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효율 초점...공공성 측면 경시 반작용 우려 높아
재무성과 강조도 일부 왜곡 효과 불가피 비판
질타 위한 도구로 악용...전정권 때리기 포퓰리즘
일부 공공기관, 맞춤형 개선 및 지원 절실 지적도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나온 가운데 평가 적정성·타당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경영평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에너지와 부동산 관련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들이 대거 평가에서 타격을 받았고, 5명의 기관장이 해임건의되고 기관장 포함 15명이 경고조치를 받는 등 파장이 큰 때문이다. 

공공기관이 직면한 난제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개선 방안을 제대로 제시해 주는 대신 문제점만 확대 증폭해 내놨다는 아쉬움도 이번 경영평가를 놓고 떠오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경영평가 정책의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16일 윤석열 정부의 첫번째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발표됐으나 공공성 등 측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br>
16일 윤석열 정부의 첫번째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발표됐으나 공공성 등 측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평가 기준에서 배로 뛴 ‘재무성과 지표’

기획재정부는 16일 제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2022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결과 및 후속조치(안)’을 심의·의결했다.

지난해 10월 평가기준을 바꾼 이후 재무성과에 치중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 정도 있어왔다. 사회적가치 비중은 줄이고(25→15점) 재무성과 지표의 비중을 확대한(10→20점) 바 있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율성과 공공성 간 균형 있는 평가에 중점을 두겠다는 방침과 실제 결과간 괴리가 크다는 반발이 높다. 재무성과를 강조하면서 효율성이 높아진 것 같지만 막상 이에 대한 이견도 대두된다. 한국전력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에너지나 부동산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 갖고 있는 고유한 역할모델을 경영평가가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도 문제로 꼽힌다. 공공성 평가만 위축됐다는 것. 정책적 접근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을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수장들을 겨냥하는 미봉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또다른 포퓰리즘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라영재 소장은 “공공기관의 경영평가는 일반기업처럼 성과평가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하고 싶은 정책을 이행하는 데 적합하는가를 평가하는 책무성평가 성격도 있다”면서 “따라서 (책무성평가 성격에서 보면) 공공적 성격을 강조한 지난 번 정부와 다른 색채의 현 정부로서는 당연히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재무, 매출, 효율성 등에 무게를 더 실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가모델을 종합적으로 균형을 맞춘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특성이 있는 것으로 너무 한쪽이 강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 역시 당연한 요청사항“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라 소장은 “(공공기관) 존립목적으로서 공공성과 경영수단으로서의 효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의 차별적인 지배구조와 맞춤형 관리제도의 세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재부는 이번 평가에서 아주미흡(E) 혹은 2년 연속 미흡(D)을 받은 기관 중 5개 기관장에 대해서는 해임을 건의하고, 경영실적 미흡이나 중대재해 발생, 감사평가 미흡의 사유로 15개 기관에 대해서는 기관장·감사 경고도 내렸다.

이번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탁월(S) 등급은 한곳도 없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우수(A) 19곳, 양호(B) 48곳, 보통(C) 45곳, 미흡(D) 14곳, 아주미흡(E) 4곳이었다. 이는 지난해 대비 전반적으로 성적에 타격을 입었음을 방증한다. 전년 대비 S등급과 A등급은 각각 4곳이 줄어들었고, C등급과 E등급이 각각 5곳과 1곳씩 늘어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재무성과를 지나치게 키워 공공기관 사기 문제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 특성상 부득이한 손실에 가혹하다는 우려가 높다. 또한 등급 자체가 좋아도 연속으로 순손실을 내고 손실 폭이 증가했거나, 전년 대비 부채비율이 50%포인트 이상 급증한 경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돼 불이익을 받는다. 붉은 선 표시 기관들은 등급이 좋음에도 재무위험기관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부여된 역할 때문에 재무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곳들이다. [표제공=기획재정부]<span data-cke-bookmark="1" style="display: none;">&nbsp;</span><br>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 특성상 부득이한 손실에 가혹하다는 우려가 높다. 또한 등급 자체가 좋아도 연속으로 순손실을 내고 손실 폭이 증가했거나, 전년 대비 부채비율이 50%포인트 이상 급증한 경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돼 불이익을 받는다. 붉은 선 표시 기관들은 등급이 좋음에도 재무위험기관으로 불이익을 받거나 부여된 역할 때문에 재무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곳들이다. [표제공=기획재정부] 

에너지와 부동산 떠받치는 곳들 비명...순손실 확대 정면 타격

기재부는 부동산 정책이나 에너지 가격 면에서 일부 공공기관이 부득이 저평가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공공정책국 평가분석과 관계자는 “(한전) 요금 문제 같은 경우 평가편람에 규정을 두고 있다. 손실폭의 90%까지는 반영을 해 준다. 나머지 10%는 자구노력으로 극복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며 “(LH의 경우는) 임대주택 건립으로 인한 적자가 큰 게 아니라 토지 분양을 못한 면이 더 비중이 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전 세계가 불황이고 민간도 가격 전가를 여러 요인으로 모두 소비자에게 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올해 같은 경우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책임지는 측면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재무성과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에 대해 이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정부에서 재무성과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에 정부 임기 내 전반적 평가잣대 기조는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의 필요에 따라 공공정책에 공공기관을 동원해 부담을 지우거나 가격 손실 등을 감내하도록 하면서, 평가는 민간과 유사하게 경제적 논리로 하는 것은 진정한 경영개선을 위한 근원적 해법이 되지 못한다는 점은 문제다.

이 과정에서 재무성과 지표의 비중을 20점으로 두배 확대한 것이 오히려 일종의 왜곡 현상을 빚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재무성과 비중을 키우면 재무실적이 개선된 기관이 우수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런 반면, 당기순손실이 확대된 곳이나 이익 감소의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가혹한 평가가 될 여지도 있다. 과거 대부 당기순손실 기업 등이 미흡 등급을 받은 점이나 재무상황이 악화된 에너지 공기업은 전반적으로 등급이 하락했다는 것이 이런 우려를 방증한다.

재무위험이 높은 9개 공기업의 경우, 경영책임성 확보를 위해 임원 및 1·2급 직원의 성과급을 삭감하기로 의결했다. 이들은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 석탄공사, 각종 발전관련 한전 자회사, 한국수력원자력으로 모두 에너지 공기업이다. 한국전력의 경우 수장이 이미 사의를 표명하는 등 적자 문제로 타격을 받은 터라 이런 주변 회사의 추락 상황이 더 뼈저리다.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과 가격을 민간기업처럼 탄력적으로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평가와 패널티는 다소 문제가 있다는 우려가 그래서 나온다.

기재부, 공공 자구노력은 당연 주장하지만...전문가들, 기관별 맞춤 해법 주문

심지어 이번에는 전년 대비 나은 점수가 나올 것으로 안팎에서 기대를 받았던 LH의 경우도 이번에 앞서 2년과 같은 D를 받아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개선 노력과 성과를 반영하지 못하는 재무성과 평가가 과연 합당하냐는 의견이 고개를 든다. 

LH의 부채비율은 2018년 300% 수준이었으나 5년 동안 꾸준히 개선, 지난해 218%까지 하락한 바 있다. LH는 정부가 공급하는 뉴홈 공공분양 50만호 가운데 31만6000호를 전담하는 외에도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등 각종 부동산 이슈에 구원투수로 매번 불려나오고 있다.

그런 LH의 경우 왜 개선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을까? LH의 경우 2021년 4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에도 1조4000억원을 거뒀다. 선방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절대적 규모 계량이라는 숫자의 마법에 걸렸다. 즉 영업이익 감소폭이 66%라서 계량에서 낙제점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LH가 임대주택 건립, 관리, 유지에 막대한 지출을 감내하는 상황에서 이 효율성을 제고해 부담을 줄여주자는 의견은 그래서 나온다. 명지대 부동산학과 김준형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LH가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공급하고 모집 신청을 할 때 입주자가 덜 모이면 1·2순위에 이어 비적격자에게까지 순서가 돌아간다. 이런 방식을 통해선 저소득층의 주택 수요가 사라지지 않는다”라며 “반면 미국, 영국, 호주, 프랑스 등 대부분의 나라는 대기자 명부를 운영한다”고 우리나라 정책 공백을 짚었다.

아울러 공공임대 이슈에서 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큰 점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국내 임대주택 정책이 각 정권의 정치적 산물로서 통일성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개편 필요를 언급했다.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노총 공공연맹 등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번째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br>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한국노총 공공연맹 등에서 윤석열 정부의 첫번째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한전의 경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직격탄이 된 경우다. 

즉 한전이 처한 적자 위기의 원인을 경영의 방만성으로만 봐서는 곤란하다는 비판이 높다. 그러므로 해법에 대해서도 지금까지와는 접근법 자체를 달리해야 한다는 것.

연세대 경제학과 양준모 교수는 지난 5년간 전력공급 비용구조는 악화했다고 주장했다. 방만 운영이 아니라 정치적 이슈라는 뜻이다. 전력 1GWh를 2016년보다 더 생산하는 데에 드는 추가적 비용이 2017년에 2억6000만원에 불과했다면 2021년에는 4억8000만원으로 1.8배 뛰었다. 원전 때리기로 오히려 가스 발전 등으로 눈길을 돌린 결과다.

또 양 교수는 “경영 효율화는 이미 할 만큼 했다. 2022년 직원 1인당 평균연봉과 최고 임원의 연봉이 2017년 대비 3.9%, 37.1% 삭감되지 않았나”라며 허리띠 졸라매기를 임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고 말했다. 오히려 양 교수는 “소비자 수요와 전력 공급을 조절할 수 있는 전력 요금 결정 체계를 구축, 합리적인 전력 요금 결정과 전력 산업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정부가 전력 요금 결정 방식과 거버넌스를 정상화함으로써 전력 수급 안정을 해결하자는 것”이라는 제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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