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벗어나 한반도 중남부 오간 ‘오삼이’
3번 탈출해 버스에 치여 앞다리 부러지기도
민가 내려왔다 마취총 맞아 8년간 生 마침표

반달가슴곰 '오삼이'. [사진 제공=국립공원공단]
반달가슴곰 '오삼이'. [사진 제공=국립공원공단]

【투데이신문 정인지 기자】 국내에서 태어나 한반도 남부 전역을 누비던 반달가슴곰 ‘오삼이’가 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5일 환경부는 오삼이(관리번호 KM-53)가 경북 상주시에서 지난 13일 폐사했다고 밝혔다. 오삼이는 관리번호에서 딴 이름으로 국내에서 태어난 53번째 수컷 반달가슴곰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은 복원을 거쳐 2001년부터 방사를 시작했다. 오삼이는 2015년 1월 국립공원 생태학습장에서 태어나 같은 해 10월 지리산에 방사됐다.

오삼이는 인간의 도움으로 태어났지만 정해진 지리산에서만 살지 않았다. 이미 곰 포화 상태인 지리산 적응에 실패한 오삼이는 이곳을 3번 벗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탈출과 지리산 강제 복귀를 반복했으나 재차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돼 세 번째 방사 때부터는 수도산으로 보내졌다. 그렇게 덕유산, 가야산, 수도산 등으로 서식지가 확대됐다. 

탈출·포획·방사 반복...서식지 어떤 문제 있나

특히 수도산으로 향하던 세 번째 이동인 2018년에는 대전-통영고속도로 생초나들목 인근에서 버스에 치이는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왼쪽 앞다리가 부러졌으나 수술을 받고 회복했다.

올해는 지난 3월 29일 가야산에서 겨울잠을 깬 뒤 5월 10일까지는 충북 영동군과 옥천군 일대, 이후에는 가야산에서 70km 떨어진 충북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에서 활동해 왔다. 

민가 가까이 내려오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충북 옥천군 한 농가에서 벌통의 꿀을 먹고 달아났다. 지난 13일 낮 경북 상주시 경작지 인근에서 목격됐고 같은 날 밤에는 민가에서 100m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피해를 우려한 국립공원공단(이하 공단)이 오삼이 활동을 추적할 발신기 배터리 교체를 겸해 포획을 시도했다.

마취총을 맞고 도망친 오삼이는 이내 계곡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국립공원 야생생물보전원 양두하 남부보전센터장은 “심폐소생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깨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공단은 오삼이가 마취되는 도중 이동하다 계곡으로 쓰러져 익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부검으로 정확한 사인을 밝힐 예정이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 최태규 대표는 본보에 “야생동물도 언제나 적은 에너지로 쉬운 먹이를 얻고자 하기 때문에 농작물을 건드리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삼이가 지리산 권역을 멀리 벗어난 것은 지리산의 곰 서식지가 포화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며 “포화된 지리산을 벗어날 곰들에 대한 앞으로의 대책이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

오삼이의 폐사로 국내 야생에서 서식하는 반달가슴곰은 86마리에서 85마리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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