시 저작권법에 대한 내용을 담아보고 싶어 여기저기에 질의를 한 적이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셋을 만들어 불법복제하지 말라고 선언했는데 이를 복제하면 불법이 된다. 하지만 이를 인공지능에 학습시키는 것이 불법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될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 AI를 해체하고 분해해도 원본 데이터 복원이 불가능하기에 복제라고 볼 수도 없고, 유사한 것이 생긴 것도 아니라 현행법상 저작권법 침해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게 궁금해 로펌 몇 군데와 변호사들에게 질의해봤지만, 판례나 법령이 없어 이들도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결국 현행법이 못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당시 내린 결론이었고, 아직도 그런 상태다. 

원제공자 보호 문제의 경우 미국에서는 소송으로 해결될 것 같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국회가 열심히 해줘야 한다. 많은 쟁점이 몰려있고 데이터가 곧 돈인 시대다. 최근 연구를 보면 AI 부피를 2배 늘리는 것보다 데이터를 4배 늘리는 것이 성능이 더 좋아진다는 결과도 있었다. 데이터를 4배 확보할 수 있다면 슈퍼컴퓨터 비용을 반으로 줄일 수 있어 많은 기업들이 탐을 낼 것이다. 

반병현 CTO가 AI의 위협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챗GPT를 활용하는 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반병현 CTO가 AI의 위협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챗GPT를 활용하는 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 ‘도구’임을 잊지 말 것

Q. AI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간의 단순작업을 돕는 보조적 역할부터 사실상 인류의 노동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다양한 전망들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가.

저는 시행착오와 판단을 대신하는 AI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 분야의 연구자들은 열이면 열 ‘인간보다 판단력이 뛰어난 AI를 만들 수 있고, 그것은 내가 만들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성 AI를 연구하던 시절 생각했던 것이 ‘왜 창조적 영역을 인간이 더 잘할 거라 착각할까, 그것도 지적활동의 일부이고 AI가 더 잘할 수 있을 텐데’라는 것이었다. 당시 생성 AI를 연구하던 사람들은 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고, 그렇기에 젊음을 다 갈아 넣었을 것이며, 지금도 누군가는 그런 연구를 하고 있을 것이다. 

이전에는 대중에 공개하면 혼란이 있으니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MS 사티아 나델라 CEO 때문에 ‘남들보다 빨리 하자’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많은 게 쏟아져 나오고 경쟁하다 잊힐 것들도 많고, 챗GPT처럼 열풍을 불러올 것도 많다. 

결론적으로 AI는 도구다. 잘 드는 칼이고,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손에 쥔 사람이 결정할 문제다. 칼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걸로 과일을 깎을 것이고, 중식 요리사들은 마늘도 빻고 하는 등 다양한 활용법이 있다. 다양한 활용 방안을 먼저 발견하는 것은 개인의 역량이고, 이를 잘하는 사람이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육체노동 대체는 이미 오래된 패러다임이고, 사고와 판단을 합리적으로 대신하는 것도 사실은 낡은 프레임이다. Explainable AI(설명 가능한 AI)라고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이유를 설명하는 것도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그런 것들이 챗GPT처럼 ‘자제하지 말고 출시하자’는 분위기가 됐을 때, 세상에 올 충격을 대비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Q. 노동 외에도 다양한 사회적 변화들이 수반될 것이라 예상되고 있다. 인류가 반드시 대비해야 할 변화들은 어떤 것들이 있으며,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보는가.

‘내가 AI보다 낫다’는 생각은 옳지 않으며, AI를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실제보다 더 얕잡아보는 오류를 피할 수 있다. 2번째로는 사례를 많이 찾아보고, 써보며 익히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챗GPT 유료 버전을 결제해 말싸움을 해서 이겨보길 권한다. 무료 버전은 IQ 80정도라 논리로 이기기 쉽지만, GPT-4가 탑재된 유료 버전은 IQ 140정도 되며, 논리와 근거를 들어 설득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하다 보면 ‘이런 방향으로도 생각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AI를 이기기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자신의 논리력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가로 영어공부를 하며 영어실력을 높일 수도 있고, 내 생각을 알려주며 비판하도록 시키며 다른 방향으로의 사고를 열어갈 수도 있다. 

첨단 기술을 자기 성장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지금도 AI가 우리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 예측하지만, 잘 쓰는 이들은 이미 자기발전을 위해 쓰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본받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AI 기술에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들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챗GPT를 한번 써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언론이나 유튜브 등을 살펴보면, 챗GPT의 위협을 불필요하게 과장하거나 축소하는 이들이 있다. “챗GPT 때문에 우리 다 죽는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AI가 멀었기 때문에 우리 직업은 안전하다”는 이들도 있다.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양쪽의 의견을 다 들어보며 균형을 찾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활용 팁을 드리자면, 챗GPT에게 지식을 묻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환각현상 등 여러 이야기가 많은데, 챗GPT는 학습과정에서 지식을 체계적으로 주입받은 적이 없다. 엄청난 논리력과 사고력을 가졌을 뿐이다. 

단순 질문보다는 채팅창에 예시를 넣고 관련 내용을 물어보면, 챗GPT는 이를 참고해 좋은 답변을 준다. 나아가 전략, 기획 등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저는 잘 모르는 해외사례를 참조해 이야기를 잘 해주기도 한다. 이는 새로운 정보를 생성하는데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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