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배달의민족 측에 배달료 인상 촉구”
조합원,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촛불집회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기본 배달료 인상 교섭 규탄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및 2차 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기본 배달료 인상 교섭 규탄 무기한 단식농성 돌입 및 2차 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배달료 인상을 촉구하고 있는 배달의민족 배달원(라이더)들이 석가탄신일인 오는 27일에도 배달을 집단 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하 배달노조)은 전날 서울 송파구 배민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배달노조는 “어린이날 경고 파업에도 배달의민족 측(우아한청년들)은 입장 변화 없이 교섭 재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2차 파업을 예고했다.

이들은 사측에 △9년째 동결 중인 기본 배달료 3000원→4000원 인상 △알뜰배달료 개선 △지방 기본배달료 차별 중단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배달노조 홍창의 위원장과 김정훈 배민분과장은 이날부터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하기도 했다.

단식에 돌입하는 이유에 대해 홍 위원장은 “평소 복용하던 고혈압약을 끊고 단식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배달 라이더들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이 절박하다”며 “하루 최대 13~14시간을 일하고, 1년 동안 최대 240일을 해야 하는 등 근로기준법상 고용된 노동자보다 더 많이 일하지만, 상생 협력이라곤 없다”고 호소했다.

김 분과장도 “배달의민족 배달노동자의 수입은 업계 꼴찌”라며 “5년 전보다 훨씬 못한 소득 때문에 하루 12~14시간 일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배달노조는 지난 1일부터는 교섭재개를 요구하며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더불어 매주 수요일에는 촛불집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이어진 교섭에서 사측이 대화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 석가탄신일에 2차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사측과 단체협상을 펼쳐왔지만 교섭이 결렬되면서 파업으로 이어지게 됐다. 이에 배달노조가 지난달 24일부터 27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 88.14%로 가결됐다.

이들은 어린이날인 지난 5일 하루 동안 파업을 강행했다. 이날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날노조 소속 라이더 약 1500명에 비노조원까지 총 3000여명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라이더들은 하루 파업은 물론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주문을 받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배달의민족은 이같은 파업과 궂은 날씨를 고려해 일정 배달 건수를 충족하면 보상금을 지급하는 프로모션을 마련하는 등으로 대응해 ‘배달 대란’으로까지 확대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청년들 측은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대화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교섭 일정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언제든 교섭을 진행할 생각이 있으며 여러 가지 방향으로 타협할 수 있는 지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업 대응 방향에 대해서는 “어린이날 파업 당시와 동일하게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상황을 면밀하게 감독하며 그에 맞는 대응을 해나갈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배달노동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인근에서 라이더유니온이 개최한 '2023 라이더대행진'에 참석해 생존권보장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배달노동자들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인근에서 라이더유니온이 개최한 '2023 라이더대행진'에 참석해 생존권보장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처우개선의 목소리도

앞서 배달 노동자들은 노동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도심 오토바이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10일 오후 2시부터 조합원 200명이 참가하는 ‘2023 라이더 대행진’을 열었다.

이날 이들은 생활임금 보장 등을 요구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오토바이로 행진했다. 배달의민족 조합원들도 당일 하루 파업해 행진에 동참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라이더의 기본배달료는 사실상 10년 넘게 3000원으로 동결돼 있는 상태”라며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메꾸지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하거나 속도경쟁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라이더 자격제·대행사 등록제 도입 △안전운임제를 모태로 생활임금 보장 △알고리즘 협상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자격을 갖춘 라이더들이 일하고 자격을 갖춘 대행사가 운영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안전대책 및 일자리 안정성이 보장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

라이더유니온은 “현재 국회에 관련 법령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으로 의제로조차 다뤄지지 않고 있다”며 “현재 노조가 가진 힘으로는 플랫폼사 정책에서 배달료와 같은 근본적인 부분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플랫폼사와의 교섭과 정부정책변화 요구가 동시에 전개돼야 하는데, 이 또한 라이더 안전사고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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