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 국가산단 지역 주민 지원 특별법 토론회
피부병·암 환자 늘고 매캐한 냄새·쇳가루에 고통받아
이제 국가가 나서야…“21대 국회서 특별법 제정되길”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전국 제철·석유화학산단피해주민대책위원회(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전국 제철·석유화학산단피해주민대책위원회(준)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국가산업단지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환경 및 건강 피해 문제 해결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별법을 통해 주민들을 보호하고 관련 피해에 대해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26일 전국 제철·석유화학산단피해주민대책위원회(준)와 무소속 윤미향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였다. 윤 의원은 현재 해당 특별법의 성안을 마치고 국회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은 국가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의 건강 및 환경권 등을 개선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이들 지역에 대한 지원사업 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환경상 영향조사와 주민 건강 역학조사 등을 실시하는 등 4장 27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가산업단지 인근 주민들이 참석해 피해 현황을 직접 호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해군 주민 정종길씨는 “남해군 서면 노구마을에 사는데 광양만을 사이에 두고 하동화력, 포스코 광양제철소, 여수국가산단 건너편에 마을이 있다”면서 “바람이 없는 날 아침에는 매캐한 냄새로 어지럼증을 느낀다. 공해 피해에는 행정 경계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건너편 산단의 굴뚝 연기로 피부병 환자, 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아버지는 폐암으로 사촌 형님은 간암으로 돌아가셨다”라며 “인근 마을에서 계곡수를 조사하면 비소가 검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가동한지 36년이 지났다. 세계경제순위 10위의 대한민국이라면 이제 국가가 국민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지켜줄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전국 제철·석유화학산단피해주민대책위원회(준)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전국 제철·석유화학산단피해주민대책위원회(준)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충남 당진시는 한국동서발전 당진발전본부와 현대제철 사업장이 운영되고 있다. 당진시 산업단지 민간환경감시센터 유종준 센터장은 “기후솔루션과 해외 연구기관 CREA가 국내 3곳 일관제철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에 따른 영향 등을 분석한 ‘제철소의 숨겨진 진실’ 보고서에 의하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지난 2021년 배출한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연간 조기 사망자 34명, 경제 손실 비용 2080억원이었다”고 지적했다.

2021년 당진시 굴뚝 TMS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전국 시군구 중 3위로 연간 배출량은 1만3760톤에 달했다. 유 사무국장은 “최근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서 온실가스 배출 조사를 했는데 시군구별 배출량을 합산했더니 당진시가 1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포항시의회 최광열 의원은 포스코가 입주한 포항 국가산업단지 인근 지역 현황을 전달했다. 최 의원은 “포스코와 인접한 해도동 주민들은 분진, 악취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밤에 옥상 바닥을 들여다보면 반짝이는 가루가 보이는데 바람에 날아갈 정도로 쇳가루가 가득하다”고 탄식했다.

최 의원은 “청림동, 제철동은 중금속 오염정도가 산단에서 떨어진 흥해읍과 비교해 2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암 발생률도 2배 이상 높게 보고되고 있다”라며 “대송면은 포스코에 자리를 내주고 급히 이주한 지역인데 하천보다 낮은 곳에 집단거주지를 형성했다. 지난해 힌남노 태풍 때 하천이 범람하며 대송면 제내리에 거주하는 850여 가구가 잠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포스코 등 철강회사가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면에는 환경과 건강을 등한시면 측면이 없지 않다. 이제라도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전국 제철·석유화학산단피해주민대책위원회(준)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전국 제철·석유화학산단피해주민대책위원회(준)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광양제철소 주변지역 주민들의 생활실태를 조사한 전남녹색연합 박수원 사무처장은 “환경불평등 문제를 개선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려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기업과 지역주민, 지역사회가 서로 생산하는 성장 지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 사무처장은 “지역주민들의 삶과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적 방안 마련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관련법을 분석한 박삼성 변호사는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입증책임을 경감하거나 실질적 피해구제에 있어선 여전히 미흡하다”라며 “오염사고의 피해지역 주민의 건강지원에 대한 법률이 존재한다는 점은 산단 주변지역에서 환경오염의 피해를 받는 주민에게도 건강지원에 대한 법률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국가를 상대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할 의무가 있다”면서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전국 제철·석유화학산단피해주민대책위원회(준) 박영철 위원장은 “국가산단 주변 지역에서 살아온 우리는 지난 수십년 동안 고통을 호소했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귀를 기울여주지 않았다”라며 “국가가 있어야 할 곳에 국가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건강영향조사는 여러차례 해왔지만 그때마다 조사에 그쳤다. 조사는 했는데 그에 상응하는 조치가 없다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 있냐”고 반문했다.

박 위원장은 “국가가 산단 입주기업들이 공해 배출총량을 줄이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주민들의 환경 감시 권한을 보장하고 문제기업은 환경시설 개선 강제이행 요구를 할 수 있는 권한도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특별법이 제21대 국회 임기 안에 발의돼 통과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전국 제철·석유화학산단피해주민대책위원회(준)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무소속 윤미향 의원과 전국 제철·석유화학산단피해주민대책위원회(준)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산업단지 주변지역 주민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있다. ⓒ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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