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
올 1월 말 우본과 교섭서 결렬…이달 7일 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
투표 참여한 조합원 90.2% 중 78.2% 찬성률 보여…투쟁 결심
노동조합 “임금 및 위탁 수수료 삭감…사실상 최저시급에 못 미쳐”
우본 “강한 유감…원칙적으로 대응 및 특별소통대책 마련할 것”

14일 오전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가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4일 오전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가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우체국택배노조가 우정사업본부의 임금 삭감 등에 반발해 쟁위행위에 돌입할 방침이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이하 노동조합)는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우체국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전국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 이상훈 사무국장, 윤중현 우체국본부장,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 등이 참석했다.

노동조합에 따르면 앞서 노동조합은 위탁 수수료 삭감 철회 등을 촉구하며 사용자인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와 단체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올 1월 말 최종 결렬됐다.

우본이 조정 과정에서 노동조합에 제시한 안은 △최저임금이라 할 수 있는 기준물량 축소 △위탁배달원에 대한 초소형 소포 배정 제외 △강제적 배달구역 조정 △위탁 수수료 삭감 등이다.

지난달 16일에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 신청을 제기했지만, 양측이 합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이달 7일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이에 노동조합은 “조정 과정에서 우본이 문제가 된 내용들을 폐기한다고 해 추가 교섭을 진행했으나, 우본은 ‘연구용역’을 통해 해당 임금 대폭 삭감안들을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며 “2년마다 오는 계약갱신 시기마다 쉬운 해고, 구역 조정, 임금 삭감 등 부당한 노동조건 강요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노동조합이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0.2%가 투표에 참여해 78.2%의 찬성률을 보였다”며 파업 돌입 이유를 밝혔다.

14일 오전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진행된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4일 오전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진행된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노조 진경호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진경호 위원장은 “살인적인 고물가 시대에 국가기관이 임금을 보존해 주기는 커녕 사실상 최저임금만도 못한 수준으로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한다”며 “같은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집배원, 행정적 공무원들은 약 5% 정도 임금이 인상되는데 우체국에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는 위탁배달원들은 비정규직이란 이유만으로 살인적인 임금삭감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올해부터 물량을 축소하고 내년 7월 재계약 시점부터는 수수료를 30% 정도 대폭 삭감하겠다고 하는데, 그 금액만 어림잡아도 월 130만원이 넘는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모든 택배노동자들이 택배전용번호판을 국토부로부터 무상으로 무제한 지급받고 있는데, 우체국 위탁배달원만 택배사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월 50여만원의 지입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4일 오전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진행된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노조 윤중현 우체국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4일 오전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진행된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노조 윤중현 우체국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윤중현 우체국본부장은 지난 10일 실제 수령했던 수수료 지급내역서를 공개하며 우본의 수수료 삭감안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다.

윤 본부장은 “우본이 중앙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에서 공식화했던 내용은 초소형 소포는 원천 차단, 수수료는 민간 택배사 수준으로 현실화, 구역 확대 총 세 가지였다”며 “그런데 초소형 소포를 원천 차단할 경우 당장 평균 53만원~55만원의 임금이 날아가 버리는데, 이후 세후 금액에서 우본이 발표한 평균 노동시간 11.8시간을 나눠 보면 지금도 최저시급에 현저하게 미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원들이 이번 싸움의 성격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싸움인지를 모르지 않음에도, 높은 찬성률이 나왔다”며 “이는 국가공공기관인 우본이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고 파업에 동참하는 사람들을 내년 7월 재계약에 내보내겠다는 것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14일 오전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진행된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14일 오전 광화문 우체국 앞에서 진행된 전국택배노동조합 우체국본부 파업 돌입 선포 기자회견에서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이 발언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상임대표는 우본이 공공성을 앞세운 기관임에도 반사회적으로 조직 운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상임대표는 “정규직의 임금은 5% 올리고 비정규직은 월평균 약 130만원을 삭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이는 공공성을 앞장서 실천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공익에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우체국 택배 노동자들이 마지막 몸부림을 칠 수밖에 없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 놓고도, 노조가 무리한 파업하고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날 기자회견은 그런 언론공작을 대비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동조합은 법적 쟁의절차를 완료함에 따라 이날부터 △평일 부분 배송거부 △주말 생물 거부 △오는 25일 하루 전면파업 및 결의대회 개최 등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동조합이 파업에 돌입한 것에 대해 같은 날 우본은 강한 유감을 드러내며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우본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우본 등이 제시한 교섭안 중 소포우편물 배달체계 변경 및 수수료 조정에 대해서 노동조합의 반대가 커 금번 단체협약에서 제외하고 시간을 두고 논의할 것을 제안했으나, 노조가 파업 돌입을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경기침체로 소포우편물 접수물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일부 택배사 파업 등으로 접수물량이 많았던 지난 2022년의 관서별 물량을 ‘보장’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우본은 파업에 대비해 특별소통대책을 마련해 국민들의 우편서비스 이용에 차질이 없도록 파업에 대응할 계획이다. 파업지역에 대해서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 집배원의 소포배달을 확대하고, 배달 장애가 높은 관서에 인력 지원 등을 통해 배달지연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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