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br>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투데이신문 임혜현 기자】 공매도가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깜짝 조치가 불법 공매도 차단을 향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지, 신뢰성 없이 그저 정치적 목적으로 내놓은 갈지자걸음이었던 것으로 끝날지 중요한 기로에 서 있기 때문이다. 바로 완전 전산화의 법적 의무 도입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특정 종목의 주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해당 종목을 빌려서 바로 팔고 주가가 실제로 하락하면 싼값에 되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는 식으로 중간에 이익을 내는 기법을 공매도라고 한다. 금융당국은 내년 6월 말까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지난 5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둘러싸고 실효성 논란과 함께 포퓰리즘 정책, 정치적 이슈 선점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당장은 속 시원하다는 소리가 높다. 공매도라는 문제 자체에 관한 불공평함 때문이다.  외국인·기관투자자는 공매도 시 상환기간이 120일(합의로 무제한으로 할 수도 있다)인 반면 개인투자자는 90일로 더 짧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 담보비율 역시 외국인·기관은 105%인 반면 개인투자자는 120%로 더 높다는 점 등 애초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이 지적돼 왔다.

일부 업종이 공매도의 집중 타깃이 되면서 원성을 들어온 것도 사실이다. 금지 조치의 시행 첫날인 6일부터 국내 증시가 폭등한 점은 이런 상황을 반영한다. 

하지만 공매도의 순기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상승하지 못한다는 일부 종목 투자자들의 볼멘소리는 기업의 적정가치를 공매도가 조정해 준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들을 필요가 있다. 공매도라는 과대평가된 주식의 견제 수단이 완전히 사라진 경우, 주가 조작 세력의 준동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5일(현지시간) 미국의 경제매체 블룸버그는 우리 공매도 금지 선언에 정치적 목적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론을 내놨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온 조치”라는 지적이다.  또 블룸버그는 “공매도 금지로 거품처럼 과도한 밸류에이션에도 제동을 걸 수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았다. 

사정이 이렇다고 보면 공매도 금지가 과연 개인투자자 보호에 전적으로 도움만 되는 것인지, 공매도 금지로 주식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긍정적 기대감만 가질 것인지는 의문이다. 변동성과 효율성이 제대로 가동되도록 공매도 문제를 다루는 방법을 고민할 숙제가 생긴다. 6개월간의 한시적 조치 이후 어떻게 우리가 전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점은 공매도 전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공매도는 주식을 빌린 상태에서 공매도 주문을 넣는 차입공매도와 주식을 빌리지도 않은 채 공매도 주문을 넣는 무차입공매도로 나뉜다. 

차입공매도는 문제가 없으나, 무차입공매도는 불법으로 본다. 문제는 이 같은 불법공매도가 성행하며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금융위원회 김주현 위원장이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를 발표하면서 “불법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필요시 국회와 긴밀히 협의해 입법화를 추진하겠다”고 언급한 건 바로 이를 짚은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실상 무차입 공매도를 처벌하도록 해도, 이를 적발하고 실제로 엄벌에 처하는 길이 요원하다면 탈법의 유혹을 막을 길은 없는 셈이다. 현행 공매도 제도는 차입 공매도를 위한 대차·대주거래가 별도의 시스템 없이 수기로 입력되고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바꿔 말하면,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어려운 이런 실정에 정면으로 메스를 대려는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위에서 소개한 외신의 분석처럼,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가 어디까지나 포퓰리즘적 제스처, 정치적 목적이 엿보이는 쇼라는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해서는 투명한 전산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실제로 증권사에 공매도 처리 시 전산시스템을 이용할 의무를 지우는 법안도 제출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고 본다. 우선 주식 배당과 옵션 지급 등 대차거래의 목적이 여럿인데, 실시간 시스템 구축만으로 모든 걸 들여다보고 감시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 전산화는 뜬금없이 혼자 외롭게 도입되는 규제 방법이 아니다. 앞서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 정보를 장기간(5년) 보관할 의무가 부여된 바도 있고, 지난해에는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불법 공매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모니터링할 수 있게끔 체계를 구축하기도 했다.

완전히 빠져나갈 길 없이 촘촘한 불법 공매도 규제안이라는 관점에서는 완전 전산화가 답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여러 이슈와 맞물려 사전적, 사후적으로 문제 거래를 잡아낼 길을 보완해 나가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분명 의미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6개월간 주어진 시간 안에 치열한 논쟁이 이뤄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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